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자료. 현대모터스튜디오
자동차 기업에 브랜드 공간이란 어떤 의미일까? 고객이 브랜드의 주력 상품인 자동차를 눈앞에서 보고 직접 시승하며, 구매를 결정하는 공간? 그동안 자동차 기업의 브랜드 공간은 상업 공간이거나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동차를 경험하는 일은 대개 자동차를 운전하는 일과 동의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동차 기업이 공간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는 자동차 기업의 정체성 확장과 연관이 있는데, 그들이 자신을 ‘모빌리티 서비스Mobility Service’ 기업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초 신년사 발표를 통해 회사 이름에서 ‘자동차’를 빼고 ‘기아’로 새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 ‘모빌리티 솔루션Mobility Solution’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그러자 브랜드 공간의 역할도 달라졌고, 고객에게 공간을 통해 기업의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 확장을 분명하게 인지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현대모터스튜디오Hyundai Motorstudio’는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철학과 방향성을 최전선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창조하겠다는 취지에서 2014년 문을 연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현대자동차의 사업 영역 확장과 더불어 공간의 정체성과 역할 역시 변화 중이다.
차량 시승 체험과 함께 각종 문화예술 전시를 진행하고, 앞으로 현대자동차가 나아갈 방향성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표현한다. 서울을 시작으로 고양, 하남, 베이징, 모스크바에 이어 지난 4월 8일 부산에 새로 문을 열었다. 특히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양산형 차량 전시 없이 ‘디자인’을 핵심 콘셉트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와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기 위해, 스페이스오퍼레이션 팀 소속 김소민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은 브랜드를 고객에게 인식시키고자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이 공간의 역할과 의미는 물론, 지난주 첫 모습을 드러낸 부산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스페이스오퍼레이션 팀Space Operation Team’이라는 부서 이름이 독특합니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데요. (웃음)
평소에 자주 듣는 이야기에요. (웃음) 현대자동차에는 스페이스크리에이션 팀, 스페이스커뮤니케이션 팀, 그리고 스페이스오퍼레이션 팀이 있습니다. 스페이스크리에이션 팀은 새로운 공간,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를 기획하는 팀이에요. 스페이스커뮤니케이션 팀은 공간이 완성되면, 완성된 공간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언론과 긴밀히 소통하는 팀이고요.
제가 소속된 스페이스오퍼레이션 팀은 국내외 현대모터스튜디오 거점을 운영하며 다양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알리는 일을 맡고 있어요. 저는 팀 업무를 총괄하면서 브랜드 공간을 통해 고객들에게 일관되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어떤 목적에서 탄생했나요?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공간입니다.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창조하고, 경험하는 공간이에요. 차량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문화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해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공간으로 탄생했습니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국내에 4곳, 해외에 2곳이 있죠. 각 공간을 설명해주신다면.
우선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은 현대자동차의 실험 정신이 담긴 첫 번째 브랜드 체험 공간입니다. 고양관은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라는 콘셉트 하에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다채로운 자동차를 테마로 한 콘텐츠로 구성되었고, 하남관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와 연관된 라이프스타일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미디어 콘텐츠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자동차가 아닌 ‘디자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디자인 관련 전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디자인 전시 외에도,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각종 클래스도 운영하고자 합니다.
해외 거점의 경우, 현대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 에너지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예술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어요. 현대모터스튜디오 모스크바는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방향성이 반영된 글로벌 아트 전시와 인터랙티브한 미래 모빌리티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거점 공간마다 성격과 역할을 다르게 세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거점별 위치에 맞게 타깃하고자 하는 다양한 고객의 필요를 반영하기 위함이에요. 그래서 공간의 콘텐츠 운영방식과 공간의 성격을 제각기 다르게 두었죠. 특히 해외의 경우, 도시별로 지향하는 창의적인 영감과 진보적인 가치를 적절히 살핀 테마와 콘텐츠로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주 방문객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방문객의 성향도 거점마다 제각기 다른가요?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고객부터 문화 예술 활동과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체험하고 경험하고자 하는 고객까지, 제각기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점별로 나누어 살펴보자면, 우선 서울의 주 방문객은 자동차와 아트 전시에 매우 관심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고양과 하남은 가족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하고 있고요.
해외는 어떤가요?
현대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은 ‘798’이라는 예술 지구 내 있어 젊은 아티스트 등을 포함, 미술 업계 종사자들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저희 공간의 아트+테크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꾸준히 방문하고 있습니다. 모스크바는 다양한 주제의 토크 콘서트나 워크숍 등이 개최되고 있어 자동차 및 미래 모빌리티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직장인들이 주로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요.
독창적인 공간 디자인이 돋보이는데요. 설계에 참여한 건축가들이 궁금합니다.
공간 설계에 다양한 국내외 건축가들이 참여해주셨어요.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과 하남은 제네시스 스튜디오, 이솝 판교점 등을 설계한 ‘서아키텍스’에서 설계를 맡았습니다. 가장 큰 공간을 지닌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은 해외 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진행했는데, 오스트리아에 위치한 ‘델루간 마이슬 건축사사무소Delugan Meissl Associated Architects’에서 설계했습니다. 한국 외에도 중국,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사무소죠. 현대모터스튜디오 베이징과 모스크바 역시 해외 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맡았습니다. 그래픽 디자인, 영상 디자인, 웹 디자인 등 폭넓은 디자인 경험을 지닌 뉴욕의 ‘2×4 스튜디오’가 진행했죠.
지난 4월 8일 오픈한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현대카드 사옥, 남촌 미술관 등을 설계한 국내 건축사사무소인 ‘원오원아키텍츠’에서 설계를 맡아주셨습니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어떤 곳인가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은 ‘디자인’을 테마로 한 첫 브랜드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른 현대모터스튜디오 거점들과 다릅니다. 자동차가 아닌 일상 속 디자인, ‘Design to Live by’를 콘셉트로 고객들과 소통하고자 만들어진 공간이죠. 자동차 디자인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상 속 디자인 전반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에요. 디자인의 영향력을 체험할 수 있는 연간 기획전시와 고객 경험 프로그램으로 앞으로 고객과 지속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금은 <REFLECTIONS IN MOTION>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전시도 진행 중입니다.
다른 거점들과 핵심 테마가 다르다 보니, 방문객 성향도 다를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MZ 세대부터 유관 업종에 근무하는 전문가들, 즉 ‘크리에이티브 클래스’로 보시면 됩니다. 타 거점과 달리 디자인을 테마로 한 전시가 주를 이룰 예정이라, 평상시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2040 고객들이 글로벌 디자인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자동차 기업의 공간이지만, 차량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판매는 하지 않지만, 자동차를 직접 보고, 만지고, 타볼 수 있는 경험을 ‘구루guru’라고 불리는, 전문 지식을 가진 직원과 함께 제공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승 수요가 많아져 비대면 시승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차종을 확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과 하남은 차량 구매에 관심 있는 고객들을 위해 카마스터와 상담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인식 제공을 하기 위함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죠. 자동차와 관련 없는 프로그램들도 제법 있고요.
자동차나 모빌리티와 연계된 쇼케이스부터 참신하고 실험적인 문화·예술 콘텐츠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흥미롭고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또 전시와는 별개로 고객들에게 현대자동차만의 특별함을 선사하고 참신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토크쇼, 러닝 프로그램 등 현대모터스튜디오만의 고객 경험 프로그램 ‘인스퍼레이션 랩Inspiration Lab’을 기획, 운영하고 있어요.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두루 만족할 수 있는 워크숍 및 클래스를 각종 테마에 맞춰 운영하고 있죠.
공간 운영에 있어 체험과 전시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체험과 전시 프로그램이 많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에요. 고객과 소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죠. 거점별 방문객들의 성향에 따라,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이 전시가 될 수도 있고 체험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핵심은 고객과의 소통이군요.
맞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방향성을 담은 전시 콘텐츠와 체험 활동까지,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고객에게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데, 이 모든 것이 고객과 현대자동차가 꾸준히 소통하기 위함이죠.
스페이스오퍼레이션 팀과 팀장님에게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다양하면서도 실험적인 도전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색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해요. 그러기 위해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및 다양한 온·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고객들과 꾸준한 소통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적인 도전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방문객들에게 현대모터스튜디오가 어떤 공간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하나요?
공간에 방문하는 모든 고객이 현대모터스튜디오만의 전시 및 고객 경험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 문밖을 나섰을 때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새로운 ‘영감’을 얻어갈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관련 기사 : 현대자동차, 디자인 기반 브랜드 체험 공간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