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청년들의 집

[Space] 연남동 셰어하우스, ‘드림하우스’
ⓒBRIQUE Magazine
에디터. 김윤선  사진. 최진보  자료. 드림하우스

 

‘따로 또 같이’의 가치가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고 있다. 함께 살며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업무 공간을 나눠 쓰는 ‘공유오피스share office’는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연일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서울 마포구의 작은 동네, 연남동에도 최근 새로운 셰어하우스가 나타났다.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진 청년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 바로 ‘드림하우스DREAM HAUS’다. 드림하우스는 공간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꿈을 공유하고 북돋는 장場이라는 점에서 다른 셰어하우스들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가졌다.
이 공간의 기획과 운영을 맡은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 담당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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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청년들이 모여 사는 곳, 드림하우스

 

드림하우스 소개를 부탁드린다.

드림하우스는 꿈을 가진 청년들이 함께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다.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주거 공간, 그리고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 체계를 지원하는 한화생명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서로 다른 꿈을 가진 청년들이 함께 모여 생산적인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고민에서 드림하우스를 시작하게 됐다. 궁극적으로 재능 있고 야심 있는 청년들을 근사한 공간에 함께 모여 살게 하고, 그들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입주자들은 최소 6개월에서 최장 1년간 거주할 수 있고,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네트워킹의 기회를 얻는다. 시작점인 드림하우스 연남은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스물두 명의 청년들이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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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회사에서 ‘집’, 그것도 셰어하우스share house를 지었다니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

아마 그럴 거다. 게다가 그냥 집도 아니고 셰어하우스니까.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5개 회사를 통합하는 ‘라이프플러스LIFEPLUS’라는 브랜드가 있다. 금융을 상품이 아닌 브랜드 관점으로 접근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그리고 한화생명의 사회공헌 브랜드인 ‘드림플러스DREAMPLUS’가 스타트업 육성 및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고, 드림하우스DREAMHAUS가 청년들의 성장을 위한 주거공간과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궤를 같이하며 라이프플러스의 지향점을 공유한다.
금융 상품들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점점 인기가 없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다. 이 고민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물이 바로 드림하우스다. 물론 추진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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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코오롱Kolon이나 SK 등 대기업들이 관여하는 셰어하우스들이 꽤 눈에 띈다. 드림하우스가 그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뭘까?

사업 목표와 컨셉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코오롱에서 운영하는 커먼타운은 여성을 위한 프리미엄 주거공간에 주력한다. 질이 높은 공유 공간 제공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안다. 드림하우스와 같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접근한 사례가 SK의 ‘청년일일하우스’다. 이커머스 11번가와 셰어하우스우주WOOZOO가 협력해 대학생들에게 월세 11만 원에 셰어하우스에 살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이었다. 운영사인 우주에서 빈 방을 제공하고, 입주자가 낸 월세 11만 원을 제한 나머지 금액을 SK 11번가에서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좋은 취지였고 흥행도 잘 되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위험부담이 적은 방식이기도 하다. 반면 드림하우스는 우리가 직접 컨셉 기획부터 건축, 입주자 선발, 입주, 주거 커뮤니티 관리까지 전 단계에 깊이 있게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드림하우스를 통한 임대 수익은 전혀 없나?

드림하우스 1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외부에 임대해 시세대로 임대료를 받는다. 그리고 3~5층 주거시설에서도 입주자들에게 시세보다 40%가량 저렴하긴 하지만 월세를 받는다. 임대 수입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걸 운영 수익으로 빼지 않고, 입주자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비용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기업의 사회공헌이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기부나 일회성 프로그램이 많았다. 하지만 드림하우스는 그 자체로 비즈니스이면서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다.

 

첫 번째 드림하우스, 그리고 연남동

 

많은 사람들로 늘 북적이는 동네, 연남동 ⓒBRIQUE Magazine 

 

첫 번째 드림하우스는 연남동에 지어졌다. 왜 연남동이었나?

처음 기획 단계에서 연남동을 선택했던 것은 요즘 청년들이 좋아하는 ‘뜨는 동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연남동은 홍익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여러 대학과 가까워서 대학생 수요층이 풍부하고, 1인 가구가 많은 동네다. 일명 ‘연트럴 파크’라고 불리는 공원 거리에는 맛집도 많고 늘 사람들의 활기찬 움직임이 있는 재미있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드림하우스 입주할 만한 이들의 수요가 많은 곳이어야 했기에 그런 면에서 여러모로 연남동이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입주자를 모집할 때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청년들’로 정한 것도 연남동이 가진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초기에는 입주자를 특정 직업군으로 생각했었다. 디자이너를 모을까, 개발자를 모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직군끼리 모이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야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싶더라. 실제 타겟 인터뷰에서도 그런 응답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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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연남동에는 특히 주인 혼자 운영하는 가게와 공방들이 많다. 차고로 쓰이던 건물 반지하를 개조해서 쓰는 곳도 많고, 규모가 다 작은 편이다. 주말이면 동네 곳곳에서 플리마켓도 열린다. 소박하지만 개성이 있는 동네랄까.
연남동과 연희동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그룹 ‘어반플레이Urbanplay’와도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곳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입주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주변의 작은 가게들과도 여러 가지 형태로 제휴를 맺어 입주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와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다.

 

연남동에는 작은 가게와 공방이 많다. ⓒBRIQUE Magazine

 

저층부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1층은 외부에 임대를 한 공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우리가 100% 개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임차인에게 그 공간이 동네와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카페 이름이 ‘19평 거실’이다.  드림하우스 운영의 방향성이 그곳의 컨셉과 네이밍에도 반영되어 있는 거다. 보통 1인 가구의 청년들이 거주하는 집에는 거실이라는 개념이 없다. 집이라기 보다는 ‘방’이지 않나. 그래서 이곳이 그들에게 일종의 거실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의도다.
카페는 드림하우스의 중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동선을 가지고 있어서 내부와 외부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카페 윗층은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좌식 공간으로 계획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입주자와 동네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클래스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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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식으로 설계한 공간에서는 각종 클래스 등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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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설계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연남동 지역에서 다수 건물을 설계한 경험이 있는 건축사사무소 조앤파트너스Cho and Partners가 설계를 맡았다. 동네를 잘 알아야 좋은 설계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프로젝트를 2017년에 시작했는데, 땅 짓고 건물 짓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더라. 원래 두 개의 필지였던 땅을 매입해 합필하고, 지반이 약해서 기반공사도 새로 했다. 애초에 2018년 6월에 오픈을 계획했는데 결국 1년 이상 더 걸렸다. 위치와 규모, 예산에 맞춘 최적의 설계를 기반으로, 단순히 셰어하우스가 아닌 입주자가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이라는 의도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지하 1층은 입주자를 위한 작업공간, 1층은 근린생활시설(카페), 2층은 입주자들이 공유하는 부엌과 라운지, 3~5층은 간단한 부엌과 공용 거실이 딸린 1인실 주거공간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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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하면서 다양한 사례 조사도 많이 했다고.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가닥을 잡아갔다. 요즘 활발히 논의되는 개념으로 ‘적정 주거(affordable living) 기준’이 있다. 공간 기획을 할 때, 우선 그 기준을 상회하는 규모로 1인실을 구성해 개인 공간의 면적을 확보했다. 그다음 땅의 규모에 맞춰 스물두 개의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을 구성했다.

 

4층 평면도 ⓒCho and Partners
4~5개의 개인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각 그룹만이 공유하는 거실 공간을 계획했다. ⓒBRIQUE Magazine
1인실로 구성된 개인실 복도 ⓒBRIQUE Magazine
3층 공간 일러스트레이션 ⓒCho and Partners

 

5개 층이 ‘스킵 플로어skip floor’로 구성되어 있다. 

두 필지에 경사가 있어 그걸 이용해서 공간의 재미를 더했다. 남성 10명, 여성 12명의 입주자를 위해 성별에 따른 공간의 효과적인 분리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전부 1인실로 마련된 4~5개의 개인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각 그룹만이 공유하는 거실 공간을 가지는 형태로 계획했다.

 

스킵 플로어로 구성되어 다채로운 공간감을 가진다. ⓒBRIQUE Magazine
3층 공간 일러스트레이션. 스킵플로어로 구성되어 같은 층이지만 높낮이가 다른 공간으로 구획되어 있다. ⓒCho and Partners

 

공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생활의 기본이 되는 공용공간, 특히 욕실과 화장실에 신경 썼다.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셰어하우스를 다니면서 인터뷰를 했는데, 아침저녁으로 욕실과 화장실이 붐비는 게 가장 불편하다더라. 그래서 세면대, 샤워실, 화장실을 모두 분리했다. 공동 생활의 불편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개인 공간과 욕실 및 화장실 확대 평면도. 세면대, 샤워실, 화장실을 분리했다. ⓒCho and Partners

 

또 하나는 작업 공간이다. 드림하우스에 입주할 사람들을 1인 (예비) 창업가나 프리랜서 군으로 생각했고, 미래에는 고용 형태나 노동 형태가 달라져서 디지털 노마드처럼 일하는 장소가 중요하지 않은 근무 행태가 많아질 거라는 전망에 공감했다. 그래서 집에서도 제대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고자 했다. 지하 1층 ‘로프트loft’가 바로 그 공간이다. 여기에는 큐레이팅 된 다양한 책들, 그리고 작업할 수 있는 책상, 영상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서 입주자들 간 협업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외부인과도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DREAM HAUS
지하 1층은 입주자를 위한 작업 공간이다. ⓒDREAM 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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