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 고영성, 이성범 공동 대표

"더 나은 삶의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글 & 사진. <브리크 brique>

 

제주도 집짓기로 화제가 되고 있는 두 젊은 건축가가 있다. 꾸준히 하다보니 제주 사람들도 인정해주고 전문가 취급을 받아 TV방송에도 나왔다. 그런데 그들은 제주도와 아무 연고가 없다. 말그대로 둘 다 ‘뭍사람’이다.

 

“처음엔 1주일에 한번씩 내려가서 감리를 했습니다. 거의 시공하는 것처럼 했죠.

제주 내 건축은 자재비, 인건비 등등 육지보다 모든 것이 15% 정도 비싸다고 보면 됩니다.
건축시간도 1.5배 이상 걸립니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보니 이름도 나고 건축주들이 꼬리를 물더라고요.”

 

고영성 대표는 창업 이듬해인 2012년부터 제주 집짓기를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로 제주 돌집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당시는 돌집을 재활용하는 개념이 없었던 터라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고 대표는 “거주할 사람을 중심에 놓고 접근하고 디자인도 차별화했던 것이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면서 “젊은 나이, 창업 초기의 에너지를 모아 열심을 다했던 것이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 됐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왼쪽부터 고영성, 이성범 대표 ©MAGAZINE BRIQUE

 

지난해 이성범 대표가 합류하고서도 제주 집짓기는 계속됐다. 올해로 6년차를 맞았고 요즘은 둘이서 함께 제주를 격주로 오간다. 그간 완성한 프로젝트가 서른 채가 넘다보니 제주 사람, 제주 전문가 취급을 받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한 차례 광풍이 지나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주 살이에 대한 뭍사람들의 동경은 끊어지질 않더라고요. 여전히 육지에서 이주하려는 신축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성범 대표 ©MAGAZINE BRIQUE

 

이 대표는 여기 즈음에서 나름의 건축 철학을 풀어냈다.
제주 살이에 대한 동경은 더 나은 삶에 대한 건축주의 일생의 고민이 녹여진 결정일 수 밖에 없다. 삶의 큰 전환점을 맞는 사람들을 놓고 과욕을 부릴 수도 없고 허상을 심을 수도 없을 터. 때문에 여전히 제주도 프로젝트는 다른 건축보다 많은 공이 들어간다. 일생의 꿈이었던 제주살이를 만족시켜주면서도 바람과 비와 습기를 잘 이겨낼 수 있는 일상의 거주도 해결해야한다. 생업을 접고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가 공간을 넣거나 주인이 살면서 여행객도 받을 수 있는 복합형 렌탈하우스에 대한 주문도 꽤 된다. 현재 진행 중인 제주 프로젝트도 9개나 된다고 한다.

 

“건축은 배경이 돼야합니다. 건축가가 앞서 끌고 가면 횡포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주의 삶에 든든한 울타리, 테두리를 쳐주는 것이 좋은 건축입니다.”

 

그렇다고해서 두 사람이 제주도 프로젝트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강릉과 동해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강원도도 다녀와야하고, 충주 농가주택과 서울 개포동 빌딩 증축 설계도 함께 진행 중이다. 열정과 협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두 사람에게 이 같은 물량공세(?)가 가능한 이유를 물었다. 

 

고영성 대표 ©MAGAZINE BRIQUE


고영성 대표는 “건축은 결과보다도 과정”이라며 “규모를 따지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건축주, 재미있는 작업을 위주로 하다보니 일거리가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성범 대표는 “건축은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나가려는 노력”이라며 “아주 맛있는 요리를 해내는 셰프가 있지만 슬리퍼를 신고 가도 되는 편안함까지 갖춘 식당처럼 건축주와 소통하면서 공간의 가치를 높여 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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