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어우러진 디테일

[Story]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 공간 이야기 #2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지일  사진. 이동웅  자료. 언맷피플

 

글 싣는 순서 

당신의 영감이 되는 곳 – 한라산 중산간에 세운 마을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 #1
자연에 어우러진 디테일 –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 공간 이야기 #2
좋은 공간이 삶을 바꾼다 –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티브 기업 ‘언맷피플’ #3

사실 이곳의 주인공은 빌리지 자체보다는 주변의 풍경이다. 이로 인해 설계는 외관을 드러내기 보다는 건물을 통해 보이는 풍경에 집중했다. 특히 숙박 공간의 경우, 내부에서 바라보는 경관과 프라이버시 존중이라는 필요 조건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일반 투숙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테이는 복층 구조의 단독 건물로, 송당리 오름과 벌판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향의 배치나 창의 크기와 위치 등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레지던스의 경우, 스테이동에 가려져 온전하게 경관을 바라볼 수 없는 단점을 내부의 만들어진 뷰를 통해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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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디자인한 권효윤 프로젝트 디렉터는 빌리지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으로 프라이빗 라운지와 파빌리온을 꼽았다. 라운지가 있던 곳에는 원래 우물이 있었고, 빌리지에 있는 여러 건물 중 오직 라운지만이 우물을 모티프로 한 원형의 형태다. 먼 옛날 물이 있는 곳에서 문명이 시작되고 마을이 형성되었듯, 문화를 나누고 향유할 수 있는 빌리지의 핵심 역할을 라운지에 부여한 셈이다. 라운지의 2층은 폭넓은 시야를 위해 설계한 파노라마 창을 통해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숙박 시설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기에 인적 드문 시간대에는 이 풍경을 온전히 혼자 누릴 수도 있다. 2층의 모든 가구는 프리츠 한센Fritz Hansen 제품이며, 록시땅L’Occitane 과도 제휴해 간단한 세정 용품과 방향 제품을 비치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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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디테일들
튀지 않으면서도 섬세한 디자이너의 디테일은 공간 곳곳에 숨어 있다. 스테이동 외부에 설치된 가스 배관이나 에어컨 실외기는 이용객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나지막한 담장 너머에 숨겨져 지상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제주 특유의 낮은 돌담을 둘러 빌리지의 경계를 형성하고, 건물의 담장은 벽돌을 세로로 쌓아 조성해 벽돌로 마감한 스테이 건물과의 조화를 꾀했다. 야외 테라스에 깔린 화산석은 이곳이 제주임을 알게 해준다. 향의 배치를 중요하게 고려한 결과 각 시설 내부로는 눈이 부실 만큼의 자연광이 유입된다. 스테이동 2층 수면 공간에는 유리 블록으로 가벽을 세워 개방감을 주었으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하부 공간을 적절히 활용한 점도 인상 깊다. 내부 공간은 전체적인 톤을 흰색으로 통일해 깔끔하다. 통창과 ‘ᄀ’자 창으로 그림 같은 풍경이 보이도록 해 주변 자연환경을 인테리어 요소로도 활용했다. 두 공간 모두 간단한 조리 시설이나 가스 설비 등을 갖추고 있어 장기간 머무는 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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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의 유명한 이웃
코사이어티 빌리지는 이미 제주도에서 유명한 장소다. 이웃인 블루보틀 때문이다. 블루보틀 제주점은 국내 아홉 번째 블루보틀 매장이자, 서울 이외의 지역에 개점한 첫 번째 매장이다. 위치하는 지역의 특색을 살려 유연하게 변화하는 블루보틀의 공간 디자인은 제주에서도 유효하다. 전체적인 건물의 설계는 코사이어티가, 공간 기획은 제주 출신으로 구성된 디자인 크루 팀 바이럴스Team Virals의 문승지 작가와 협업했다. 건물 양쪽으로 커다란 유리창을 두어 주변의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게 디자인했고, 삼나무 군락을 배경으로 낮은 돌담을 적절히 둘렀다. 제주 해변 주변의 버려진 유리 조각으로 바닥재를 제작하는 등 제주만의 요소를 실내 공간과 메뉴에도 적절히 반영했다. 건물과 연결되어 있는 뒷마당에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있는데, 실내보다는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가 더 운치 있다. 블루보틀의 정문을 중심으로 건물 왼쪽에는 제주맥주가 이웃한다. 지난 10월에는 블루보틀과 제주맥주가 협업한 제품의 프로모션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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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장한 시퀀스
라운지의 1층 출입문으로 들어가기 전 마치 ‘터널’ 같은 공간을 발견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이동한다. 터널의 끝에 닿으면 너른 잔디마당이 바로 보인다. 자연이 주는 경외감에 자신도 모르게 한참을 바라보게 하는, 빌리지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이자 순간이다. 빌리지와 연결된 근처의 당근밭과 광활한 들판, 둘레길처럼 이어진 산책로를 걷다보면 앞에서 언급한 ‘이곳에 와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시퀀스는 전시 공간인 파빌리온에서도 발견된다. 실내에서는 창틀이라는 프레임 속의 풍경을, 외부 산책로로 나가는 길에는 털수염풀이 넘실대는 뜰과 멀리 보이는 오름의 풍경 속에서 트인 공간을 만난다. 입구 로비에서 좁고 기다란 유리 천장이 있는 복도를 지나면 시원하게 뚫린 하늘을 맞이하며 자연과 적극적으로 조우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제주의 하늘과 동백나무만이 나와 함께 한다. 디자이너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방문하는 이들이 공간의 변주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변화 그 자체가 시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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