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시간

[People] 에피소드 성수 101 거주자들이 말하는 1인 가구의 일상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경섭  사진. 김현경

 

나의 선택으로 채운 곳 – 걸어서 출근하며 동네 풍경을 보는 나날

 

송고은 씨는 국문학과를 나와 방송사에서 일하다 퍼스널 트레이너가 되었다. 몸의 행복이 마음의 행복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함이 삶의 질로 이어진다 믿는 그는 첫 독립의 장소로 ‘에피소드’를 택했다. 그가 풀어 놓은 요즘의 그의 일상을 전한다.

 

거주자 송고은 씨 ⓒBRIQUE Magazine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2년째 뚝섬역 부근에서 테라피티라는 샵을 운영 중이에요. 에피소드에는 2월 중순에 들어왔어요. 부모님과 살던 집이 성수동과 거리가 있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어요. 이번이 첫 독립이에요. 공간에 있는 모든 물건이 직접 산 것들이에요. 내가 선택한 물건들만 있는 공간이라는 게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이사하면서 필요 없는 옷가지나 짐을 두 박스 정도 버렸어요. 집에는 일과 관련된 것들을 들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운동기구 같은 거 있잖아요. 이사오고 며칠 동안 엄청 외로웠어요. 가족들이 밥 잘 먹었냐고 묻지도 않는 거예요. 막내로 커서 그런지 연락 없는 게 낯설더라고요.

공유 주택이라는 게 되게 새롭더라고요. 독특하기도 하고요.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내부 공간도 여러모로 재미있었어요. 8층에 머무르고 있는데, 공간이 답답하지 않아서 좋아요. 햇볕도 잘 들고요. 오래 있어도 우울감이 잘 들지 않는 공간이에요. 창밖 풍경을 보면 한강이랑 성수동 거리가 보이는데, 퇴근 후에 바깥을 내다보고 있으면 내가 진짜 혼자 산다는 실감이 들더라고요. 최근에 샐러드 사업을 새로 시작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채식주의자인 어떤 회원님 때문에 채식에 관심이 생겼는데, 환경에도 바람직하다고 해서 채식 지향을 실천 중이에요. 플라스틱 재질 칫솔이나 페트병, 비닐을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요.

 

송고은 씨는 피큐어로 방을 꾸며 놓았다. ⓒBRIQUE Magazine

 

제 자신에게 집중하는 기간을 보내고 있어요. 시야를 넓히려면 운동 외에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더라고요. 에피소드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분들과 교류가 생겨서 더 자극받고 있어요. 2월에 열렸던 TED 소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다양한 분야의 직업이 이렇게 많다는 걸 배웠어요.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하는 때이다 보니까, 지금은 에피소드가 일상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이 많아지면 거실이나 방이 하나 더 있는 집으로 옮길 수도 있겠지만요. 에피소드 피트니스룸에서 입주자분들을 대상으로 피티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보통 오피스텔에서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잖아요. ‘엣피’라는 이름으로 다른 거주자분들과 만나니까 친밀감이 들더라고요. 최근에는 같은 층에 사는 분과 수업을 몇 번 했어요. 지나다니면서도 가끔씩 마주치는데 엄청 반가운 거 있죠.

영화를 즐겨봐요. 그쪽 일을 하고 싶어하기도 했고요. 에피소드 지하 라운지에 영화를 틀어주기도 하던데, ‹아멜리에›랑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같이 보고 싶어요. 원래 좋아하는 영화이긴 한데,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생각나요.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중이어서 그런가 봐요.

 

에피소드 성수 101 피트니스 룸 ⓒSK D&D

 

혼자만의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 법 – 나를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한다

 

이정화 씨는 혼자 있는 시간 만큼,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하는 일,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그는 화분 두 개와 함께 ‘에피소드’로 이사 왔다. 그가 전하는 요즘의 그.

 

거주자 이정화 씨 ⓒBRIQUE Magazine

 

올해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딱 십 년 째 되는 해에요. 호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어요. 취직하면서 한국에 다시 들어온 거죠. 첫 직장인 은행을 퇴사하고 여러 일을 해왔는데, 지금은 남성 화장품 마이크로브랜드의 미국 론칭을 준비 중이에요. 은행에서 일하는 내내 나와 잘 안 맞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하고 MBA를 준비했어요. 그때 마침 크로스핏에 빠졌어요. 스포츠에 개인적인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오랫동안 취미로 농구를 해오기도 했고요. 크로스핏 인기가 점점 높아지는데, 국내에서는 관련 용품을 파는 곳이 없더라고요. 해외 제품 수입과 자체 제작 상품 판매를 시작해봤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4년간 사업을 이어왔는데, 경쟁 업체가 늘어나면서 고민이 커지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아는 친구에게 같이 코스메틱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을 받았어요. 한창 일이 바쁠 때여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조금 지연되고 있어요. 본의 아니게 일상에 여유가 생겼네요.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 편이기도 하고요. 에피소드로 이사 오면서 혼자 있는 것, 나만의 공간에 있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요즘 혼자 지내면서는 이런 시간이 내게 필요했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 가족들과 함께 살아서 좋은 점도 많지만요. 아무래도 외국에서 살아 온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혼자 있는 게 익숙하고 편안한 편이기도 하고요. 원래의 나로 되돌아온 느낌이에요. 복층인 10층에서 지내고 있어요. 방에서 보이는 풍경이 참 좋았어요. 도시에서 살다 보면 창 너머로 탁 트인 경관을 보기가 힘들잖아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서 살아본 적도 있는데 항상 느꼈던 게 답답하다는 거였어요. 공간에 대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없어요. 아직은 방에 적응 중이기는 해요. 좋은 점 하나 더 말하자면 욕실이 커요. 보통 오피스텔 같은 곳은 방 크기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욕실을 최소한으로 설계하잖아요.

 

이정화 씨의 화분 ⓒBRIQUE Magazine

 

에피소드 분위기가 미국의 대학 기숙사 같은 면이 있어요. 공용 공간이나 커뮤니티 이벤트에 익숙한 편이라서 이곳이 더 끌리기도 했던 것 같아요. 아직 에피소드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지는 못했는데 여러모로 기대돼요. 사람 많은 곳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건 즐거운 일이잖아요. 이사 오면서 화분을 두 개 샀어요. 크루시아랑 아이비인데요. 쉴 때는 그 친구들을 보거나, 계단에 앉아서 창밖을 자주 내다봐요. 최근에 일상에 변화가 큰 편이었어요. 하는 일이나, 사는 곳 등이 완전히 바뀌었으니까요. 스트레스가 클 수도 있는 상황인데, 사는 곳과 잘 맞아서 그런지 변화의 기간을 편하게 보내고 있어요.

 

에피소드 성수 101 CURATED TYPE ROOM ⓒJOONGHO CHOI STUDIO

 


관련 기사 : 

 

에피소드 성수 101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3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brique.co/book/brique-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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