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괜찮아!” 스물여덟 가지 표정을 짓는 노란 집

OA-Lab의 나홀로 아파트 ‘옐로우 풋’
ⓒKyungsub Shin
에디터. 김윤선  자료. OA-Lab

 

ⓒKyungsub Shin

 

서울 서초동의 한 주택가에 독특한 집이 나타났다. 노란색으로 꾸민 외관이 눈길을 확 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세대주택이라 하기엔 너무 높고, 아파트라 하기엔 홀로 선 모습이 영 낯설다. 그렇다. 이 노란 집은 바로, ‘나홀로 아파트’다. ‘나홀로 아파트’란, 100세대 정도의 규모로 이루어진 1~2개 동 짜리 소형 아파트를 흔히 일컫는 말이다. 무분별한 인허가 과정을 통해 형성된 주택들이 복잡한 표정을 드러내고 있는 도심의 밀집 주거지 속에서, 유난히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반기는 노란 집, ‘옐로우 풋’ 이야기를 OA-Lab의 남정민 건축가에게 들어본다.

 

OA-Lab의 남정민 건축가 ⓒBRIQUE Magazine

 

대한민국 공식 미운오리새끼 ‘나홀로 아파트’

ⓒKyungsub Shin

 

‘옐로우 풋’은 어떤 집인가요?

‘옐로우 풋’은 다세대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등이 밀집한 주택가에 있는 한 동짜리 ‘나홀로 아파트’예요. 서울에서도 지가가 높은 서초구의 강남대로와 경부고속도로 사이에 있는 고밀도 주거지에 위치해 있고, 경제 논리에 지배받는 전형적인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탄생한 집이죠. 사실 우리나라에서 ‘나홀로 아파트’는 미운 오리예요. 아파트치고는 환금성이 떨어지고, 세대수가 적다 보니 자연히 관리비도 높아질 수밖에 없죠. 편의시설 또한 부족해요. 그러나 대단지 아파트보다 시세가 70~80% 정도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개발업자들이 적당한 땅을 발굴해 꾸준히 개발 의지를 보이는 주택 유형이기도 합니다.

‘싸게, 그리고 빨리’가 신조인 개발 시장에서,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부동산 개발업자인 건축주가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사업성이 가장 중요했어요. 당연히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겨서 ‘작품’을 만들겠다거나, ‘공공성’이 가미된 건축물을 짓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죠. 물론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저보다 디자인을 훨씬 잘하는 건축가를 찾았어야겠죠. (웃음) 제가 프로젝트를 담당한 건 건축주가 제 지인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고요. 그래서 ‘나홀로 아파트’가 가진 약점을 극복하면서 사업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대화를 나눴어요. 모든 프로젝트가 매한가지겠지만, 개발 논리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충족하면서도, 허용된 범위 내에서 설계에 조금 더 정성을 쏟는 게 저의 몫이었습니다.

주변 상황은 어땠나요?

대지는 보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이면 도로에 접해 있어요. 대지 북쪽에는 3~5층 규모의 다가구, 다세대주택과 6~7층 정도 되는 상가 건물이 들어서 있고요. ‘옐로우 풋’이 속한 블록엔 ‘나홀로 아파트’가 2채 더 있었어요. 이 블록이 주변 다른 블록에 비해 필지가 조금 크다는 특징이 있는데, 대부분 2개 이상의 필지를 합쳐 다양한 형태로 개발을 했기 때문이에요. ‘옐로우 풋’은 이들처럼 필지 4개를 합필해서 다세대주택보다는 규모가 큰 소형 아파트로 개발했죠.

 

ⓒOA-Lab
ⓒKyungsub Shin

 

Mission! “방 3개짜리 집 29세대를 만들어주세요.”

건축주의 주된 요구사항은 무엇이었나요?

핵심 요구사항은 ‘방 3개짜리 집 29세대’를 만들어 달라는 거였어요. 그러기 위해서 최대한의 면적과 높이를 확보하는 것은 기본 요건이었죠. 30도, 28도 아닌 29세대를 요구한 것은 철저히 개발 논리에 입각한 건데, 아파트가 30세대 이상이 되면 사업계획승인* 대상이 돼요. 사업계획승인을 받게 되면 규제사항이 더 많아지고 사업 기간도 늘어나니까 그걸 피하려 29세대에 맞춘 거죠. 방의 개수도 마찬가지 맥락인데요. 주변이 이른바 ‘명문 학군’이거든요. 학군 때문에 이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나홀로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있을 거라고 예측했죠. 자녀가 있는 가족을 고려해, 방이 3개는 있어야 분양하는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 겁니다.

*사업계획승인이란? 주택법 제15조에 따라 30호 이상의 단독주택,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및 일만 제곱미터 이상의 대지 조성사업을 시행하려는 자는 사업계획승인권자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Kyungsub Shin
ⓒKyungsub Shin

 

방 개수와 세대수 외에 다른 특별한 요구사항은 없었나요?

건축주는 사업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면적’만 확보된다면, 그 외 사항들은 건축가에게 일임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건물의 형태나 외관에 대해서도 딱히 의견이 없었어요. 아파트를 분양하는데 건축물의 디자인이 크게 영향을 주지는 못하거든요. 면적이나 층수와 같은 ‘숫자’로 분양 가격이 결정되니까요. 일종의 상품인 거죠.

아무리 그래도 건축가가 집을 설계할 때 ‘얼마짜리 상품’을 만들어야지 하면서 설계를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검토를 해보니 모든 세대에 방 3개가 들어가려면 각 방의 면적이 너무 작아지더라고요. 분양성도 중요하지만, 억지로 개수를 끼워 맞춘들 공간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었고, 그게 건축주와 이견이 생기는 지점이었죠. 차라리 세대수를 줄여서 적당한 면적의 방이 들어가게 하고, 방 1개 또는 2개짜리 세대도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초기에 평면 스터디를 아주 많이 했어요. 층마다 평면 계획을 다르게 구성해서 아파트 특유의 ‘닭장’ 같은 느낌을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고요. 그런 시도가 상품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어필했는데, 결국 설득은 잘 안 됐어요.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건축주는 저보다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의견을 더 신뢰하셨죠. (웃음)

 

ⓒOA-Lab

 

Mission Completed and MORE, ‘스물여덟 가지 표정으로 동네와 소통하는 집’

ⓒKyungsub Shin

 

그 결과 ‘방 3개짜리 집 29세대’라는 건축주의 미션을 완수하셨나요?

모든 일이 그렇듯, 절충안이 나왔어요. 아파트는 건축 규정이 일반 주택보다 까다로워요. 이를테면, 다세대주택은 건축 한계선에서 1m만 이격하면 되는데, 아파트는 4면의 대지 경계선에서 각각 3m를 뗀 곳부터 건물을 지을 수 있죠. 그렇게 계산해보니, 한 층에 4세대 정도가 들어가야 29세대를 겨우 맞출 수 있겠더라고요. 하지만 29세대를 모두 쓰리룸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했어요. 결국 최대한 쥐어 짠 결과, (웃음) 2~6층에 투룸 10세대와 쓰리룸 10세대, 7~9층에 투룸 3세대와 쓰리룸 3세대, 10층에 복층형 2세대로 총 28세대로 마무리 되었어요.

2~10층까지 총 28세대로 구성되었다. ⓒOA-Lab

 

건축주의 요구는 없었지만, 건축가로서 ‘옐로우 풋’을 보다 특별한 집으로 만들어줄 아이디어들을 제안하셨다고요?

거주자가 쾌적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길과 동네, 우연히 이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분을 선사하는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비롯한 소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고 난 후에는, 건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입면, 그리고 길과 건물이 만나는 부분, 1층 필로티의 공유공간에 집중해 변화와 개선의 여지를 찾아냈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 ⓒOA-Lab

 

IDEA 1 노란색의 힘

‘옐로우 풋’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색깔이었어요. 노란색이 주는 밝은 분위기가 건물 전체를 감싸며 기분 좋게 시선을 끄는 느낌이었죠. 왜 노란색을 고르셨어요?

노란색을 쓴 건 순전히 주관적인 결정이었어요. 건물에 밝고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을 환대하는 제스처랄까. 여름에 햇볕이 내리쬘 때 삶의 에너지가 막 쏟아지는 느낌, 그런 것들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리고 이면도로에 접한 블록이잖아요. 골목길이 좀 음침하거든요. 머물고 싶다기보다는 빨리 지나가고 싶은 길이죠. 그래서 노란색을 쓰면 동네를 밝게 환기하는 역할을 해줄 것 같았어요.

 

ⓒKyungsub Shin
ⓒKyungsub Shin

 

IDEA 2  입면의 다채로운 변주

다양한 패턴을 활용한 화강석 입면에서도 건축가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져요.

아파트는 보통 페인트나 스터코*를 많이 써요. 그게 제일 싸니까. 하지만 건축주는 무게감이 있는 외관을 원해서 돌을 쓰고 싶어 했고, 돌 중에 비교적 경제적인 화강석을 선택했어요. 화강석을 사용한 건축물의 대표적인 예로 석굴암이나 다보탑, 불국사 계단을 들 수 있어요. 정말 멋있죠. 우리나라가 90년대 이후 외장재로 화강석을 많이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 도시에 있는 화강석 건물들은 그에 비해 너무 멋이 없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화강석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다 찾은 해답이 ‘이 돌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본연의 질감을 살려야 한다’는 거였죠. 다소 거칠게 마감해 고유의 질감을 드러내고, 홈을 파내 만들어 음영이 강조되는 3가지의 패턴으로 입면에 풍부한 표정을 더하고자 했어요.

*스터코란? 소석회에 대리석 가루와 찰흙을 섞은, 표면 마감에 사용하는 벽 재료다. 스터코로 마감한 건물을 보려면 클릭

3가지의 화강석 패턴은 건물에 풍부한 표정을 더한다. ⓒOA-Lab
화강석 패널에 홈을 파내 음영을 만들었다. ⓒOA-Lab

 

창문을 엇갈리게 배치한 것 또한 인상적이에요. 흔히 아파트에서 보는 층층이 똑같은 창문이 아니죠.

창문의 위치는 세대마다 서로 달라요. 밖에서 “저기가 우리 집이야” 가리킬 수 있을 만큼 쉽게 인지돼요. 우리 집이 어딘지 아는 즐거움이 있죠. 이렇게 창문을 엇갈려서 자유롭게 배치하더라도, 반드시 기준이 필요해요. 그래야 아무렇게나 놓은 게 아니라, 법칙이 있다는 게 읽히고 그게 읽혀야 시각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그래서 평면과 입면을 동시에 스터디하면서, 입면 폭을 나누는 기준으로 350mm가 가장 적정한 수치라는 걸 찾아냈어요. 위, 아래 세대가 평면은 똑같지만, 소파나 TV 배치에 간섭이 없는 선에서, 창문이 오른쪽, 왼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이동 범위가 350mm인 거죠. 그래서 외장재인 화강석 패널의 가로 폭도 350mm가 된 거예요. 

 

ⓒKyungsub Shin

 

집을 봤을 때 깊이감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의도적으로 입면에 깊이감을 주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요즘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발코니 확장이 거의 필수라, 창문과 외벽이 일체화되어 있죠. 너무 평평하고 깊이감이 전혀 안 느껴져요. 발코니는 외부와 접하는 공적 공간이고, 건물의 깊이감을 느끼기에도 좋은 곳인데 아예 막아버리니 그런 감각을 경험하기 어렵죠. 우리나라 도시경관의 큰 단점이에요. 건물이 깊이감을 가지면, 사람이 지나갈 때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풍경이 바뀌어요. 움직임에 따라 건물이 시각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죠. 그래서 용적률이나 면적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깊이감을 주고자 시도한 게 창틀을 돌출시키는 거였어요. 세대마다 최소한 하나의 창틀을 돌출시키고 창틀 안쪽에는 노란색을 입혀서 깊이감을 극대화시켰죠. 이런 작은 변화가, 집과 사람이 소통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겁니다.

 

ⓒKyungsub Shin

 

IDEA 3  길, 그리고 동네와 소통하는 집

건물이 아래, 위 두 덩어리로 나뉘는데, 고층부가 뒤로 들어가 있어서 아래에서 보기엔 6층짜리 건물 같아요.

1~6층이 저층부, 7~10층이 고층부인데 저층부가 6층에서 끊어진 것은 일조 사선제한* 때문이에요. 7층부터는 이 사선제한을 지키면서 저층부보다 이격됐어요. 덕분에 7층에 있는 두 세대는 앞뒤로 넓다란 테라스를 갖게 되었고, 그 때문인지 7층이 제일 먼저 분양되었다고 들었어요. 애초 구상대로 층마다 다양하진 않지만, 적어도 저층부와 고층부의 평면 구성을 조금은 다르게 할 수 있었죠. 처음에는 테라스를 총 7개로 설계했었어요. 그런데 건축법엔 없지만 서초구 내부 규정상 테라스 개수가 3개를 초과하면 허가를 안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었죠.

*일조 사선제한이란? 건축법 제61조에 따라 건물의 일조를 확보하기 위해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것.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 안에서 건축하는 건축물은 정북 방향의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띄어야 하며, 이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높이 이하로 하여야 한다.

일조 사선제한으로 이격된 고층부. 따라서 7층 세대는 넓다란 테라스를 가지게 되었다. ⓒOA-Lab

 

7층부터는 건물이 한참 뒤로 이격되어서 길에서 보면 6층짜리 건물처럼 보여요. 고층부는 살짝 지붕만 보이는 정도죠. 주변에 있는 아파트가 10층 정도인데, 한 번에 10층이 쭉 올라가 있거든요. 그래서 같은 10층 건물이라도 ‘옐로우 풋’은 길에서 봤을 때 위압감이 훨씬 덜하고, 빛도 더 들고, 하늘도 잘 보여요. 6층이 휴먼 스케일에 맞는 적정 높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10층 건물을 휴먼 스케일에 가깝게 ‘나눠 주는’ 역할은 충분히 한다고 봐요. 그래서 더 인간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1~6층의 저층부, 7~10층의 고층부 두 덩어리로 나뉘어 있다. ⓒKyungsub Shin
거리에서 보면 6층 건물처럼 보인다. ⓒYousub Song

 

담으로 경계를 친 주변 건물들과는 달리 1층이 개방적이에요. 조경도 길가에 있어 마치 공개공지* 같네요.

1층은 길과 건물이 만나고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소통을 위한 유일한 공간이에요. 어떤 용도의 건물이든 ‘공공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또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축물의 규모마다 다른데, 법적으로 정해진 조경 면적이 있어요. 주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 대지 안쪽이나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자투리 공간에 조경을 해요. 어디에 설치하든지 법정 면적만 지키면 되니까 거주자만 누리거나, 아니면 누구도 누리지 못하게 되기 십상이죠. 게다가 규모가 작은 다가구, 다세대주택들은 법적 제한에서 자유로워서 조경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요. ‘옐로우 풋’은 조경을 일부러 길가에 뒀어요. 기본적으로 주민을 위한 조경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열려 있어 다 함께 즐기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다른 건물들도 이런 방식을 취해준다면, 길과 조경이 연결돼서 동네의 산책길이 될 수 있겠죠. 삭막한 주택가에서 동네를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만드는 작은 대안인 거죠.

*공개공지란?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일정 용도와 규모의 건축물이, 공공을 위해 설치한 소규모 휴게시설을 말한다.

 

길가에 배치한 조경 공간 ⓒOA-Lab
ⓒYousub Song

 

New Mission, ‘90%의 보편적인 집’을 위하여

ⓒOA-Lab

 

도심의 대지가 가진 한계와 한정된 조건 속에서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면서도, 더 나은 건축을 만들기 위한 건축가의 정성과 노력의 미덕이 돋보이는 집이네요.

10%의 엘리트 건물이 있고, 90%의 보편적인 건물이 있다고 치죠. 10%는 뛰어난 건축가들이 참여하고 많은 예산과 관리가 투입돼요. 하지만 이 10%가 도시를 만드는 건 아니에요. 90%가 도시를 만들죠. 그동안 건축가의 역할이 부재한 상태에서, ‘한정된 자본과 가능한 기술력’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바로 90%의 보편적인 건물이에요. 이제는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그 90%의 건물을 만드는 사람들의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화려한 건축 어휘로 뒤덮인 건물이 아니라, 여러 제약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면서도, 기본 원칙을 지켜서 제대로 계획한 그런 건물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옐로우 풋’이 사람들에게 어떤 집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세요?

‘옐로우 풋’은 소위 ‘집장사’나 ‘허가방’에서 설계할 법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였어요. 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복제하듯 찍어내거나 정성 없이 지은 건물이 아니죠.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한계를 극복한 거예요. 거의 모든 건축물이 기본적으로 상업적인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언제나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건축주는 다양한 요구사항들을 가지고 있죠. 그 모든 것들을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결하는 역할을 건축가가 해내야 해요. ‘옐로우 풋’이 그런 경제성의 논리를 따르면서도, 도시 안의 건축물이 가져야 할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스민 집으로 기억된다면 좋겠어요. 

 

ⓒBRIQUE Magazine

그리고 또 하나, 대한민국에서 미운 오리 취급받던 ‘나홀로 아파트’가 도시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보여준 집으로 기억되었으면 해요. 이 집에서 평면계획이나 구성에 새로운 제안은 전혀 없었어요. 차이가 있다면, 건물이 공공에 열린 태도를 취했다는 점이 있죠. 우리나라에 특히 대단지 아파트가 많잖아요. 단지 내부는 아파트 주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환경이죠. 하지만 이 단지가 슈퍼 블록으로 구성되다 보니, 기존의 도시 조직을 다 파괴해요. 여기에 면한 도로들은 주변과 소통을 할 수 없으니 어떤 매력도 갖지 못하게 돼요. 그런 의미에서 ‘옐로우 풋’ 같은 ‘나홀로 아파트’가 도시 주거지 안에서 단지형 아파트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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