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시간과 함께 아름다와지는 도시

시간이 축적된 건축물이 내뿜는 다양성은 도시를 생동감 넘치게 하고 매력적으로 만든다.
ⓒNamsun Lee
글. 양재찬 어반소사이어티 책임건축가

 

유럽의 도시가 매력적인 것은 도심 곳곳에 있는 건축물의 외관이 고전적이고 아름다와서가 아니다. 낡고 오래된 건물도 잘 관리하고 유지해 거주하는 도시민들의 삶을 현재 시점에서도 불편 없이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기능만 충실히 지켜진다면 오래 전에 만들어진 낡은 건축물도 과거의 것이 아닌, 바로 현재의 건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시간이 축적된 건축물들이 모여 있는 도시는 그 자체가 역사박물관이다. 또 이들이 뿜어내는 다양성이 도시를 생동감 넘치게 하고 매력적으로 만든다.

최근 50여년간 서울은 재개발을 위한 대규모 철거와 신축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여러 공간들이 단절돼 점점 난해한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낡았다고 무조건 없애고 새로 만들어야 할까. 난개발 과정에서 조각난 공간은 어떻게 소통해 연결해야 할까. 도시가 오래도록 건강하려면 증축이나 개축 등 리모델링 방식을 통해 건물에 대한 재활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한다. 오래된 낡은 건물과 최신의 현대건물을 한 도시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존시키느냐에 대한 구성원들의 고민과 건축가들의 해결 노력은 도시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MAGAZINE BRIQUE

 

낡은 공간의 재탄생, ‘증개축’
도시의 건축물을 증개축하는 작업은 지역과 조건에 따라 리모델링(Remodeling), 리노베이션(Renovation), 적응적 재활용(Adaptive Reuse)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린다. 이 작업은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 가능하고 에너지를 보존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도시환경 만들기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3차원 공간에 또다른 차원인 ‘시간’이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건축적으로도 즐거운 시도이다.

반면에 이 작업은 기존 건물을 실측하고 사용 현황을 심도 깊게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하고 최종 설계안이 나와도 시공 중 긴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또 기존 건축물에 관한 정보가 잘 축적돼 있지 않은 경우는 초기 작업부터 큰 난제를 겪기도 한다.

요즘은 고객들이 리모델링에 관한 정보를 쉽게 접해서인지 문의가 늘어나고 실제 시공 사례도 꽤 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고객들은 기존 건축물의 상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세련된 외부 형태나 마감재 변화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결과가 기대 밖일 때가 많다. 더욱이 리모델링은 외장 마감과 내부 인테리어 변경을 위주로 하는 ‘성형외과’와 같은 작업은 물론, 구조적인 시스템을 변경해 공간을 재생시키는 ‘정형외과’와 같은 고난이도 작업도 포함하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경험 있는 전문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분야이다.
리모델링의 목적은 기존 건물에서 원형으로 보존할 것은 재생시키면서 덧붙여지는 부분에는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활력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데에 있다.

 

장소를 만드는, 관계를 다루는 ‘도시 건축’
도시 건축은 장소를 만드는 것이고, 그 장소를 드나드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심도 깊게 다루는 일이다. 또 장소가 가진 잠재력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거주민과 커뮤니티가 자신의 동네에 대한 자존감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고, 사회적 만남을 만들어내 공동체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 건축은 디자인 측면뿐 아니라 주변 건축물과의 조화, 거리와의 관계, 거주민의 사는 이야기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하고, 우리시대 건축의 경계는 더 넓어져야 한다.
도시는 장소들의 집합이며 좋은 장소들이 모이면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

 

ⓒMAGAZINE BR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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