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브리크 brique>
“전망 좋고 동선을 확보하기 쉬운 곳에 공유공간을 최우선으로 배치해 커뮤니티가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행복주택(HAPPY HOUSE)’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생각하면 천편일률적이고 딱딱한 이미지의 건물이 떠오르기 쉽지만 최근 생기는 행복주택 중에는 개성 강하고 독특한 외관에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공유 공간과 커뮤니티 프로그램까지 갖춰 마치 기업에서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이 중 신혼부부를 위한 ‘안양관양 행복주택’과 청년을 위한 ‘화성진안 행복주택 1, 2’는 재기 발랄한 디자인 행보를 보여온 젊은 건축가 그룹 ‘디자인밴드 요앞(designband YOAP)’이 설계를 맡아 행복주택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면은 물론이고 각종 서류와 씨름하느라 날밤을 샌 적이 적 많지만 차별화된 공유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던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설계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디자인밴드 요앞을 이끌고 있는 김도란 소장과 류인근 소장은 난생처음 맡은 공공 프로젝트라 긴장도 되고 무엇보다 작업 과정을 철저하게 기록해야만 하는 문서 작업이 낯설어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가장 고민했던 점은 역시 공유 공간이었죠. 보통 세대 별로 주거공간을 배치한 후 남은 자투리 공간에 공유 영역을 설계하지만, 이번에는 가장 전망 좋고 동선을 확보하기 쉬운 곳에 공유 공간을 최우선적으로 배치했습니다.”
덕분에 안양관양 행복주택은 총 55세대라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6층부터 옥상까지 이어지는 중정형 정원을 갖추고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놀이터와 공동육아 공간을 전진 배치할 수 있었다. 오픈 키친과 공동세탁실, 헬스장, 코워킹 스페이스 등의 시설을 보면 웬만한 규모의 레지던스 호텔 못지않다.
김 소장은 “신혼부부가 입주한 후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상황까지 고려했다”라며 “국내에는 이런 공간이 많지 않아 해외 사례도 찾고 다양한 시나리오도 구성하며 공간을 계획하느라 시간이 꽤나 걸렸다”라고 말했다.
청년을 위한 화성진안 행복주택은 현관문을 열면 눈앞에 바로 너른 카페가 펼쳐진다.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는 다목적 거실이다. 인테리어도 파스텔톤으로 마무리해 전체적으로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띤다.
류 소장은 “공유 공간은 아무리 잘 만들어놔도 실거주자가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라며 “거주자가 서로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동선을 고려하고 공유 공간의 활용도와 운영 프로그램까지 신경 썼다”라고 설명했다.
경기도형 행복주택이 차별화에 성공한 결정적인 요인은 상호존중에 있다. 시행을 맡은 경기도시공사와 시공 및 운영을 맡은 코오롱글로벌은 서로 협력하며 민관의 시너지를 냈다. 시행사는 진취적인 민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고, 시공사는 디자인밴드 요앞이란 젊은 건축가를 공공건축에 연계했다.
사업기획을 맡은 경기도시공사 정석진 과장은 “공공 주택이 주거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민간의 설계와 운영 아이디어가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운영을 맡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의 김희선 팀장 역시 “거주자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양질의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유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라고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