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개의 공간, 101가지 에피소드

[Space] 커뮤니티 기반 주거 서비스, 에피소드 성수 101
에피소드 성수 101, 1층 ⓒSK D&D
에디터. 박경섭  사진. 최진보, 노드랩, SK D&D 자료. SK D&D, 최중호 스튜디오

 

좋은 집은 늘 화두가 된다. 좋은 집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유명한 아파트 브랜드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나만의 오롯한 삶, 삶의 질을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 좋은 집은 더 다양한 모양새가 된다.
지난 몇 년간 주택 시장에는 다양한 형식의 주거 공간이 연이어 등장했다. 틀에 박힌 도시형 생활주택이 아니라, 1인 가구와 2인 가구에 특화된 규모의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늘어난 것이다. 커먼타운 트리하우스, 드림하우스, 라이프 온 투게더 등 거주자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취향을 보장하되, 삶의 영역을 공유하는 주거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였다. 주거 공간이 의식주 차원의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기를 요구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물들이다.

 

에피소드 성수 101 ⓒBRIQUE Magazine

 

보다 유연하고 보다 긴밀하게

사는 공간이 줄어들지언정 집이 담아낼 수 있는 가치는 더 넓어지기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숫자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어느새 노마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단기 거주, 프리랜서와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다채로운 공간 구성, 주거 공간과 결합한 커뮤니티 서비스 프로그램 등이 일종의 주거 인프라로 이야기 되고 있다. 어쩌면 이제 집은 집 이상의 기능을 담은 플랫폼으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그런 흐름의 한가운데 선보인 ‘에피소드 성수 101’은 곱씹어볼 여러가지 시사점을 갖고 있다. 공간 구성과 운영 방식이 남다르고, 101개의 공간을 이용하는 거주자들까지 새로운 주거 실험에 참여했다는 자부심과 기대로 가득했다.
‘에피소드 성수 101’을 기획자, 설계자, 운영자, 거주자 등 참여한 여러 공헌자들을 만나 ‘보다 유연하되 보다 긴밀하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다각도로 알아봤다.

<브리크 brique> vol.3 종이책 ‘Near my home’ 에는 STORY 코너에 맞춰  ‘에피소드 성수 101’ 전체 기사를 담았고, 온라인 기사는 다음과 같이 구성해 순차적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 : 

 

에디터가 둘러 본 ‘에피소드 성수 101’

 

에피소드 성수 101 출입구 ⓒSK D&D
1층 ⓒSK D&D

 

지하 1층) 제로 라운지 – ‘모두를 위한, 유연한 공간’

‘에피소드 성수 101’의 내부 디자인을 담당한 최중호 디자이너는 지하 1층에 위치한 제로 라운지를 기획할 때 라운지와 스트릿적 요소 간의 결합하려 했다고 한다. 모두가 공유하지만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는 점에서 공용 공간은 길거리와 닮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일상의 단조로움과는 거리가 먼 요소를 주거 공간 안에 가져와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고 싶었다는 최중호 디자이너의 의도를 듣고 나니 고독과 교류, 일상과 비일상이 공존하는 경계의 공간으로서의 제로 라운지가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제로 라운지는 엘리베이터와 내부 계단뿐만 아니라, 외부 계단을 통해서도 출입이 가능하다. 에피소드 거주자와 성수동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로 기능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노출 콘크리트 벽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자, 에피소드episode라고 쓰인 붉은 네온사인과 마주하였다. 카페 앤 바Cafe & Bar의 사이니지였다.

 

지하 1층 제로 라운지 Cafe&Bar ⓒJOONGHO CHOI STUDIO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바로 운영되는 카페 앤 바Cafe & Bar의 일자형 메인 테이블 양 옆에는 각각 에스프레소 머신과 비어 디스펜서가 놓여 있었다. 이용자의 취향과 선택에 따라 유연하게 이용될 수 있는 제로 라운지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에피소드의 제로 라운지 안에는 다양한 공간이 자리해 있는데, 반대편에는 워크 스페이스Work Space가 지그재그 형태의 벽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벽면 상단은 금속 재질인데 반해 하단은 목재로 벤치와 일체형이었다. 외부인과 미팅을 진행하거나, 노트북을 들고 와 업무를 보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벽면은 ‘아티스트 인 팔레트’라는 이름의 예술 작품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아티스트 인 팔레트 덕분에 자칫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던 워크 스페이스Work Space의 공간감이 위트있게 다가왔다. 

 

지하 1층 제로 라운지 Work Space ⓒJOONGHO CHOI STUDIO
지하 1층 제로 라운지 Work Space ⓒJOONGHO CHOI STUDIO


워크 스페이스Work Space를 지나 라운지 안쪽으로 들어가자
개인 작업이 가능한 별도의 작업실 공간,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뮤직 스테이지Music Stage, 함께 음식을 요리할 수 있는 쿠킹 스튜디오Cooking Studio가  펼쳐져 있었다. 한 공간 안에 다양한 기능의 세부 공간을 배치함으로써, 각기 다른 취미와 취향을 지닌 이들이 자연스레 모일 수 있도록 고려한 기획으로 읽혔다.

실제로 제로 라운지에서는 테드 써클, 쌀롱 드 뮤지끄의 공연, 홈칵테일 클래스 등 다양한 주제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이뤄져 왔다. 어떤 이가 방문하든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찾고, 또 타인과 나눌 수 있도록 고심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날의 분위기, 함께한 이, 목적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 속에서 머물다 떠날 수 있는 제로 라운지는 유연하되 단단하게 짜여진 공간이었다.

 

지하 1층 제로 라운지 작업실 공간 ⓒJOONGHO CHOI STUDIO
지하 1층 제로 라운지 Music Stage ⓒJOONGHO CHOI STUDIO
지하 1층 제로 라운지 Cooking Studio ⓒJOONGHO CHOI STUDIO

 

1층) 무인마켓 – ‘현관문에서 계산대까지 3분 거리’

1층에는 우편함과 택배함, 그리고 무인마켓이 있다. 거리로 나가면 지척에 편의점이 있는 세상에 무인마켓이 굳이 있을 필요가 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무인마켓 덕분에 가벼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는 수고로움을 굳이 겪을 일이 없다. 무인마켓에 구비된 상품의 브랜드 종류는 일반 편의점 수준만큼 다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리를 해서 식사를 챙길 정도로 에너지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배가 고픈 이들을 위한 생수, 컵라면, 과자 등이 알차게 구비돼 있었다.

 

1층 무인마켓 ⓒSK D&D

 

2층) 피트니스 룸 · 개인창고 · 공유 주방 · 세탁 룸 · 토킹 룸 – ‘쾌적한 방을 유지하는 비법’

에피소드 성수 101의 핵심 공용 시설은 모두 2층에 모여 있다. 주거 공간에서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꼭 필요한 물건만 두는 습관일 것이다. 설령 꼭 필요한 물건이라 하더라도, 사용 빈도가 낮은 물건조차 규모가 협소한 원룸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홈피트니스를 위해 산 아령이나 케틀 벨처럼.
2층의 공용 시설은 거주자들이 방을 넓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였다. 계절이 지난 옷을 개인창고에 보관한다면, 어떤 옷을 버려야 할지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을테니 말이다. 공유 주방과 세탁 룸에서는 식사와 빨래를 하며 다른 거주자와 스몰 토킹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보다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면 토킹 룸으로 자리를 옮기면 된다.

 

2층 피트니스 룸 ⓒSK D&D
2층 공유 주방 ⓒSK D&D
2층 토킹 룸 ⓒSK D&D

 

3층~7층) BASIC TYPE ROOM – ‘내가 원하는 것만’

에피소드 성수 101의 기본형 룸BASIC TYPE ROOM의 핵심은 월 패널 시스템과, 렌털 서비스를 활용한 커스터마이징이다.  기계적으로 수납 공간을 배치하는 게 아니라, 거주자가 필요로 하는 만큼 수납 공간을 배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맞춤형 공간 사용이 가능하다. 렌털 서비스 역시 같은 관점에서 거주자가 가구, 소품, 가전 구성을 스스로 짤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조명과 1인용 소파는 렌털하되, 사용 빈도가 낮은 텔레비전은 방에 들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에피소드 성수 101에서 사는 기간 동안, 사용도가 높은 물건만 방에 들여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 

 

BASIC TYPE ROOM ⓒSK D&D
BASIC TYPE ROOM ⓒSK D&D

 

8층, 10층) CURATED TYPE ROOM – ‘주거에 관한 최중호 스튜디오의 고민이 담긴 공간’

8층과 10층에는 최중호 스튜디오의 큐레이티드 룸Curated type room이 배치되어 있다. 일체의 가구 및 가전, 식기류 등이 준비되어 있는 풀 퍼니시드 룸Full furnished room을 택할수도 있으며, 베이직 타입의 방과 동일하게 입주자의 취향에 맞춰 내부 공간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또한 8층과 10층의 경우 세면대가 외부로 분리된 오픈형 화장실이 갖춰진 방을 고를수도 있다. 오픈형 화장실은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공간의 개방감을 한층 높였다.

8층의 ep80호와 ep83호는 최중호 스튜디오의  가구 및 제품 그리고 컬러 매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렬한 색감과  KOVY SOFA 같은 최중호 스튜디오의 감각적인 가구를 즐길 수 있다.
복층 구조인 10층은 총 4개의 방만 존재하며, 계단을 수납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높은 층고에 맞춰 길게 배치된 창문이 거주자의 감각의 확장을 돕는다. 10층에는 4개 세대 입주자들만을  위한  별도의 루프탑 공간이 존재한다.

 

CURATED TYPE ROOM ⓒJOONGHO CHOI STUDIO
CURATED TYPE ROOM ⓒJOONGHO CHOI STUDIO

 

9층) IKEA TYPE ROOM – ‘이케아를 경험하는 여섯 가지 방식’

이케아 타입 룸은 총 6개로 9층에 위치해 있다. 수면, 수납, 홈 오피스, 반려동물, 크리에이티브, 휴식을 주제로 한 6개의 방은 이케아의 각기 다른 홈퍼니싱 솔루션이 적용되었다. 주제별  특성에 맞는 이케아의 가구와 디자인 요소를 배치함으로써 1인 가구가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주거 공간의 모습을 제시하였다. 작은 방에서도 거주자의 특성에 맞는 공간 디자인과 가구 배치를 통해, 효율적이되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IKEA TYPE ROOM ⓒSSK D&D
IKEA TYPE ROOM ⓒSK D&D

 

9층) 96 ROOF BAR – ‘색다른 분위기와 이벤트가 필요하다면’

9층에 위치한 96 루프 바ROOF BAR는 이벤트가 있을 경우 초대 받은 외부인도 출입이 가능하지만, 평소에는 거주자를 위한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야외 공간인 루프 바ROOF BAR는 영화 상영, 공연, 모닝 요가, 바베큐 파티 등의 용도로 쓰일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다. 이벤트가 없는 날이라 하더라도, 리모트 워크로 일하는 이에게는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리프레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쓰이기에 제격이다. 혹은 퇴근 후 맥주 한 병 들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적합한 분위기의 안락한 곳이었다. 

 

9층 96 ROOF BAR ⓒSK D&D
ⓒBRIQUE Magazine
ⓒBRIQUE Magazine

 

에피소드 성수 101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3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brique.co/book/brique-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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