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브랜드가 될 때

[What’s your Flavor] ⑤ 디노바
©Sungmo Yang
에디터. 윤정훈  사진. 양성모, 장인화, 홍기웅, 윤현기  자료. 디노바

 

‹브리크brique› 12호 특집은 맛의 세계 이면에 자리한 ‘맛의 공간’을 다룬다. 먹고 마시는 일은 이제 생존보다 경험 차원에서 더 빈번히 다뤄지고 있다. 소위 SNS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는 곳이 대개 카페나 음식점이듯, 오늘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F&B가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일상을 환기하는 동시에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식음 경험은 취향과 소비의 정점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식당과 카페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정교한 기획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자생력 높은 공간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맛을 직접 내진 않지만 맛을 한껏 끌어올리는 장소와 분위기, 나아가 서비스까지 설계하는 공간 기획자들이다. 요식업이라는 바탕에 운영자 또는 브랜드의 개성, 독특한 세계관, 콘셉트에 맞게 정제된 각종 디자인 요소를 조화롭게 버무려 고유한 경험과 가치를 선사하는 이들의 작업은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는 과정에 가깝다. 공간이 음식의 맛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나 총체적 경험의 만족도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그 전략을 유심히 지켜볼 만하다. 저마다 다른 색깔로 누군가의 취향을 저격하며 F&B 신scene에서 주목받고 있는 크리에이터들과 공간을 소개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있다고 했던가. 이제 공간의 맛을 음미해볼 차례다.

 

What’s your Flavor
① 브랜드라는 세계 — 서비스센터
② 공간의 표정, 경험의 온기 — 워프앤우프
③ 맛을 더하는 풍경 — 스튜디오 스토프
④ 장소성에 기반한 내러티브 — 논스페이스
⑤ 공간이 브랜드가 될 때 — 디노바
⑥ 마중물이 되는 건축 — PDM 파트너스
⑦ 차茶를 마주하는 시간 — 오설록 크리에이티브팀
#멋과 맛이 있는 F&B 스폿

 


이제 카페가 단순히 마시는 공간이라는 정의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카페로 향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좋은 공간 경험에 대한 기대감 아닐까. 주말이면 도심에서 차로 1~2시간 떨어진 카페로 향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여가 문화가 됐고, 지역마다 위치한 이색적인 카페는 여행지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식음 공간에서 단연 중요한 요소는 맛이지만 머무는 시간의 질을 결정짓는 건 공간의 분위기다. 그 분위기의 뿌리가 되는 건 다름 아닌 ‘이야기’다.

 

묵리459 ©Sungmo Yang
묵리459 내부. 먹을 만들던 곳이라는 지역성에서 영감을 받아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공간을 구상했다. ©Sungmo Yang

 

디노바는 공간 설계부터 시공, 브랜딩을 아우르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주로 도심 외곽에 독립적으로 자리한 식음 공간을 만들어온 그들의 프로젝트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스토리텔링에 기반한다는 것. 고유한 공간은 땅과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며, 이야기에 근거한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만든 공간에서는 추측하고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건물의 색부터 내부 조형물, 심지어 블렌딩 원두의 이름까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요소가 하나의 이야기책을 이룬다. 이렇듯 서사와 서정에 따른 공간은 곧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오랜 생존력을 가질 수 있다. 차경민 디노바 대표를 만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간에 브랜드적 가치를 부여하는 전략을 살펴보았다.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고 봐요. 대체 불가능한 이야기야말로 브랜드 헤리티지로 남을 만한 요소이지 않을까요.” — 차경민 디노바 대표

 

차경민 대표 ©BRIQUE Magazine

 

스튜디오 및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디노바’라는 이름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차경민(이하 생략) ‘디노바Denova’는 디자인 이노베이션design innovation의 약자예요. ‘지금 여기서부터 새로운 디자인을 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죠. 실내 건축을 전공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다 2012년 사무소를 차렸어요. 스튜디오는 설계팀, 시공팀, 브랜딩팀, 공무팀, 재무팀으로 구성됩니다. 브랜딩팀에서 편집 및 그래픽 디자인도 다뤘는데 그러다 보니 감당할 것들이 너무 늘어나더라고요. 브랜딩에 있어 아웃풋보다 실질적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지금은 스토리텔링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주로 F&B, 그중에서도 대형 카페가 많고 이외 레스토랑과 스테이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팀 구성만 봐도 과거에 비해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의 역할이 확대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래 양질의 공간 경험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곳이 부쩍 늘었어요. 부티크 브랜드까지 식음 공간을 열고 있으니 중소 브랜드는 물론 개인이 경쟁할 대상이 더 많아졌죠. 공간의 감도가 높아야 함은 물론이고 그 외 신경 쓸 것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F&B에 처음 도전하거나 본인만의 뚜렷한 콘텐츠가 없다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더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공간뿐 아니라 다방면에 걸친 제안을 하고 있어요.

 

아티클 서촌. 클라이언트가 커피를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한 곳에 녹여내고자 했다. ©Kiwoong Hong

 

카페를 비롯해 개인 혹은 브랜드가 운영하는 식음 공간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예요. 이러한 현상에 어떤 배경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10년 전의 카페와 지금의 카페는 전혀 달라요. 특히 외곽에 위치한 카페의 경우 그곳에 단순히 커피만 마시려고 가진 않죠. 이런 장소에서 커피나 빵은 공간 경험의 일환, 즉 서비스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기대하는 바는 해당 장소를 점유하는 시간이죠. 따라서 커피의 가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됐어요. 저렴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충분히 있을뿐더러, 좋은 경험에 대한 비용 지불 의사가 높아졌기 때문이죠. 집을 벗어나 잠시 소유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도 늘었고요.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제조업이나 팬데믹에 취약한 사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좀 더 탄력적인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한 점도 하나의 원인일 테죠.

 

아티클 서촌 ©Kiwoong Hong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하는 내용에 있어 달라진 점도 있나요?

예전엔 대략적인 사업 구상을 하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부지 매입 전부터 의뢰를 해오거나 매입 후 또는 기존 소유 부지에 대한 활용 방안을 문의하는 분도 있죠. F&B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의뢰인도 많아요. 이에 따라 업종 제안부터 건축 및 공간 계획, 브랜딩, 메뉴를 아우르는 전략을 세웁니다. 필지에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아이템이 적절한지, 카페면 어떤 성향의 카페여야 하는지, 어떤 메뉴를 어떻게 팔아야 할지를 구체화하죠. 용인에 위치한 카페 ‘묵리459’는 본래 클라이언트가 바비큐 레스토랑을 염두에 두고 10년간 땅을 임대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 먼 곳까지 바비큐를 먹으러 올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브런치 카페로의 변경을 제안했는데 다행히 의뢰인이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새로운 방향에 맞춰 갖가지 요소를 도입했어요.

 

아티클 서촌 ©Kiwoong Hong

 

일반 상공간과 F&B를 구분하는 차이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주방이 필히 있어야 한다는 거죠. 열 평이든 백 평이든 주방으로 기능할 공간이 존재해야 합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다른 상공간은 소비자가 공간을 경험하고 비용을 내지 않아도 괜찮지만 식음 공간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과 점유 시간이 다르다는 것도 큰 차이겠죠.

 

공간 디자인 시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요?

프로젝트는 보통 의뢰인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그다음 의뢰인이 알맞은 옷을 입도록 재단하는 과정이 따르죠. 해당 대지에 자리하기에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아이템(업종), 그에 걸맞은 공간을 기획하는 업무가 주된 프로세스입니다. 공간의 형태나 색감에 있어서는 위치하는 지역에 크게 위배되지 않게끔 해요. 색 사용에 있어 특히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즉 한 건물에 여러 색이 쓰여 혼잡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예산에 맞춰 재료를 선택한 후 최대한 다양한 텍스처를 넣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끔 설정하고요.

 

아티클 서촌 ©Kiwoong Hong

 

공간과 메뉴의 조화도 중요할 테죠.

설정한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으면 해서 카페의 경우 원두 네이밍을 비롯해 메뉴 레퍼런스 비주얼까지 제안하곤 해요. 클라이언트가 원한다면 셰프를 소개하거나 원두 업체를 추천하기도 하죠. 사실 운영 후 공간의 감도를 유지하는 일이 가장 어려워요. 저희가 원하는 대로 메뉴까지 세팅돼 판매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권한 밖이니까요. 제안을 해도 추후 수정되거나 일반화되는 경우도 더러 있죠. 사실 저희 역할은 공간 설계니까 다른 영역은 방관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저희도 가고 싶은 현장이 안 되더라고요. 오픈하면 친구나 가족을 데려가곤 하는데, 맛이나 서비스가 별로라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아요. (웃음) 이렇다 보니 여러 방면에서 첨언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편입니다. 위치하는 지역에 따라 너무 비싸거나 저렴하지 않게 가격 면도 의뢰인과 같이 고민하죠.

 

낙원을 꿈꾸는 가족의 스토리를 담은 카페 디스케이프. 주변이 황토가 많은 농경지라는 점에 착안해 건물에 붉은색을 일관되게 입혔다. ©Kiwoong Hong

 

프로젝트마다 다르겠지만 공간을 통해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길 의도하는지 궁금해요.

공간의 바탕이 된 스토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를 원해요. 그래서 진입부, 조경, 그로부터 이어지는 동선을 통한 시퀀스까지 곳곳에 이야기의 실마리가 되는 여러 장치를 설정해두죠. 특히 외곽에 위치한 공간이라면, 그 먼 데까지 오면서 경험한 것들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전이 공간으로서 진입부가 중요해요. 스토리를 더욱 쉽게 인식하도록 음악이나 향, 직원들의 멘트와 유니폼까지 제안하죠. 이런 접근이 충분히 의미 있는 때예요. 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감도가 많이 높아져서 디자이너가 장치를 곧잘 발견하고 느끼거든요.

 

공감해요. 공간에 숨겨진 세세한 디자인 요소를 알아차리는 재미가 있죠.

수준 높은 공간이 많이 공급되다 보니 그 안에서 소비자도 같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잘 만든 콘텐츠와 더불어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지고,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콘텐츠가 또다시 업그레이드되는 셈이죠.

 

디스케이프 ©Kiwoong Hong

 

프로젝트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부여하는 점이 독특해요. 공간마다 어떤 요소를 담는지 예를 들어 설명해주세요.

앞서 언급한 묵리459 현장을 방문해 업종 변경을 제안한 후, 긴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어느덧 밤이 돼 있었어요. 무심코 바라본 하늘엔 별이 많았는데 그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이에 별을 담는 장소를 계획했습니다. 별의 궤적을 연상시키는 진입부를 구성하고 공간이 위치한 지역 이름(묵리墨里)을 네이밍에 그대로 활용했죠. 외관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동네에 스민 공간이길 바라며 검은색으로 물들였고요. 이 스토리를 담은 작은 책자도 제작해 내부에 비치했습니다.

카페 ‘아티클 서촌’은 클라이언트 개인의 이야기에 특히 집중한 프로젝트입니다. 의뢰인은 오랜 기간 커피 업계에 종사한 분이었어요. 일본 긴자를 시작으로 여러 국가를 돌며 다양한 인종의 피커picker(커피 수확 노동자)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브루잉을 메인으로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그가 경험한 각기 다른 문화와 사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공간의 무드로 삼았어요. 앞에 나서기보다 누군가를 서포트해준 위인들의 말을 브랜드 가치관과 연결 지어 SNS에서 소개하는 방식도 제안했고, 커피라는 주인공을 받치는 코스터 등을 굿즈로 제안했죠. 왁자지껄 떠드는 곳보다는 서촌을 찾은 방문객들이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공간을 바란 클라이언트의 뜻에 따라 좌석도 자유롭게 배치했어요. 필요 시 옮겨 앉을 수 있도록 스툴을 주로 두었고요.

 

디스케이프 ©Kiwoong Hong

 

공간을 디자인할 때 꼭 스토리가 뒷받침될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럼에도 스토리텔링에 기반해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이유 있는 디자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늘 의뢰인을 설득하는 과정에 놓여 있고 그다음엔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죠. 다양한 공간을 경험한 사람이 또 다른 곳에 갈 땐 분명히 전보다 나은 콘텐츠에 대한 갈망을 갖게 마련이에요. 어떤 공간이든 최소한의 브랜드 파워는 갖춰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설득력 있으면서 복제될 수 없는 콘셉트는 땅이나 개인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고요. 속초에 위치한 ‘카페 긷’의 의뢰인은 오랫동안 펜션 사업을 하던 분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강원도에 크게 난 산불로 펜션은 물론 집까지 잃었죠.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저희를 찾아온 거였어요. 노학동이라는 지명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학의 날개깃 아래 수호받는 공간, 동네에 오래도록 깃드는 공간을 바라며 디자인을 풀어나갔어요. ‘깃’의 발화 형태인 ‘긷’을 공간 이름으로 삼고 이를 연상케 하는 건물 외관, 좌석, 조형물, 유니폼을 디자인했죠.

 

클라이언트 개인의 이야기와 지역명에서 영감을 받은 속초 카페 긷 ©Inhwa Jang

 

설계한 공간들 대부분은 간판도 작고 입구도 한눈에 잘 안 띄어요. 상업 공간으로서 다소 불리한 지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이 점에 있어 운영자를 어떻게 설득하나요?

운영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우려될 만하지만 콘텐츠만 준비돼 있다면 멀리서도 찾아오는 게 요즘 추세라고 설득합니다. SNS의 파급력을 생각할 때 위치보다는 바이럴 콘텐츠의 유무가 더 중요해요. 누군가 어떤 장소를 골라 집에서 떠나는 여정부터 공간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거나 다름없어요. 도착 전 정보를 찾으며 기대감을 키우는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진입 방식은 또 다른 기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공간에 본격적으로 들어설 때 카타르시스를 주는 요소가 되는 거죠.

 

공간을 물리적으로 이루는 내외장재나 가구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일단 주어진 사업비를 고려하는 게 1차 기준이죠. 그다음 시공상 리스크가 없는 마감재인지, 운영 또는 사용하기에 불편한 재료가 아닌지 고려해요. 식음 공간은 전시 공간과 다르니까요. 다만 콘셉트나 전망에 따라 전시관스러운 구역을 마련하는 동시에 최소한의 매출을 위한 좌석 세팅을 합니다. 예산이 허락한다면 가구를 직접 제작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에 맞는 기성 또는 제작 가구를 찾죠.

 

카페 긷 ©Inhwa Jang

 

천장에 유선형의 오브제를 두곤 하던데, 어떤 의도인가요?

바닥과 천장 사이를 채우는 무언가가 있으면 했어요. 보통은 음악 혹은 사람들인데, 그중 고정될 수 있는 요소로 조형물을 택한거죠. 공간의 콘셉트를 드러내는 하나의 장치로서 재미 요소를 더하고자 한 의도도 있어요.

 

건물을 물리적으로 이루진 않지만 사용자 경험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이 있죠. 향이나 소리, 지역성도 그중 하나일 테고요.

카페에 가면 머무는 내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두세시간이상점유하게되면관심은 상대를 벗어나 자연스럽게 다른 곳을 향하게 돼요. 공간의 스토리가 중요해지는 지점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시각뿐 아니라 코를 자극하는 향, 들리는 소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공간마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이유예요. 브랜딩팀의 스토리텔링 작가와 상의해 의뢰인에게 최종 리스트를 제공하죠.

 

카페 긷 ©Inhwa Jang

 

많은 F&B 공간이 생겨나지만 그만큼 사라지기도 하죠. 지속가능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고 봐요. 대체 불가능한 이야기야말로 브랜드 헤리티지로 남을 만한 요소이지 않을까요. 이를 기반으로 삼는다면 다른 곳보다 지속가능하게 공간을 운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주목하는 F&B 트렌드가 있나요?

구찌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까르띠에가 한시적으로 도쿄에 편의점을 열었듯, 부티크 브랜드들이 소비자들과의 접점에 다양한 공간을 만들고 있죠. 이 추세가 어떻게 변이될지 그다음이 궁금합니다. MZ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한 활동이나 오래된 브랜드가 그간 쌓은 헤리티지를 재편집하는 과정도 주의 깊게 보고 있어요. 이러한 흐름이 의류뿐 아니라 카페, 레스토랑까지 전이되고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앞으로의 바람 또는 계획을 나눠준다면요.
바람은 늘 같습니다. 저희와 개인적인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그에 기반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클라이언트와 함께하길 원해요. 덧붙여 좀 더 다양한 카테고리의 프로젝트를 경험하길 바랍니다. 심도 있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종교 시설이면 좋겠고요. 도심도 좋지만 그보다 더 먼, 문화적 혜택이 취약한 이들이 누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싶은 소망도 커요. 서울보다는 지방 현장에 더 마음이 가고 노력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What’s your Flavor’  전체 이야기를 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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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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