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두 번째 인연을 맺는 곳

[Gen MZ Style] ⑩ 가까운 이웃의 안부를 묻는 병원 '이을 클리닉'
ⓒIeul Clinic
글.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 연구소 대표  자료. 이을 클리닉

 

‘도시’와 ‘로컬’이라는 양대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앞서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 연구소 대표를 필진으로 초대했습니다. 연재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새 주역으로 등장한 MZ세대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들이 욕망하고 소비하는 공간을 함께 따라가 보며 21세기 라이프스타일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세상의 두 번째 인연, 이을 클리닉이 가까운 이웃의 안부를 묻습니다.”

서울시 서초구, 일명 프랑스 마을로 알려진 서래마을에 위치한 이을 클리닉의 모토motto다. ‘두 번째 인연’은 가족을 제외하고 세상에서 맺는 가장 친밀한 관계다. 요즘 흔히 이야기되는 사회적 가족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족은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유대관계의 공동체다. 이을 클리닉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넘어 선, 소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가까운 이웃이 되기를 꿈꾼다.

이을 클리닉 위치 ⓒIeul Clinic
이을 클리닉 위치 ⓒIeul Clinic

 

이을 클리닉은 각 과의 전문의들이 독립적인 클리닉을 구성하고 있다. 환자에게 보다 세심한 진료를 할 수 있는 개인 병원의 장점과 다른 과와의 협의를 통해 체계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종합 병원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 2022년 7월 기준 이을 클리닉은 6개의 전문과 –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치과, 안과, 그리고 수의과와 3개의 센터 – 고압산소 치료센터, 수액면역 치료센터와 눈성형 전문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각 과의 전문의들과 체계를 갖추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2017년 성형외과를 제일 먼저 개원한 이후 차츰 다른 과들을 늘려가고 있다. 지역에서 주민들과 호흡하며 환자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을 클리닉의 기본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전문의들과 함께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을 클리닉 내부 ⓒIeul Clinic

 

성형외과 전문의 김승찬 원장은 개인 병원의 의사들이 갖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이 공유되거나 계승되지 못하는 데 안타까움을 느끼고 이에 대한 대안적 모델을 찾고자 했다. 그가 구상한 대안적 모델은 여러 세대를 이어 나갈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일이다. ‘잇다, 연결하다, 계승하다’는 의미의 순 우리말인 ‘이을’을 병원 브랜드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을’ 브랜드 로고에도 이러한 의미가 나타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디자인했다.

 

ⓒIeul Clinic

 

김승찬 원장이 이을 클리닉을 시작한 이유는 뭘까.

“개인 병원은 자식이 의사가 되어 부모의 뒤를 잇지 않는 이상, 한 세대에서 끝이 나게 되어 있어요.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인 거죠. 한 명의 전문인을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잖아요. 특히 의사들은 더 그렇죠. 그런데, 그 한 명, 한 명이 갖고 있는 노하우know-how가 그냥 소멸되어 버린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또 다른 이유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개원의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어요. 개원의들이 협업을 통해 공생관계를 갖는 새로운 병원 생태계를 만드는 거죠.”

 

김승찬 원장 ⓒShinwon Kyung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개인병원과 중소병원들은 과도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게 되며, 폐업 또한 속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21년 발간한 <2020 전국의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원)의 평균 폐업률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 정도다.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 수가 30개 미만인 의원의 경우, 폐업률은 동기간 3.4%, 병상 수가 30개 이상인 병원의 경우에는 6.8%다. 그러나 2017년과 2018년 병원급 의료기관의 폐업률을 살펴보면, 7.75%로 오히려 법인사업자(7.1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병원경영의 전문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이을 클리닉은 다소 무모(?)할 수 있는 김승찬 원장의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구체화해주는 두 명의 죽마고우인 이청규 대표, 김장욱 대표가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청규 대표와 김장욱 대표는 함께 일 해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었다. 이청규 대표는 브랜드 ‘이을IEUL’의 각종 사업 – 이을프레젠트(화장품), 이을바이오사이언스(바이오), 공간디자인 이을(인테리어) 등을 총괄하고 있고, 김장욱 대표는 (주)이을커뮤니케이션 아임를 맡아 이을 클리닉의 경영 컨설팅, 마케팅, 인력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청규 대표 ⓒShinwon Kyung

 

엔지니어로 오랫동안 일했던 이청규 대표에게 자신의 커리어와 전혀 다른 분야의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의 심정에 대해서 물었다.

“처음 김승찬 원장이 찾아와서 이을 클리닉 사업 이야기를 했을 때는 사실 진지하게 듣지도 않았어요. 제가 잘 아는 분야도 아니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죠. 그런데 또 찾아와서 함께 일하자고 하는 거예요. 제가 그 친구(김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는 ‘김승찬’이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어요.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심, 욕망 같은 것이 꿈틀거렸어요. 물론 힘든 시간도 있었어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오고…. 생각한 것보다 느리게 병원이 성장하더라고요. 조바심이 났죠. 그때 김장욱 대표가 이을 클리닉에 합류했어요. 우리 세 명은 참 다르거든요. 비슷한 점이 별로 없어서 오히려 잘 맞아요.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는 완벽한 삼면체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세 개의 점과 세 개의 선분으로 이루어진 다각형이 된 거죠.”

 

김장욱 대표 ⓒShinwon Kyung

 

아버지와 친형이 모두 의사인 김장욱 대표는 개원의들의 현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을 클리닉에 합류한 이유는 ‘여러 세대를 이어 나갈 수 있는 병원, 지역에서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만드는 일에 함께 하고 싶어서’였다.

“제가 중국 베이징에 주재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을 때 김승찬 원장이 저를 찾아 왔어요. 자신이 하고싶은 병원에 대해서 설명을 하더라고요. 연세가 많으신 개원의들이 가진 경험과 기술을 젊은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수 있는 병원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요. 그리고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전문병원을 만들어 보자고 했어요. 저는 오랫동안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었거든요. 이을 클리닉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2021년 이을 클리닉은 성형외과, 안과, 치과 부문에서 대한민국 베스트 클리닉(전문성을 가진 의료기관 부문)으로 선정되었다. 베스트 클리닉의 선정기준은 세 가지이다. 첫째, 질환 및 진료과목 별 전문성을 가져야 할 것. 둘째, 각 진료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것. 셋째,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료기관이다. 이을 클리닉이 베스트 클리닉에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신뢰감있는 진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는 데 있다. 환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병원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의료이익보다 신뢰 있는 진료 서비스 제공에 훨씬 더 많은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찬 원장, 이청규 대표, 김장욱 대표는 이을 클리닉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병원의 수익 문제를 진료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에 근거한 연관 산업에 진출하여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화장품, 바이오 벤처 등 병원에서 파생되는 연관 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시키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Don’t find fault, find a remedy. 문제점을 찾지 말고 해결책을 찾아라.’는 헨리 포드Henry Ford의 유명한 명언처럼 수익성과 생존의 문제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경신원 박사의 [Gen MZ Style] 연재는 마무리합니다. 애독해주신 독자와 애써주신 경 박사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브리크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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