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함께 하는 내면의 탐색

[Place_case] ③ 집과 성당을 모티프로 한 카페 ‘YM Coffee Project’
©Place_case
글 & 사진. Place_case (플레이스 케이스)

 

세모가 올려져 있는 네모를 잠시 상상해 보자. 두 도형의 조합은 어떤 모양으로 보일까? 많은 사람들이 ‘집’을 떠올릴 것이다. 삼각형의 박공 지붕이 있는 육면체의 집. 대다수가 다층 건물에 사는 현대사회이지만, 이 형태는 우리에게 ‘집 모양’으로 친숙하게 인식된다. 이 단순한 표상에는 ‘보호받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물리적, 정서적 의미가 반영되어 있다. 집 외에 이 표상이 익숙한 곳은 교회 또는 성당일 것이다. 삼각형 위에 십자가가 있는 곳. 안식처와 같은 두 곳을 상징하는 이 모양에는 건축적 형태와 더불어 심리적 안정감이 함께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

 

서울 은평구에는 ‘집 모양’의 닮은꼴인 두 카페가 있다. 건물의 외형이나 로고 때문만이 아니라, 도형이 은유하는 안정감을 커피와 공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각각 집과 교회를 닮은 두 매장은 창업자 조용민 대표의 커피 브랜드 ‘YM Coffee Project’의 1호점(YM 커피하우스)과 2호점(YM 에스프레소 룸)이다. 커피를 통해 일상 속 특별함을 전달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은 이 브랜드는, 70년 이상을 지속하는 것을 꿈꾸며 탄생해 이제 7주년을 앞두고 있다. 국내 카페 영업지속기간이 평균 3.6년인 점을 감안한다면 70년을 계획하는 30대 창업자의 커피 브랜드는 분명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핸드 드립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1호점 ‘YM 커피하우스’ 내부 전경 ©Place_case

 

연신내역 부근에 위치한 ‘YM 커피하우스’는 집처럼 편안한 공간을 추구한다. 2017년에 오픈한 이 곳은 유행을 좇지 않지만 심미적 감성을 자극하고, 화려하지 않지만 아늑한 장소에서 전문 바리스타들의 핸드 드립 커피를 천천히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저는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어요. 커피를 다루게 되면서 사람들의 추억이 오래 깃들 수 있는 곳이 제가 사는 지역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고, 그것이 젊은 나이에 호기롭게 1호점을 매입하도록 한 계기가 되었죠. 이 자리에서 70년 동안 카페를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100세 시대잖아요! (웃음) 초심을 지키며 좋은 커피가 있는 좋은 공간을 가꾸어 나가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찾아온 누군가에게 ‘이곳은 여전히…’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조용민 YM Coffee Project 대표

 

이 건물은 원래 47평의 대지에 건평 23평 규모의 다세대 주택이었다. 주거 용도로 계획돼 번잡한 대로변에서 벗어나 골목 안쪽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YM 커피하우스’의 간판도 골목 초입에서 보일 듯 말 듯 가려져 있고, 진입로 앞에 놓인 작은 입간판만이 카페의 존재를 알릴 뿐이다. 조 대표는 숨겨져 있는 집의 위치와 작은 마당, 그리고 집의 형태를 본 순간 이곳이 자신의 공간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진입로 초입과 ‘집 모양’의 카페 건물 전경 ©Place_case

 

YM 커피하우스의 공간은 각각 ‘열림과 닫힘’을 통해 내부와 외부 영역을 구분한다. 골목으로 들어와 마주하는 카페 건물은 마당 경계선을 둘러싼 높은 나무 울타리로 가려져 있다. 옆 건물과의 시각적 차단과 공간 분리를 통해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곳이 ‘안전한 다른 세계’로 느껴지기 원했다는 조 대표의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으로, 대지의 가장자리를 따라 가지런히 서있는 나무 울타리는 외부로부터 내부공간을 가려주고, 안에서 보았을 때에도 답답하지 않은 아늑함을 연출한다.

출입구는 두 곳인데, 전면의 큰 문(주 출입구)과 측면의 작은 문(부 출입구)가 있다. 위치는 다르지만 두 출입구 모두 전이과정을 거쳐 내부로 진입한다. 큰 문으로 들어오는 고객은 창문을 바라보며 들어와 벽을 돌아야만 비로소 홀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작은 문으로 들어오는 고객은 마당을 빙 둘러서 들어오는데, 내부가 언뜻 보이는 큰 창문들을 지나 들어오게 된다.  짧더라도 한 템포 쉬어가는 이 여정은 방문객들은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깥의 세계를 뒤로한 채 내부와 자연스럽게 연결짓고, ‘다 왔다’라는 기대감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좌) 주 출입구를 바라본 장면. 문 옆의 벽은 내부 입장시 홀을 바로 마주하지 않도록 시선을 가려준다. (우) 부 출입구와 마당 뷰. 나무 울타리가 둘러선 공간을 지나 입장한다. ©Place_case

 

나무 울타리와 벽돌벽, 이중으로 보호받고 있는 공간의 내부는 완전히 열려 있다. 기둥이 없는 실내는 어느 곳에 앉아도 내부가 한 눈에 보인다. 공간의 중앙에 11자로 놓인 두 개의 대형 오픈 바는 바리스타들의 작업공간이자 고객의 테이블을 겸하는데, 이 배치는 바리스타들의 작업 효율, 그리고 고객과의 소통을 용이하게 한다.

마치 무대에 서있듯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두 테이블 사이에서 커피를 내리는 전문 바리스타들은 모든 작업 과정이 노출되는 것을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즐긴다. 이들은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커피의 강도와 온도, 그리고 잔까지 맞춤으로 제공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고객들이 바리스타들에게만 친근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도 느슨한 소속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숨겨진 이곳을 찾아낸, 같은 취향을 공유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내적 친밀감 같은 것이랄까.

 

부 출입구로 진입시 보이는 장면. 11자 형태의 오픈 바는 바리스타의 작업대이자 고객의 테이블이다. ©Place_case

 

‘커피에 대한 정성을 나누는 공간’ 이라고 이 매장을 소개한 조 대표는 이곳을 아버지와 함께 직접 리모델링했다. 창틀과 창문, 대문과 손잡이, 벽과 천장 페인팅 등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오감으로 커피를 느끼기 원했다는 그는, 공간 내 울려 퍼지는 음악과 잔과 접시까지 세심하게 준비를 한다. 

홀 뒤 편의 B&W CM9 스피커에서는 항상 재즈가 흘러나오고, 그가 유럽에서 직접 구매해온 고급 빈티지 잔에 커피와 디저트를 담아내어준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공간의 분위기에 매료되고, 전문적인 커피와 친절한 서비스에 다시 한번 감동을 받는다. 딱딱한 껍질 속 부드러운 알맹이를 가진 열매처럼, 밖에서는 가려져 있는 따뜻함이 있는 카페. 이곳을 아끼는 사람들의 시간과 추억이 축적되어 70년 뒤 어떤 공간으로 우리 곁에 머물지 기대가 되는 장소이다.

 

정통 유럽식 에스프레소를 선보이는 2호점 ‘YM 에스프레소 룸’ ©Place_case

 

2호점 ‘YM 에스프레소 룸’은 1호점에서 머지 않은 구파발역 근처에 있다. 공간 구현 방식은 다르지만 YM Coffee Project가 추구하는 ‘안식’의 콘셉트를 반영했다. 이곳이 독특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아파트 상가 1층을 리모델링하면서 종교시설처럼 연출했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의미는 배제한 채, 장소가 가진 ‘쉼과 안식’의 상징성을 디테일로 풀어낸 독창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곳이다.

이 콘셉트는 조 대표가 유럽 여러 도시를 돌며 커피 시음회를 개최했던 경험에서 나왔다. 그는 유럽 순회 일정에서 지칠 무렵이면 근처 성당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는데, 그때마다 에너지를 얻었다고 한다. 솜씨 좋은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성당 내부의 건축적 디테일과 스테인글라스의 정교함, 경건한 음악과 향, 이 모든 것들 속에서 그는 ‘이런 곳에서 커피를 마시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결국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긴 곳이 이 공간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도 여행 같지 않나요? 이 공간은 제가 찾아갔던 성당들처럼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장소이자, 지쳤을 때 찾아와 커피 한 잔과 함께 쉼과 위안을 얻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 조용민 대표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YM 에스프레소 룸’ ©Place_case

 

이곳은 외관부터 오묘하다. 아파트 상가 1층 공간을 정교한 우드 파티션으로 가렸고 간판도 없다. 이 파티션은 길을 오가는 사람들과 내부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 가림막 역할을 하기도 하고, 빛의 방향에 따라 내외부에 아름답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심미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파티션의 패턴은 YM Coffee Project의 CI 중 다섯 가지 심볼로 만들어졌다. 시즌마다 파티션 앞 유리에 부착한 시트지가 교체되는데, 현재는 ‘YM 커피하우스’를 상징하는 창문 패턴, 대표 컬러인 오렌지 색상의 커피잔 등의 문양이 담겼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작은 것들이 모여 내부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울타리가 된 셈이다.

 

밤에는 내부에서 나오는 빛이 바깥쪽 그림자를 만든다. ©Place_case
낮에 커피 바를 바라본 모습 ©Place_case

 

2호점 또한 전이공간을 통해 카페 내부로 진입한다. 상가의 문을 열면 실제 성당의 전실처럼 초를 켤 수 있는 공간과 매장 내부를 엿볼 수 있는 파티션이 설치돼 있다. 테이블을 몇 개라도 더 놓을 수 있는 자리이지만, 방문객들이 내부로 들어오기 설레임을 고조시키고 입구를 등지고 있는 내부 고객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공간 경험을 위해 이곳을 분리하고 비워두었다.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음악 감상을 위한 자리가 보인다. ‘클립쉬 라 스칼라 La Scala 2’ 스피커가 공간의 후면에서 부드럽고 웅장한 사운드로 공간을 감싼다. 우측으로 돌아 공간의 전면을 바라보면 겸손한 자세로 앉아야만 할 것 같은 장의자들 앞으로 스테인글라스 아트웍을 볼 수 있다. 마치 무대처럼 연출된 커피바는 그 형태와 위치가 자연스럽게 고객들의 발길을 공간의 앞쪽으로 이끈다. 커피를 마시는 모든 사람들이 이 곳을 바라보며 앉는 구조인데, 정성을 담아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뒷 모습과 브랜드 로고가 세겨진 스테인글라스를 바라보도록 했다.

 

카페에 들어서기 전 맞이하는 전실 ©Place_case
카페 진입 시 보이는 음악 감상 공간 ©Place_case

 

유럽식 정통 에스프레소를 큐레이션하는 이 매장은 휴식과 사색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난다. 파티션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고 은은한 조도를 통해 눈의 피로감을 줄여주되, 독서를 하고자 하는 고객을 위한 이동식 조명을 제공한다. 긴의자들은 실제 교회에서 사용하던 것을 비치해두었다가 앉는 좌석의 너비 및 커피를 둘 수 있는 앞쪽 공간을 개선해 새롭게 제작했다. 여러 사람이 올 경우를 위한 테이블 좌석도 함께 준비돼 있고, 반려동물도 입장이 가능하다.

 

로스팅 팩토리 계획 도면이 벽에 붙어 있다. ©Place_case

 

YM Coffee Project 는 브랜드명답게 늘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내년에는 경기도 파주에 300평 대지 규모의 로스팅 팩토리 카페를 준비 중이다. 커피를 만드는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곁들여. YM의 독창적인 DNA가 만들어 낼 여러 공간과 커피 문화로 편안한 쉼을 얻어가는 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YM 커피하우스
서울 은평구 연서로29길 21-8
13:00 ~ 23:00 (매주 화요일 휴무)

YM 에스프레소 룸
서울시 은평구 진관3로 43-9, 래미안909동 1층
09:00 ~ 22:00 (연중 무휴)

https://ymcoffeeproject.com
instagram.com/ymcoffee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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