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현경 자료. 건축그룹[tam]
저녁 시간, 고촌역 2번 출구에서 내리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천장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에서 나온 불빛일까, 낮고 오래된 주택들 사이 빛을 따라 골목을 걷다 보면 주변의 다른 공간과 분리된 것 같은, 작은 레스토랑이 나온다. 김포시 고촌읍 오래된 주택가에 있는 ‘밝은 집’은 1984년부터 집이 간직해 온 시간이 만들어 낸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건축그룹[tam]의 이준호 소장을 만나 이 집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밝은 집’은 오래된 주택가의 주택을 리모델링한 프로젝트죠. 어떻게 일을 맡게 되셨나요?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있는데, 이곳에 무언가 한다면 뭐가 가능성이 있을지 물어봤어요. 기존에는 오래된 주택이었거든요. 길에서 쭉 들어오면 마당이 있고, 집이 있는 곳인데, 딱 보니까 ‘펍pub’ 같은 음식점이 생각났어요. 길에 나오지 않고 마당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이 동네 주변에 그런 곳이 거의 없거든요.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젊은 사람들이 많은 동네인데 나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그렇게 말했더니 친구가 ‘그래?’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 전화가 다시 왔어요. 계약했다고.(웃음)
신축할 것인지 리노베이션을 할 것인지 결정할 때 기존 건물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집은 어땠나요?
보통 이 정도 오래된 집이면 내부를 수리했을 법도 한데, 이 집은 특이하게도 내부구조가 크게 변경이 안 됐어요. 1980년대에 처음 지어진 그 상태 그대로였어요. 심지어 손으로 그려진 도면이 남아 있었는데, 그 도면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죠. 만약 집의 구조가 많이 변경되어 있었다면 사실 부담스러웠을 텐데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보다 자유롭게 공간을 구성할 수 있었어요. 구조가 많이 변경된 상태였으면 쉽지 않았을 거예요.
나중에 천창을 내느라고 예산이 더 필요했던 거로 알고 있어요.
예산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너무 자유롭게 할 수는 없었죠. 이 집이 좀 어두웠어요. 해가 들어오는 창 쪽으로 3~4층짜리 건물이 올라와 있고 전체적으로 어두워서 여기는 좀 밝게 하는 게 좋겠다 싶었죠. 고촌역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내리막길이거든요. 내리막을 걷다가 보면 이 집이 보이는데 천창만 내면 너무 심심할 듯했어요. 만약 안에 불을 켜놓고 있는데 볼록 솟아 있으면, 전구처럼 보일 것 같더라고요. 등대처럼 보일 수도 있고, 내려오면서 여기에 뭔가 있다는 걸 인지를 할 수 있게 살짝 들어 올리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안에서 공간적인 단조로움도 없어지고, 건축주도 그 제안을 마음에 들어 했어요.
리모델링하면서 가장 남기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나요?
이 집은 벽돌이 처음 만들어진 그대로 남아있어서 최대한 벽돌이 가진 특유의 느낌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오래된 집은 문을 뚫었다가 막았다가 해서 벽이 누더기처럼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뚫어 쓴 곳은 있어도 다시 막은 곳은 없었어요. 벽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외부공간을 벽돌 벽과 어울리게 만드는 데 집중을 했죠.
내부도 크게 손을 대지 않았어요. 세입자가 들어오면 그들과 맞게 변경할 수 있게 두려고 했어요. 기본적으로 바닥은 콘크리트로 마감하고, 벽은 흰색으로 밝게, 천장면은 천창이 돋보이게 까만색으로 칠해놓고, 천창이 기존의 집과 어울리게 하려고 했어요.
처음 모습 그대로였지만 구조 보강이 필요했다고요.
출입구로 들어오면 바로 방이 있는데 벽에 크랙이 심하게 있었어요.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벽 전체가 갈라져 있었어요. 지금까지 헛 벽이었던 거죠. 뜯어내도 상관이 없는 벽이지만 또 뜯어내면 천장을 받쳐줄 기둥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H빔으로 최소한의 보강을 했어요. 그리고 이 집에 반지하 공간이 있어서 기둥을 아무 데나 세울 수도 없었어요. 지하에 벽이 서 있는 자리에 맞춰 올려야 했어요. 보강하는 위치에 따라서 천창의 크기나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그걸 맞추면서 조절하느라 고민을 많이 했죠.
밝은 집에서 몇 가지 특징들이 눈에 띄었어요. 선홈통 대신 빗물용 쇠사슬이 있더라고요.
오래된 붉은 벽돌과 어울리도록 마당에 화산석 바닥을 깔고, 원래 있던 나무도 남겨두고 아늑한 분위기의 마당을 만들려고 했어요. 근데 앞에 선홈통 하나가 뚝 내려오면 이상해질 것 같았어요. 쇠사슬은 물이 닿으면 금방 녹이 생겨요. 그러면 옆에 있는 벽돌하고 바로 어울려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마당의 나무가 지붕 위로 솟아 있는데, 그 나무에서 낙엽이 떨어지면 선홈통이 잘 막혀요. 거기서 얼어버리기라도 하면 공사가 커지죠. 기능적으로도 이렇게 오픈된 것이 훨씬 좋아요.
리모델링은 시공사를 정하는 것도 시공하는 것도 좀 다를 것 같아요. 어땠나요?
좋은 시공사를 만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밝은 집 이전에 인천에 주택을 증축하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는데 시공을 맡은 분이 건축주의 지인이었어요. 완공된 후 결과를 보니 엉망인 거에요. 그게 처음으로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한 프로젝트였는데 아쉬움이 많았죠. 이번엔 잘해보자 하고, 여러 시공사를 만나서 겨우 찾은 곳이었어요. 그렇게 만난 게 ‘빈집은행’이라는 팀이에요. 그 팀은 ‘인천에 많은 비어있는 집들을 가져다가 청년들이 쓸 수 있게 고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회사예요. 이번엔 좀 더 영역을 넓혀서 민간공사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그 팀을 만나게 된 거죠. 그런 팀을 만났으니까 오히려 결과가 잘 나왔던 거 같아요.
‘빈집은행’과 시공을 하면서 어떤 점이 좋았나요?
아주 근본적인 건데 지키기 어려운 것. ‘도면’을 꼼꼼하게 보고 이해하려 한다는 점이었어요. 의문이 생기는 건 전부 다 물어봤어요. 정말 곧이곧대로 다했어요. 자재도 하나도 안 바꾸고 타일도 그대로 했어요. 100 x 250 mm 사이즈의 하나하나 붙여야 하는 타일로 설계했는데, 일반적인 업자들은 그런걸 안 하려고 하잖아요. 그냥 큼직큼직하게 붙이고 말지, 그래서 타일 시공팀을 세 팀을 바꿨대요. 시공자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리모델링의 경우에는요.
건축가에게 리노베이션은 신축과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아요.
매력 있죠. 왜냐면 예전의 것들은 그대로 쓰면서 조금만 고치면 그전의 분위기를 그대로 남겨두면서 확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뀔 수 있잖아요. 그런 점들을 찾는 거죠. 제약 속에서 여기는 이런 부분을 바꾸면 얼마나 바뀔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는 재미가 있어요. 신축은 아무래도 좀 더 편해요. 초반에 건축주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더 들어간다고 볼 수 있죠. 리모델링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많지만 신축하고는 좀 다른 재미가 있어요. 고촌면 이태리도 그런 면에서 즐겁게 작업을 마쳤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