공간과 공간을 분리하고 이어주는 통로

문門에 대한 짧은 이야기
three open doors in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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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화가이자 시인이자 미국 포크와 록 음악의 거장이자 대중 음악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의 하나이자 음악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되는 밥 딜런의 명곡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 그 노래에서 지상과 천국을 나누는 곳에 통로로 문Door이 등장한다.

짐 모리슨, 레이 만자렉, 로비 크리거, 존 덴스모어가 결성한 미국의 록 밴드 도어스The Doors의 이름은 올더스 헉슬리의 저작 ‘인식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의 제목에서 모리슨이 가져왔고, 헉슬리는 여기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한 구절, “인식의 문이 정화되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무한히 드러난다If the doors of perception were cleansed, everything would appear to man as it is, infinite”를 인용했다고 한다.

문에 대해 서양인들은 새로운 것을 만나는 통로, 열었을때 다른 것과의 소통, 어떤 통과의례의 과정같은 것으로 보았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도 문이 없는 벽은 완전한 단절, 고립, 구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벽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문이 있기 마련이다. 만일 문이 없다면 그건 잘못지어진 건축물일 것이다.

공간과 공간을 나누는데 있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축방법은 벽이다. 그리고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는 일반적으로 문이 된다. 나누고 잇는 유일한 건축구성물이라는 점에서 문의 발명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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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주거건축물에 있어서 문이라는 것은 우선 집주인은 쉽게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의 침입을 막아주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즉 잘 열리고, 잘 닫혀야 하며, 무엇보다 튼튼해야 한다. 천국의 문을 두드린다고 모두에게 열려서는 안된다.

우리가 매일 열고 닫고, 드나들고, 잠그는 문. 문의 종류도 새삼 나무로 만든 문, 철재로 만들어진 문, 유리가 있는 문, 아예 유리만으로 이루어진 문, 여닫이문, 미닫이문, 자동문, 이중문, 양쪽으로 열리는 문, 한쪽 방향으로만 열리는 문, 위로 열리는 문, 회전문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문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국내 주거건축물에 있어서 문의 크기는 일반문은 900~1000mm x 2100mm, 욕실이나 창고문은 700~800mm x 1800~2100mm 정도다. 장애인도 이용가능한 문은 1200mm의 넓이를 가져야 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것도 있고, 규격화한 것도 있지만 나라마다 크기는 조금씩 다르다.

미국의 경우 외부 문의 일반적인 크기는 80in x 36in (6’8” x 3’) 이지만 최근 새로 짓는 집에는 96in(8’)의 크기가 사용되는 추세다. 8피트면 대략 243.84cm인데 상당히 높은 크기다. 유럽의 경우는 DIN규격을 따르는데 610mm, 735mm, 860mm, 985mm, 1110mm의 넓이에 높이가 1985mm (정상 높이 2010mm)인 일반적인 문과 1110mm x 2110mm 인 더 큰 문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내부 문은 860mm x 1985m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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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나오니까 상당히 복잡한데 이렇게 규격화된 문들이 나오게 되기까지 초기 건축가들에게 문의 용도와 크기, 그리고 재질은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외부의 적을 막기위해 통나무들을 엮어서 문을 만들었더니 혼자서는 도저히 못열게 되었거나, 얇게 만들었더니 쉽게 부서지거나, 얇고 튼튼하게 만들었더니 말을 탄 기사가 내리지 않고 들어가도록 문을 높게 만들라고 했거나, 문의 높이를 높게 했더니 이번에는 거구의 인물의 통과하질 못하거나 등등 수세기를 거쳐 수많은 변수와 상황을 고려하고 선별하고 제외하면서 결국 경제적이며, 공학적이고, 보편적인 표준과 표본이라는 것에 도달한 것이 아마도 저 복잡한 수치일 것이다.

어쨌건 세기의 발명품일지도 모르는 문에 대한 고마움…이랄거 까지는 없지만, 건축과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고려와 시도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문의 형태와 기능, 현관문과 방문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룰 기회가 있으면 더 언급해보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BGM은 밥 딜런의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를 듣는 걸로 짦은 글을 맺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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