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을 위한 안성맞춤 ‘초(超)’ 협소주택

쾌적한 집을 생각하다, 후암동 ‘키다리 집’
ⓒSamganilmok
에디터. 장경림 자료.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Samganilmok

 

집을 짓는 마음
내 집 마련. 이것은 대한민국 청장년의 대다수가 목표로 삼는 일 중 하나다. 사회적으로는 3040세대의 과업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정기적인 지출 없이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원하는 대로 공간을 채워가는 것은 생활의 질을 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삶의 거대한 변곡점 중 하나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갖고 싶어 한다. 새로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요소를 살펴볼까? 평수, 위치, 구조… 집을 알아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파트를 비롯해 ‘계획된 집’을 ‘고르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집을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꿈꾸는 이들은 건축가를 만나 집에 대한 구상을 함께 한다.

 

ⓒSamganilmok
키다리 집 초기 모형 ⓒSamganilmok

 

후암동 ‘키다리 집’의 건축주와 건축가 권현효 삼간일목 소장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건축주는 회사를 다니는 1인 가구로, 자신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를 찾아갔다. 그가 선택한 장소는 멋진 전망을 가진 후암동. 그러나 집이 들어설 땅은 너무나 협소했다. 건축가는 ‘초(超)협소주택’이라는 말을 붙이며 처음 대지를 마주한 당시를 전했다.

“2013년에 옥인동에도 협소주택을 한 번 설계했었어요. 당시에도 대지가 협소해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작업을 했습니다. 그때 당시 협소주택이 막 열풍이 불기 시작했었죠. 지금은 일반화되었지만 그때는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잘 완공한 경험이 있으니까, 웬만하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가서 봤는데 이번 후암동 대지는 너무나 작은 거예요. 그래서 ‘초’라는 글자를 앞에 붙였죠. 과연 여기서 무엇이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시공 전 대지의 모습 ⓒSamganilmok

 

10평도 안 되는 땅에 집을 설계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어려울 거라 예상되는데, 대지의 사진을 보면 4층 건물이 솟아 있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다. 실제로 쓸 수 있는 땅이 9평 정도였고 건폐율을 고려하면 한 층의 최대 면적이 5.4평이 되는 곳이다.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건축주가 집을 짓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Samganilmok

 

“건축주분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1인 가구입니다. 아파트의 생활은 편리하고, 당시의 집에도 본인이 필요한 것은 전부 있었죠. 그런데 그런 삶을 살다가도 앞으로 살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나 봐요. 평소 후암동을 좋아하셨고, 본인이 조그맣게 운영할 수 있는 장소나 공간도 필요하셨다고 합니다. 자기 건물에서 임대료 걱정 없이 작은 공간을 운영하는 꿈을 가지고 계셔서 이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수직으로 높게 쌓아올린 집의 형태를 생각해 건축가는 ‘키다리 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또한 건축주가 남성이기 때문에 ‘키다리 아저씨’를 연관시킬 수도 있지 않겠냐며 웃음을 지었다. 건축주는 혼자 살 집과 직접 운영할 공간을 짓기 위해 건축가와 소통하며 프로그램 구성을 하나씩 결정해나갔다. 현재 1층에는 직접 운영할 식당을 계획하고 있다. 미술을 전공하고 현재 금융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이력을 가진 건축주는 이제 ‘심야식당’처럼 본인이 직접 운영할 공간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1층 상가 ⓒSamganilmok
상가와 분리되어 뒤편에 위치한 주택 현관 ⓒSamganilmok

 

건축주는 건축가에게 집을 짓기 전 세 가지 요청을 했다. “복잡하지 않고 간결한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삶의 공간은 살면서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큰 창문이나 발코니 등을 통해 주변과 연결된 느낌이면 좋겠습니다. 작은 공간으로 인해 느껴질 수 있는 답답함 같은 것을 창을 통해서 최소화하고 싶어요. 계단 아래의 부분이나 모서리 등 공간을 알차게 활용하고 싶습니다. 1층의 층고 조절을 통해서 상가로서의 활용성도 강화하고 싶습니다.” 작은 땅에 지어질 집은 이렇게 세 가지를 고려하며 설계가 시작되었다.

 

ⓒSamganilmok

 

‘초(超)협소주택’을 짓다.

작은 땅에서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협소주택의 첫 번째 숙제다.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집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간결한 공간을 원하는 건축주의 요구가 있었지만 불규칙한 모양의 대지에서, 다각형 모양의 집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 이런 대지에서 집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1층 상가, 2층 주방과 거실, 3층 침실, 4층 서재로 구성 ⓒSamganilmok

 

일반적인 집은 수평으로 펼쳐진 각 공간이 복도로 긴밀히 연결되는 모습을 띈다. 그러나 후암동 키다리 집에서는 각 층을 하나의 방으로 사용했고,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문을 없앴다. 즉,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공간을 연결한 형태다. 이때 복도의 역할을 하며 각 층을 이어주는 계단이 집의 중심 역할이 된다. 주택의 현관으로 들어서 보이는 계단은 4층까지 계속 이어진다.

 

주택 현관으로 들어서 보이는 계단 ⓒSamganilmok
남향으로 설치된 계단 (2층에서 3층 방향) ⓒSamganilmok
이동 시 바깥 전망이 잘 보이도록 배치했다. (3층에서 4층 방향) ⓒSamganilmok

 

본디 계단은 집 전체를 봤을 때 ‘서비스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 그렇기 때문에 일조량이 풍부한 남향이나 전망 좋은 위치에 계단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지는 않는다. 특이하게도 이 집에선 계단을 남향에 배치하여 이동하면서 보는 바깥 전경을 즐기도록 했다. 계단의 역할이 통로 기능을 넘어, 건축주가 자주 사용하는 주요 공간이기 때문이다.

부수적이라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인 계단이 집의 전면으로 나온 결과, 집 안에서의 삶은 좀 더 풍요롭게 변했다. 이렇게 ‘수평은 수직으로, 복도는 계단으로’ 생각을 전환하여 1인을 위한 안성맞춤 집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설계뿐만 아니라 생활하는 이가 공간을 넓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외부와 연결된 4층의 작은 테라스 ⓒSamganilmok

 

“똑같은 공간이지만 어떻게 설계되었으냐에 따라 더 넓게 인지할 수도 있고, 좁게 느껴질 수도 있거든요. 어떤 공간을 들어갔을 때 지각하는 양이 많을수록 공간은 조금 더 풍부해져요. 소리도 마찬가지죠. 예를 들어 밖에 새소리가 들렸을 때와 들리지 않을 때는 공간을 인지하는 것이 달라지곤 합니다. 또 바람이 통하는 정도, 눈앞에 펼쳐지는 전망 등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습니다.”

건축가는 작은 것과 좁은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사용자가 경험하는 감각적인 요소에 따라 인지하는 공간의 넓이가 달라진다는 것. 집은 좁지만 외부와 소통하는 접점들이 공간을 풍부하게 느끼게 해준다. 또한 좁고 다각형으로 이루어진 집이지만 창의 배열과 예각의 모서리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즉 ‘데드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곳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중요했다.

 

3층 침실 내부 랜더링 작업 ⓒSamganilmok
계단 아래 부분을 비워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Samganilmok

 

“건축주가 직접 살아 보며 좁고 계단이 힘들긴 하지만, 아파트에서의 삶보다는 훨씬 낫다는 결론을 내리셨어요. 무엇보다 아파트는 한 번 들어가면 집 안에 갇히게 되잖아요. 작은 협소주택이지만 발코니나 테라스가 있는 옥상, 자기가 운영할 수 있는 가게 자리가 있으니 외부와 접촉하는 지점이 많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더 많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주택에서 지내는 삶의 질을 높게 평가하신 것 같아요.”
수직으로 높게 쌓아올린 집의 형태를 생각해 건축가는 ‘키다리 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진보다도 더 좁고 높아 키다리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말한다. 또한 건축주가 남성이기 때문에 ‘키다리 아저씨’를 연관시킬 수도 있지 않겠냐며 웃음을 지었다.

 

ⓒSamganilmok

 

배려는 여백을 남기고
키다리 집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가와 건축주는 서로 한발 물러섰다. 배려를 통해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고, 협소한 공간에도 불구하고 집에 ‘여지’를 남길 수 있었다. 이 말은 권현효 소장이 추구하는 집의 모습과도 일맥상 통한다. 여백이 있는 집을 좋아한다는 건축가는 집이란 채울 수도 있고, 비울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4층 서재 내부 랜더링 작업 ⓒSamganilmok
모서리를 활용한 4층 돌음 계단은 책장이자 옥상으로 향하는 통로로 사용된다. ⓒSamganilmok

 

“개인적으로 여백이 있는 집을 좋아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여지가 있는 집이죠. 집이란 채울 수도, 비울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건축주도 이 부분에 많은 동의를 해주셨어요. 생활에 맞게 변할 수 있는 집, 자신이 채워나갈 수 있는 집을 원하셨죠. 예를 들어 건축가가 벽을 책장으로 디자인해도 사는 사람이 책을 놓지 않으면 기능이 사라지는 거잖아요. 필요하면 책장을 설치할 수도 있고, 필요 없으면 비울 수도 있는, 즉 끊임없이 삶의 조건에 따라 변하는 여지가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것이 키다리 집에서 가진 기본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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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효 소장은 집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가의 몫은 반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머지 반은 건축주의 성향과 태도에서 결정된다는 것.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작업을 했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전한다. 채워나가는 집을 원했던 건축주는 여백의 의미를 아는 건축가를 만나 자신이 원하는 집을 지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적합성의 문제입니다. 그 사람의 삶과 공간이 얼마나 적합한 지가 좋은 주택을 결정짓는 조건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적합성이라는 것은 돈이 많고 적고와는 다른 문제죠. 한 사람의 삶의 지향점에 맞춰 적정 수준에서 건축가가 공간의 여백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옥상으로 연결된 문 ⓒSamganilmok
옥상에서 바라본 전경 ⓒSamganilmok

 

쾌적한 집을 짓습니다.
에디터는 건축가가 가지고 있는 집에 대한 생각이 흥미로워 질문을 이어나갔다. 삼간일목이 추구하는 건축, 그리고 집은 무엇일까? 그 대답은 ‘키다리 집’에서도 드러난 몇 가지 요소들이었다.

첫 번째는 앞서도 말한 ‘적합성’이다. 적합성이란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과 건축 형태가 적합해서 상호작용이 잘 일어나는 집을 말한다. 두 번째는 ‘건강한 집’이다. 건축가의 말을 빌리자면 ‘건강한 집’은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을 말한다. 즉 기본적으로 하자가 없고, 성능이 좋아서 건물 자체만으로도 건강한 집을 말하는 것. 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이사를 겸하고 있는 권현효 소장은 이 건강함이 설계의 기본적인 토대이며, 다음으로 논의할 것이 디자인, 재료 등이라 생각한다고. 마지막으로 따뜻한 공간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는 이가 풍성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권현효 삼간일목 소장 ⓒBRIQUE Magazine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좋은 집, 좋은 공간은 쾌적한 공간입니다. 쾌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온도가 적당하고, 습도가 적당한 인체적 쾌적함이 있지요. 그런데 이런 표현은 어떤가요? 그래픽 디자이너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데 쾌적하다고 말한다면 고사양에 좋은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내가 사용하기에 딱 적합한 환경이겠지요. 쓰기에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고, 시스템도 적절히 잘 마련되어 있고, 원하면 내가 적절히 개입도 할 수 있고요. 쾌적성에는 질 자체도 있겠지만 환경에 대한 부분, 감성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두 측면이 모두 쾌적한 공간. 이것이 좋은 공간, 좋은 집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다섯 평의 좁은 집 안에서도 건축주가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쾌적한 집’을 먼저 생각하는 건축가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1인을 위한 안성맞춤 ‘키다리 집’은 건축주에게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자, 건축가에게는 철학이 담긴 집이다.

 

ⓒSamganilm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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