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과거와 현재를 잇다

[Journey] 서울공예박물관
ⓒBRIQUE Magazine
글 & 사진. 윤현기  자료.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이 들어선 종로구 안국동 옛 풍문여고 자리는 오래된 역사를 품고 있는 장소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이 아들 영웅대군의 집을 지은 터이자, 고종이 순종의 혼례 절차를 위해 건립한 ‘안동별궁’이 자리했던 곳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 땅은 궁의 동쪽 종친부와 더불어 안가로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21세기의 예술 공공공간이자 도시의 단절된 시간과 골목길을 이어주는 다소곳한 마당으로 변화 시키고자 했다. 이때 땅에 축적된 역사의 시간을 엮어내어 얻은 질서가 도시의 시간 연결체로 기능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북촌과 인사동, 경복궁을 잇는 자리에 공예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4년 기본 계획을 수립해 2017년 부지를 매입했다. 이후 기본 계획을 수립해 풍문여고의 5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안내동과 한옥을 새로 증축해 총 7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서울공예박물관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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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의 복원
서울공예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공립 공예 박물관으로, 기존 풍문여고의 운동장은 현재 박물관의 광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지에 접한 윤보선길의 레벨을 학교 건물 레벨에 맞춰 아트 플랫폼을 만든 후 박석을 깔아 종묘 정전의 월대처럼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밤에는 별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이 땅과 역사를 함께해 온 커다란 은행나무 동산은 감고당길로 경사지어 내려오는 곳으로, 계단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화계를 만들어 원래의 지형으로 회복시켰다.

 

ⓒSeoul Museum of Craft Art
ⓒSeoul Museum of Craft Art
ⓒSeoul Museum of Craft Art

 

고고학적 발견으로부터 이루어진 재생
감고당길을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사고석담의 모서리는 콘크리트 벽으로 단절돼 미관을 해치는 요소였다. 이 부분 아래에 남은 문지방을 후정을 바라보는 창으로 변용하여 옛것을 오마주 했다. 이렇듯 땅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고고학적으로 재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를 재생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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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가 이루어지는 공방, 크래프트 헛
도시의 바닥은 평평한 판으로 서로가 동등하게 서서 교감하고 교류하는 곳이다. 새롭게 형성된 아트 플랫폼이라는 너른 바닥에, 작고 소박한 창작소라는 뜻의 ‘크래프트 헛CRAFT HUT’을 두고 가변적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했다. 일종의 공방으로 구현된 크래프트 헛에서 작가와 시민은 서로 교감하며 공예 문화를 빚어낸다. 작가들은 이 공간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고,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며 식견과 관점을 확장할 수 있다. 낮에는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저녁에는 로비, 과학관의 카페와 함께 늦게까지 운영되는 이곳에서 작가와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만나 의견을 공유한다. 또 공예품 생산에서 판매까지 이어지는 네트워크 장소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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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동 로비 ⓒBRIQUE Magazine

 

플랫폼으로서의 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은 공예품 전시뿐만 아니라 공예를 둘러싼 지식, 기록 사람, 환경 등을 연구하고 공유함으로써 공예가 지닌 가치를 다방면으로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공예의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공간별로 그 특징을 달리한다. 1차 개관을 통해 열리는 과학관의 기증 공예 전시부터 2차 개관에서 펼쳐지는 근현대, 역사, 지역 공예 전시 등이 어우러진다. 또한 전시형 수장고 형태의 스토어프론트 갤러리Storefront Gallery를 조성하고, 실내 전시장에는 작은 인터랙티브 플랫폼Interactive Platform을 곳곳에 배치했다. 정보관에는 코뮨 플랫폼Commune Platform을 만들어 이를 통해 세미나, 공방, 도서관을 운영한다.

 

전시1동 기획전시 ⓒSeoul Museum of Craft Art
전시2동 기획전시 ⓒSeoul Museum of Craft Art
공예 도서실 ⓒSeoul Museum of Craft Art

 

열린 박물관
한옥을 포함한 일곱 개의 건물과 공예마당을 갖춘 박물관은 높은 담이 없어 누구나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다. 각 동의 다양한 전시와 마당, 휴게 공간을 찾아다니다 보면 공예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전통공예부터 현대공예까지 하나 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서울공예박물관은 공예의 가치를 다방면으로 공유하며 미래를 향한 박물관으로 대중에게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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