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share house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나눈다는 share와 집이라는 house가 합쳐져 있다. 집을 나눈다 또는 집을 나누어 사용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실 이러한 삶의 방식, 또는 생활 습관, 라이프 스타일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이러한 집을 나누어 사용하는 형태는 전세, 월세, 하숙이라는 형태로 존재했었다. 집에 일부를 나누어 세를 놓거나, 하숙을 하거나 하는 방식은 주택보급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풍토와 함께 점차 기피되다가 다시 찾아온 복고유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독립된 개인침실이 존재하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실과 욕실, 화장실, 세탁실이 존재하고, 주방과 마당 정원과 운동시설 등을 함께 사용하는 식의 생활방식은 기숙사와 하숙집에서 이뤄지는 주거생활과 유사하다. 셰어하우스가 다가구주택과 다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적극적인(!) 사적공간과 느슨한(!) 공적공간이 공존하는 형태의 주거라는 점일 것이다.
셰어하우스는 크게 거실과 주방, 화장실과 욕실 등 공용 공간을 공유하는 플랫 셰어flat share와 방까지 공유하는 룸 셰어room share로 나뉜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문만 공유하고 서로 집을 구분하는 하우스 셰어house share 형식도 있다. 아키후드가 작업한 프로젝트 ‘틈틈집Gap House’은 플랫 셰어를 기본원칙으로 두고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6개의 침실, 4개의 화장실, 3개의 발코니, 2개의 공용거실과 주방이 크게 두 개의 블록으로 나뉘어 한 층에 존재하는 형태다. 개인의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현대사회에서 그리고 외동으로 자란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누군가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요하는 일이다. 부모를 제외하고 온전히 나혼자의 영역이었던 집이라는 공간이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한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이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의 생활습관, 동선, 취향과 직업, 기호와 불호가 언제든지 충돌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때문에 공간의 공유를 위해서는 공간의 분할, 공간의 배치, 공간의 크기와 위치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동일한 구조로 쌓아올린 일반적인 공동주택과는 달리 각 층들이 별개의 구획으로 구성된 것은 공간의 분할과 배치에 있어서 고민이 내비치는 부분이다. 상하좌우의 공간에서 유사한 공간이 없지만 동일한 형태의 행위를 위한 공간이 비껴서 존재한다는 것은 시선과 동선의 자연스러운 분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서로 다른 혼자의 영역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요소다.
이웃 간의 정이라는, 이제는 왠지 낯선 관념을 끌어다 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어쨌건 셰어하우스Share House라는 공간은 내가 아닌 타인과의 셰어스페이스Share Space와 셰어라이프Share Life를 강제한다. 누군가와 함께 공간을 공유하고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고, 타인과의 삶에 익숙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추세가 꼭 획일화될 필요도 없다고 본다.
공간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삶도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셰어하우스라는 단어를 가진 주거건축물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기도 하면서 새로운 삶에 의해 변화해 갈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다양한 삶의 형태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의 출현은 늘 환영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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