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맛이 있는 F&B 스폿 ①

[What’s your Flavor] 머무는 재미까지 더한 F&B 스폿

 

저마다의 개성으로 거리를 메우는 다양한 상공간 가운데 F&B 공간은 생활과 가장 밀접하다. 매 끼니 드나드는 식당,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카페, 식료품을 비롯해 다채로운 기호식품을 만날 수 있는 그로서리 스토어까지.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된 F&B 공간은 식음이라는 본질을 중심으로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식음’에서 ‘공간’으로 방점이 옮겨가는 지금, 고유한 콘셉트와 디자인으로 먹고 마시는 경험은 물론 머무는 재미까지 더한 F&B 스폿을 들여다본다.

에이프릴커피

 

©Kiwoong Hong

 

덴마크 코펜하겐의 로스터리 카페 ‘에이프릴커피’가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열었다. 해외 첫 지점으로 서울을 택한 데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공간 역시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지역적 맥락을 반영하는 모습으로 구현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북유럽 인테리어를 연상케 하는 핀율의 가구. 브랜드 정책상 공간에 사용하는 가구는 모두 핀율이어야 했다. 다만 단순히 코펜하겐 지점의 복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디자이너의 판단하에 명확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한남동이라는 지역의 장소성을 살려 적절한 조화를 꾀했다. 대표적으로 바닥 마감재로 사용한 원목 마루와 포천석은 조각보 패턴으로 스튜디오에서 직접 개발한 것. 벽체와 천장은 삼베를 붙인 뒤 페인트칠해 은은한 한국적 미감을 더했다. 가구는 핀율의 베스트셀러인 리딩 체어, 펠리칸 체어와 더불어 월시스템과 사이드테이블 등 흔히 보기 어려운 디자인 제품으로 배치했다. 월시스템과 리딩 체어는 블랙 색상으로 적용해 한국의 단아한 미를 강조했다. 고품질 커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메뉴 구성, 공간을 이루는 고가의 디자인 가구에는 커피를 음미하며 주어진 시공간을 충분히 누리길 바라는 브랜드의 의지가 담겨 있다. 동선과 레이아웃 역시 머무름에 최적화됐다. 커피와 디저트, 서비스와 공간, 가구, 조경, 오브제 등 모든 요소가 브랜드의 철학과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커피를 즐기는 편안한 공간이 카페 본연의 역할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위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19
인스타그램 @aprilcoffeeseoul
디자인 더퍼스트팽귄

 

포어플랜 

 

©foreplan

 

격자무늬가 그려진 커팅 매트, 돌돌 말린 트레이싱지, 건물 단면을 보여주는 모형, 서가 한켠을 빼곡하게 채운 두툼한 서적···. 성수동에 위치한 ‘포어플랜’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영락없는 건축사무소의 풍경이지만 음료와 브런치, 주류를 파는 엄연한 카페다. 한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가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오피스 겸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공간을 계획했는데, 누구나 간접적으로 디자인 사무소를 체험하도록 방향을 전환한 것이 계기가 되어 낮엔 카페이자 건축사무소, 저녁엔 바로 운영하게 됐다. 갈색 커팅 매트와 스탠드가 놓인 작업용 데스크에서 브런치를 먹는 경험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 공간뿐 아니라 메뉴판에서도 ‘건축스러움’이 뚝뚝 묻어난다. 서류철로 구성된 메뉴판에 계산기와 각도기, 자, 필기구가 꽂혀 있고, 범례와 상세 치수가 표기된 도면 양식을 빌려 시그니처 메뉴를 설명하는 점도 흥미롭다. 독특한 콘셉트로 유명세를 타게 된 바람에 정작 사무 공간으로는 쓰지 못하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지만, 색다른 공간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반갑기 그지없다. 애당초 카페가 아닌 사무실로 계획됐다보니 곳곳에 콘센트가 있으며 테이블과 의자가 일반 카페보다 크고 넓다는 장점도 있다. 너른 데스크에 앉아 커피 한 잔 두고 노트북을 두드리면 왠지 모르게 집중이 더 잘될 것만 같다.

위치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14길 30-11 1층
인스타그램 @foreplan_official
디자인 flpm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네스트

 

©nest seoul

 

서촌에 위치한 ‘네스트’는 한국의 건강한 차를 편안하게 소개하는 티 카페다. 차를 본질로 먹을거리, 공간,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즐길 수 있는 모던한 찻집을 꾀했다. 쾌적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료와 메뉴를 즐기며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 여유로운 찻집 네스트가 지향하는 바다. 서촌의 조용한 터줏대감처럼 원래 있었던 것 같은 카페를 의도해 트렌드를 좇기보다 차가 맛있는 찻집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공간을 구성했다. 전통 다도에서 시작해 여러 브랜드를 경험한 티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다양한 식음료를 선보인다. 전통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한국의 차에 뿌리를 두고 지금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차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네스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는 그로서리 스토어 ‘레스트’. 네스트에서 맛본 차와 사용한 찻잔이 마음에 든다면 레스트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보금자리가 되고자 치약이나 인센스와 같은 생활용품과 식재료를 큐레이션해 판매한다. 맛있고 멋스러운 동네 찻집 네스트는 건강한 한국의 차와 지속가능한 운영 방식을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 성장하고자 한다.

위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 5층
인스타그램 @nest.seoul
기획 네스트

 

와인웍스 목동

 

©Yongjoon Choi

 

신의 물방울이라고 불리는 와인은 인간의 역사보다 앞선 신의 음료였다. 그렇다면 와인이 있는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라보토리는 ‘와인웍스 목동점’을 디자인하기에 앞서 긴 역사를 지닌 와인의 근원에 대해 탐구했다. 그리고 모든 신을 모시는 신전인 판테온을 떠올렸다. 와인을 이루는 모든 자연 요소를 담은 성역의 공간이라는 세계관 아래, 와인웍스의 네 번째 매장인 목동점은 와인과 관련된 이국적인 경험과 신화의 역사를 알리고 예술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판테온의 광장을 공용부로 설정하고, 그 주량을 연상시키는 전이 공간을 만들었다. 내부로 진입하며 경험하는 반전의 스케일감은 특별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와인 판매 공간과 페어링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홀로 이루어지는데, 두 공간을 하나의 긴 축으로 연결해 효과적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고객 동선을 유도했다. 판테온에 떨어지는 따스한 태양 빛을 닮은 온기를 머금은 색감, 시간의 흐름을 담은 텍스처를 지닌 자연 소재 대리석을 가공해 전체 마감재에 변화를 더했다. 판테온이라는 세계관으로 와인웍스만의 브랜드 가치를 몰입감 있게 전달한 동시에 세대와 관계없이 누구나 와인을 캐주얼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위치 서울 양천구 목동동로 257 현대백화점 별관 1층
인스타그램 @wineworks_hyundai
디자인 라보토리

 

스테드

 

©Donggyu Kim

 

각양각색의 카페가 삼삼오오 모인 대구 동성로에 1970년대 유럽 카페의 인상을 자아내는 공간이 들어섰다. 오랜 역사를 지닌 약령시에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자리한 ‘스테드’가 바로 그곳. 팬데믹 시기를 지나는 동안 이국의 문화를 접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먼 나라 어느 골목에서나 느낄 법한 정취를 품은 공간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레 맞아 예스러운 벽돌 건물에서 클라이언트가 주목한 건 유럽식 클래식함. 이를 주요 콘셉트 삼아 모던함을 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유럽식 몰딩을 표현한 기다란 바 상부에 환한 바리솔 조명을 설치하고, 이색적인 스타일을 토대로 디자인한 1층에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스페셜티 커피와 디저트 페어링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2층은 1층에서 주문한 커피를 가져와 음료의 향과 맛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로 구성했다. 여기에 금속을 덧대어 내구성을 높이면서도 세련된 빈티지 가구를 더해 기능과 미감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이러한 가구들은 마치 유럽의 어느 거리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오브제에 앉아 즐기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치 대구 중구 중앙대로77길 14
인스타그램 @stedcoffee
디자인 designby83

 

멋과 맛이 있는 F&B 스폿
▶ 2편 이어보기 

 

You might also like

스테이 창업 전, 반드시 두드려보아야 할 돌다리 ‘스테이 스쿨’

스테이 스쿨 강사진으로부터 미리 들어보는 생존 전략

일상의 웰니스 라이프 큐레이터에게 묻다

[Wellness Lifestyle] ⑧ Life Curators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Portrait] 호텔을 만드는 사람 한이경

‘왜 홀리스틱 웰니스인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Interview] 상하 리트릿 CCO & 총괄 건축가 — 캘빈 싸오Calvin Tsao

짓기 전에 꼭 넘어야 할 스무고개가 있습니다

[다시 만난 브리크의 공간] ① 서교동 카페 ‘콤파일Compile’ 황지원 대표

우리나라 아파트 디자인의 이면

[정해욱의 건축잡담] ⑨ 건축가가 발견한 디자인 특이점에 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