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주택에 관한, 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지식들⑤

시장은 변화할 것인가: 삶의 질을 위한 선택
North American Cottage interior. Main floor open area with living room and dining room, of winter home North of Toronto, Canada. Featuring large windows with view of surrounding area, grand fireplace, full size piano, modern mix of furniture and fabrics from around the world.
글_MAGAZINE BRIQUE

 

부동산에 대한 관점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자산증식 수단이 아니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터전이라는 평가가 확산 중이다. ⓒGettyImagesBank

 

부동산 시장은 변화할까? 유감스럽지만 예측불가능하다. 누구나 대한민국의 부동산에 거품이 심하다고 말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원치않는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정서가 여전히 국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지배적인 정서다.
누군가에게 부동산은 투자의 대상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산의 일부 또는 대부분이며,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 모든 ‘누군가에게’ 부동산은 살아야 하는 공간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도 국내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8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20년에는 42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인테리어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졌다. 스스로 필요한 물품을 사다가 직접 설치하고 시공하는 ‘셀프 인테리어’에서부터 홈쇼핑이나 쇼룸을 방문해 ‘원스톱’으로 리모델링을 마치는 방법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오래된 집은 많고, 고칠 곳은 더 많다’는 소비자들과 이를 겨냥한 업체들로 인해 국내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시장은 현재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인테리어 시장규모의 변화 추이 ⓒMAGAZINE BRIQUE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서울 강남에 위치하고, 대중교통이 편하고, 학군이 좋고, 가격은 내가 구입하기에는 적당한데 꾸준히 상승해야하고, 환금성이 좋아야 물론 좋은 집일 수 있다. 또 60평대 대형 아파트이거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조망권을 가지고 있어 프리미엄이 붙거나, 아니면 역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복층 빌라에 실외 수영장과 실내 차고가 갖춰진 대저택 등이 좋은 집일 수 있다.

자산이 풍부하고, 자금이 넉넉하다면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좋은 집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좋은 집이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할 수 있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집일 수도 있다. ‘셀프 인테리어’라고 이름붙여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좋은 집에 대한 생각들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은 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히 집을 수리하거나 보수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집을 바라보던 과거의 통념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주거환경을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바꾸려고 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추세다.

 

좋은 집에 대한 기준이 바뀌는 추세다.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주거공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GettyImagesBank

 

과거 주택정책은 1만 가구가 필요하면 이를 공급하기 위해 1만 가구가 살수 있는 아파트, 빌라, 주택단지를 만드는 것이 전부였다. 거기에 평형과 편의시설 정도가 고려됐을 뿐이다. 어떤 목적을 가진 어떤 분야의 어떤 취향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인지, 또 필요한 공간에 부합하기 위해 어떤 형태와 어떤 재료, 어떤 시설물이 보다 효율적인지에 대한 고민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반면 삶의 질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의·식·주’를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무농약 또는 유기농 채소와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변형 농산물 – 편집자주)가 아닌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확산됐고, 웰빙(Well-being), 웰에이징( Well-aging), 웰다잉(Well-dying)의 개념도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바라만봤던 부동산에 대한 관점 변화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나아가 주거공간을 자신에게 맞게 꾸미려는 인테리어에 대한 욕구도 연장선상에 있다.  국내에서 미니멀리즘 또는 북유럽풍의 가구 등에 대한 관심은 2014년 이케아의 국내 상륙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커졌다. 주거공간에도 취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던 전통적인 방식을 무시하고 새로운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자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소형주택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가장 최적의 주거건축물이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여전히 주거건축물은 자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부동산이 자산증식의 도구로서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 여기에 삶의 형태 및 가구 구성원의 변화, 인구구조의 변화, 생활환경의 다변화가 진행중이며 그 변화의 진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모든 이들을 만족하는 주거건축물 또는 주거형태는 존재하기 힘들고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각자의 여건과 취향,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건축물 또는 주거형태는 고민해 볼만하다. 그동안 우리는 아파트와 아파트와 유사한 형태의 빌라와 주택이 주거건축물의 모든 것인 줄 알고 수십 년을 살아왔다.

삶에 대한 고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기준, 스스로의 취향에 대한 성찰 등이 보태지면 적어도 그에 부합하는 주거 형태와 환경도 변화하지 않을까? 건설사가 공급하는 일방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취향이 반영된 주거구조가 대량생산, 대량유통되는 환경도 가능할지 모른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거 역사를 볼 때, 시장을 움직인 것은 결국 취향이 반영된 소비자의 선택이었다.

 


글 싣는 순서 : 소형주택에 관한, 알아두면 쓸모있을지도 모를 지식들

1. 저렴하지 않다: 설계, 공간을 위한 출발점
2. 걸리버들이 산다: 대형주택의 축소판이 아니다
3. 낯선 외관과 공간에 익숙해지기까지: 당신의 삶을 살 준비가 됐습니까?
4. 은퇴한 이들을 위한 주택: 쉐어하우스, 그리고 공간의 교집합
5. 시장은 변화할 것인가: 삶의 질을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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