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쓰레기

[업사이클링 디자인] ④ 쓰레기를 소재로 일상의 물건을 만드는 '저스트 프로젝트'
ⓒJust Project
에디터. 김지아  사진 & 자료. 저스트 프로젝트 Just Project

 

버려진 것들에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이 최초의 쓸모를 다한 제품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면, 디자이너의 개입을 통해 버려진 제품의 새로운 쓸모를 찾아주는 일이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 디자인이다.

친환경을 넘은 필(必)환경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섯 명의 디자이너에게 업사이클링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다루는 재료와 쓸모는 각기 다르지만, 이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작업관이 있다면 ‘쓰레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다섯 명의 디자이너가 전해준 쓰레기의 미래. ‘버려진 것들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자.

 

① 폐마스크 재활용한 의자로 환경 메시지 전하는  ‘김하늘 디자이너’
② 버려진 유리병 재활용하는 리:보틀Re:bottle 메이커  ‘박선민 작가’
③ 제작부터 폐기까지 환경을 고려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위켄드랩’

쓰레기를 소재로 일상의 물건을 만드는 ‘저스트 프로젝트’
⑤ 버려진 소재와 자연물의 쓰임을 확장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뉴탭-22’

 


 

ⓒJust Project

 

저스트 프로젝트는 쓰레기를 소재로 일상의 물건을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2014년부터 과자 봉지, 빨대, 플라스틱, 티셔츠 등의 폐기물로 파우치와 러그,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이들은 쓰레기라는 말이 갖는 부정적 함의에 갇히기보다 그 가능성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저스트 프로젝트 이영연 대표 ⓒJust Project

 

일상의 ‘쓰레기’를 작업 소재로 활용하시죠. 쓰레기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오래된 것, 버려진 것을 더 좋아하고 모으는 취미가 있었어요. 흔히 쓰레기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잖아요. 저는 쓰레기라는 소재에 오히려 매력을 느꼈어요. 좋아하는 것을 작업으로 연결시켜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죠.

 

2014년 처음 작업을 시작하셨을 때와 비교해 현재 작업 재료로 삼는 쓰레기의 종류가 달라졌나요?

쓰레기라는 소재는 종류나 양에 있어 무궁무진해요. 접근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누가 봐도 쓰레기인 줄 알 만한 쓰레기를 주 소재로 다루었다면, 지금은 산업 쓰레기 같이 규모가 큰 쓰레기를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버려진 과자 봉지와 빨대로 만든 파우치 ⓒJust Project

 

‘I was straw’, ‘I was foil’, ‘I was t-shirts’ 등의 작품을 선보여 왔죠. 필리핀에서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제작 과정을 거치나요?

여전히 필리핀 직원들과 함께 만들고 있어요. 하찮게 여겨져 쓰레기가 된 소재들을 장인의 손을 거쳐 유려한 제품으로 만드는 데 집중한 작업이기 때문에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소재는 주로 어떻게 수급하시나요?

필리핀 작업의 소재는 직원들이 직접 수거하거나, 작업의 취지를 좋게 봐 주신 분들의 자발적인 제공으로 이루지고 있어요.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쓰레기 집하장이나 생산 공장을 직접 방문해 수거한 후 진행하고요. 수거 후에는 자체적으로 세척하고 재단해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폐 티셔츠로 러그를 만드는 과정 ⓒJust Project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소재가 가진 특성에 집중해 물성을 먼저 연구해요. 버려진 상태, 가공 가능한 방식, 지속적인 수급량 등의 요소를 고려하면서 그 소재의 특성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을 최우선으로 제품을 기획해요. 예를 들면, 과자 비닐 같은 식품 포장재의 경우 화려한 그래픽이나 타이포그래피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때 그래픽을 해체해 재조합할 패턴을 디자인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또 소재 특성상 여러 겹으로 접는 것이 용이한 점, 폐기했을 때 재소재화가 불가능한 점 등 여러 관점에서 소재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거친 후 제품을 제작해요.

 

폐 티셔츠로 만든 러그 ⓒGiacomo Tonoli

 

제품 제작 외에도 브랜드와의 협업이나 전시 등의 프로젝트도 종종 진행하시죠.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었나요?

제품만으로는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메시지를 강하게 넣으면 윤리성을 강요하는 피로한 제품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제품은 레퍼런스 정도로 선보이고 전시나 캠페인, 작품을 통해 흥미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해요.

2018년 러쉬 코리아와의 협업을 통해 플라스틱을 활용한 매장 집기 제품을 만들었어요. 당시만 해도 플라스틱 리사이클링·업사이클링 작업이 국내에는 전무한 상황이어서 프로세스를 구축해가며 작업했는데, 지금까지 잘 활용되고 있어 보람된 작업 중 하나예요.

전시로는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진행했던 ‘쓰레기 뷔페’가 기억에 남아요. ‘It is trash, but treasure to me’라는 저희 슬로건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 참여형 전시였어요. 많은 분들이 전시 취지에 공감해 주시고, 흥미롭게 참여해 주셔서 즐거웠던 작업이에요.

 

ⓒJust Project
자투리 원단과 벨크로로 만든 보자기 ⓒJust Project

 

최근 환경 문제로 업사이클링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어요. 작업을 처음 시작하신 7년 전과 지금은 또 다를 것 같은데요. 체감하시는 변화가 있나요?

국내에서 발생했던 쓰레기 대란과 팬데믹으로 환경 문제가 전 세계적 화두가 되었죠.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던 저희지만, 때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도 해요. 환경을 배제하는 작업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아 끊임없이 함께 가야 할 부분이 맞아요. 하지만 문제는 문제로 진지하게 인식하되, 디자인 작업이 보여줄 수 있는 창의성이나 유쾌함 같은 것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지금의 흐름과 관련해 우려되는 부분도 있나요?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가 이야기하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다만 쓰레기를 소재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여러 상황이 우려로 다가오기는 해요. 쓰레기 문제를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전가하는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개인은 책임감을 넘어 무력감을 느끼게 되죠. 물론 개인의 실천도 중요해요. 하지만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큰 단위의 정책이나 시스템의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일회적인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활동’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우려스러워요. 기업이 환경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 분명 있을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해 보다 진정성 있는 기획이 필요하겠죠.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이 근본적인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쉽게 사고 또 버려지는 생산-소비-폐기의 패턴이 반복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쓰레기 생산 순환 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거예요.

 

폐 빨대로 만든 파우치 ⓒJust Project

 

준비하고 계신 또 다른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현재까지는 버려진 것들이 매력적인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레퍼런스를 작업의 수준에서 만들어 왔는데요. 많은 쓰레기를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작업해 유용하게 쓰이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올해 안에 사업화하고자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의 작업이 레퍼런스로 머물기보다, 산업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오랫동안 고민해왔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쓰레기의 미래는?

‘쓰레기는 일반적인 소재다. 그리고 매력적인 소재다’라는 저희의 오랜 메시지가 일상화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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