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성수동에 어떤 집을 지을까?

[QnA] 소수건축의 ‘3/1(일삶)빌딩’ ① 성수동 토박이의 새 집 짓기
ⓒKyung Roh

글. 김윤선 에디터  자료. 소수건축사사무소

 

성수동은 여전히 ‘핫’하다. 연일 카페와 레스토랑, 복합문화공간 등이 문을 열고, 대형 지식산업센터가 곳곳에 들어서고, 여기저기 건물을 고치거나 새로 짓느라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아침저녁으로는 출퇴근자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골목골목을 가득 메우고, 주말에는 각지에서 몰려든 트렌드세터들이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런 성수동의 질주에 다른 방법으로 동참한 이도 있다. 성수동 토박이인 70대 부부다.

 

ⓒKyung Roh

 

건축주가 성수동에 오랫동안 살아오셨던 분이라고요.

건축주는 성수동 토박이인 70대 중반의 부부입니다. 건축주가 집을 새로 짓기로 한건 오랫동안 살아온 집이 노후했기 때문이었죠. 기존 집은 3층짜리 다가구주택이었는데요. 1, 2층은 임대해 세입자가 살고 건축주 부부는 3층에 살고 계셨어요. 그런데 두 분이 나이가 드셔서 3층까지 거동이 불편해지셨고, 엘리베이터가 필요하게 되었어요. 성수동에 오랫동안 살면서 쌓아온 동네에 대한 애착 때문에 이사를 하지 않고 집을 새로 짓기로 하셨죠.

 

ⓒKyung Roh

 

동네를 떠날 수 없어 집을 새로 지을 만큼, 건축주에겐 성수동이 큰 의미가 있는 동네였나 봐요.

그분들에겐 성수동이 고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고향’은 세월이 지나도 항상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곳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하지만 여긴 너무나 많이 변한 고향의 모습이고, 그래서 동네를 떠나지 않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건축주에게 고향을 지켜낸다는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사실 성수동에 땅값이 엄청나게 올랐잖아요. (웃음) 이 집을 팔고 더 좋고 편한 아파트로 이사를 할 수도 있는데, 여기에 친구들도 있고 지속해 온 동네 커뮤니티가 있으니까, 정서적으로 의미가 깊은 동네를 떠나기가 어려웠던 거예요.

 

곳곳에 옛 모습을 간직한 동네 ⓒKyung Roh

 

건축주가 연로하신데 소통은 어떻게 하셨어요?

건축주의 둘째 아들분이 저희와 소통의 매개가 되어 주었어요. 사무실에서 여덟 번 정도 미팅을 했는데, 그때마다 중요한 이슈를 결정하는 협의가 있었거든요. 놀랍게도 한 번도 어김없이 반드시 부모님을 모시고 오셨어요. 세세한 의사결정 하나하나에 부모님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신 거죠. 그런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말로 그곳에 사는 사람이 주인공인 집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또 저희를 전문가로 존중해주시고 대부분의 의견을 따라 주셨어요. 가끔 이견이 있을 때도 서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조율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전반적으로 무척 매끄럽게 진행되었습니다.

예전 집은 어떤 상태였어요?

과거 직원용으로 저렴하게 분양한 주택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때 여러 채를 분양했는지 이 일대에 비슷한 주택이 아주 많아요. 화장실이 외부에 있을 정도로 지금은 보기 힘든 방식의 주택이었는데, 건축주가 중간에 한번 손을 보셨대요. 예상컨대 이 집을 지을 당시 성수동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공동 주거용으로 쓰였던 거 아닌가 싶어요.

 

건축주가 살았던 옛집 풍경 ⓒSOSU ARCHITECTS
건축주가 가꾸던 화단 ⓒSOSU ARCHITECTS

 

특별히 어떤 집을 원하셨던 가요?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깨끗하고 따뜻한 집’이었어요. 옛날 집이 매우 노후해서 단열에 취약했기 때문에, 특히 건축주 아들분께서 부모님이 따뜻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어 하는 바람이 강하셨어요. 엘리베이터도 빼놓을 수 없죠. 그리고 전처럼 꾸준하게 임대가 잘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특별히 집 짓기에 대한 로망이 있지는 않으셨던 것 같고요. 깨끗하고 따뜻하고 이동이 편리한 집, 집의 본질적인 기능에 집중하셨어요. 건물을 지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건축주마다 천차만별인데, 이 분의 경우 자산 가치로만 접근하기보다 동네에 새롭게 짓는 집이라는 점도 잊지 않으셨죠.

 

건축주는 맨꼭대기층인 7층에 살면서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한다.  ⓒSOSU ARCHITECTS
건축주가 원했던 ‘깨끗하고 따뜻한 집’ ⓒKyung Roh
ⓒKyung Roh

 

주변 환경은 어땠나요?

이 동네는 준공업지역*이에요. 집 근처 분위기만 보면 제1종 주거지역이나 전용주거지역*처럼 보이는데 좀 신기한 동네였죠. 법에서 규정하는 도시의 분류와 실제 사는 모습이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어요. 조금만 블록을 벗어나도 공장과 상업시설 등이 나타나고요. 곳곳에 독특한 카페나 음식점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고, 특히 요즘은 오피스가 꽤 많아졌어요. 정말 여러 가지가 뒤죽박죽 혼재된 동네랍니다. 대지가 면해있는 이 길은 기존의 집과 비슷한 형태의 주택들이 모여 있었어요.

 

ⓒKyung Roh

 


*준공업지역이란? 도시지역(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 중 하나인 공업지역 가운데 경공업이나 환경오염이 적은 공장을 수용하는 곳이다. 전용공업지역 및 일반공업지역과는 달리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업무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현행 서울시 도시계획조례 시행규칙에서는 공장용지 비율이 30% 이상인 준공업 지역에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전용주거지역이란? 용도지역의 주거지역 중 주거지역의 하나로, 양호한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장관·특별시장·광역시장이 지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전용주거지역은 제1종 전용주거지역과 제2종 전용주거지역으로 나뉘며 제1종 전용주거지역은 단독주택 중심의 양호한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지역으로 건폐율은 50% 이하이며 용적률은 50% 이상 100% 이하이다.


 

특이한 점은 준공업지역이기 때문에 용적률 제한이 400%로, 보통 주거지역의 2배 정도라는 거예요. 게다가 준공업지역은 일반 주거지역과 달리 일조사선 제한을 적용받지 않아 여러모로 전용주거지역보다 유리한 상황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만 가로구역별 높이 제한을 적용받고 있었죠. 가로구역별 높이 제한은 도로로 둘러싸인 지역을 단위로 하여 건축물의 최고 높이를 제한하는 규정이에요. 어쨌든 주어진 환경에 비해 높게 지을 수 있는 대지인 것만은 분명했어요. 대지는 4m의 폭의 이면도로를 접하고 있는데요. 이 도로를 따라 주택들이 점차 높게 새로 건축할 것을 생각하면 동네가 너무 답답해지고 삭막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은 노후한 낮은 주택들이 대부분이지만 새로 지어 개발할 의지를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좁은 가로 환경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살려내면서 집을 지을까가 설계의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용도의 건물들이 혼재된 성수동 준공업지역 ⓒKyung Roh
You might also like

스테이 창업 전, 반드시 두드려보아야 할 돌다리 ‘스테이 스쿨’

스테이 스쿨 강사진으로부터 미리 들어보는 생존 전략

일상의 웰니스 라이프 큐레이터에게 묻다

[Wellness Lifestyle] ⑧ Life Curators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Portrait] 호텔을 만드는 사람 한이경

‘왜 홀리스틱 웰니스인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Interview] 상하 리트릿 CCO & 총괄 건축가 — 캘빈 싸오Calvin Tsao

짓기 전에 꼭 넘어야 할 스무고개가 있습니다

[다시 만난 브리크의 공간] ① 서교동 카페 ‘콤파일Compile’ 황지원 대표

우리나라 아파트 디자인의 이면

[정해욱의 건축잡담] ⑨ 건축가가 발견한 디자인 특이점에 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