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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틈, 틈, 그리고 틈

틈에 대한 건축적 고찰
ⓒWoochul Jung
글. 현창용 공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자료. 건축사사무소 H2L

 

손톱 틈에 가시가 박혔다. 아, 조금만 조심할 걸 싶다. 어느새 창틀 틈에 먼지가 쌓였다. 진작 먼지가 들어올 틈을 막아 두든, 아니 그보다도 좀 더 자주 청소할 걸 싶다. 틈은 숨은 듯 보일 듯 늘 우리 곁에 있다. 다만 우리가 미처 다듬지 못한 실책의 공간으로, 그래서 불운하기만 한 사이 공간으로 말이다.

하지만 때론 그 틈은 새로운 ‘사이’, 한줄기 빛이 드는 틈‘새’, 예상치 못하게 만나게 되는 가능성의 ‘사이 공간’이기도 하다. 동계 올림픽에서 상대 선수들의 틈을 파고드는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에 환호한 경험, 짝사랑의 책꽂이 틈에 쪽지를 끼워 넣어 보던 기억, 엄마의 시간 틈, 공간 틈을 파고들며 느낀 안도감과도 같이.

우리 삶에 비워진 혹은 채워진 이 틈은 이처럼 무관심 속에선 막아버리고 지워버려야 할 공간으로, 반대로 세심한 관찰과 함께라면 새로운 경험과 그 너머의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의 공간인 셈이다. 일상의 작은 틈에도 희로애락이 담기고도 남음이 있는데, 우리가 하루를 시작하고 또 끝내며 안식을 찾는 ‘공간’이 주는 틈이 하찮을 리 없다. 사람과 사람의 틈, 사람과 건물의 틈, 건물과 건물의 틈, 건물과 도시의 틈, 크게는 도시와 도시의 틈. 점점 채워져만 가는 환경과 높아져만 가는 밀도의 거침없는 행진 그 틈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Woochul Jung
ⓒWoochul Jung

 

그래서 그 누군가는 그 틈을 비집고, 좁디좁은 틈마저 찾아내 자신만의 우주를 끼워 넣는다. 바로 도시의 틈, 슬릿하우스Slit House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앉은 집이다. 다만 틈을 채워 낸 후 등을 돌려 문을 다시 닫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시를 향한 몇 개의 작은 틈을 스스로 열어주었다는 것이 틈을 차지한 자의 몫을 다하는 것이라 봤을 뿐이다.

파고든 틈에 다시 틈을 내주는 제스처, 꽁꽁 숨기기 마련인 지하 공간을 열어낸 작은 틈, 집으로 돌아갈 때 이 도시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한 찢어진 틈, 길쭉한 땅을 단절시키고 싶지 않았던 통로의 틈, 이 건축을 한번 보라며 손짓하는 내민보 계단 사이사이 틈이다.

 

ⓒWoochul Jung
ⓒArchitects H2L
ⓒWoochul Jung
ⓒWoochul Jung

 

틈을 차고앉은 이 건축은 스스로 여러 틈을 내어, 내게 기회를 준 도시에게 더 많은 틈들을 내주고 있다. 존재가 희미했던 이 자투리땅은 이제 이웃에게 편히 올라오라 손짓하는 틈을, 먼 길 돌아가지 말고 건너가라는 틈을, 단단한 콘크리트지만 빼꼼 찢어진 틈으로 인사하는 틈을, 재밌게 내려딛는 지하층으로의 틈을, 이 계단 한 번쯤 걸터앉아 보고 만져보라는 틈을 통해 소통의 틈을 내 달라 말을 건다.

어쩌면 이 건축의 자리가 된 이 틈, 무심코 동네를 오가며 이 커다란 틈의 존재조차 몰랐을지도 모를 많은 이웃들에게, 오히려 이젠 가득 채워진 이 틈을 통해 삶의 기회를, 공간의 여유를 전달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 커다란 틈에 건축가가 새겨 놓은 다른 작은 틈들이 건축의 가능성을, 재미를, 그리고 기회를 웅변하길 기대해 본다.

 

ⓒWoochul Jung
ⓒWoochul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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