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함을 입은 로컬 공간 10 ①

[In your Area] 지역 특색을 반영한 로컬 스폿

서울을 벗어나 저만의 콘텐츠로 승부하는 작지만 강한 공간들이 있다. 각 지역에 거점을 둔 카페, 숍, 서점, 레스토랑, 작업실 등은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관계 맺고 있다. ‘로컬’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기 전에 이미 지역 문화는 공간 정체성을 이루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도 비슷한 분위기의 표준화된 공간이 각광받던 시기를 지나 눈에 띄게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에 주목하는 지금, 저마다의 고유함을 구축해 온 로컬 스폿을 들여다본다.   

앵강마켓

 

ⓒainriver

 

볕이 따뜻하게 드리우는 남해의 작은 마을 앵강만. 고즈넉한 외관으로 발길을 이끄는 ‘앵강마켓’은 정직하게 키워낸 국내 로컬 푸드와 다양한 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상점이다. 오랜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7년 전 남해에 정착한 이선혜 대표는 품질 좋은 특산품을 제대로 포장해 판매하는 곳이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남해에 숨겨진 건강한 식재료를 연구, 엄선해 다양한 로컬 제품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2년간의 준비 끝에 오픈한 앵강마켓은 1970년대 지어진 주택을 개조한 따뜻한 느낌의 목조 건물에 자리한다. 우연히 발견한 시골 마을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고, 오롯이 그 분위기를 느끼다 정갈하게 포장된 특산물을 선물처럼 구매해 돌아가는 여정을 염두에 둔 곳이라고. 판매에 앞서 쉼과 휴식을 지향하는 공간이기에 여느 특산품 가게와는 사뭇 다른 결을 지녔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이들과 협업해 가공과 판매, 홍보를 돕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유통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작은 상점이 지역 사회와 관광 산업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 이상적인 사례다.

위치 경남 남해군 남면 남서대로 772
운영시간 11:00~17:30
문의 055-863-0772
인스타그램 @ain_river

 

스펙타클타운

 

ⓒspectaclework

 

인천의 로컬 콘텐츠를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펙타클워크’의 철학을 보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동인천 배다리에 자리잡은 ‘스펙타클타운’이 바로 그곳. ‘작지만 스펙타클한 문화 공간’을 표방하는 타운은 커뮤니티 모임과 교육 프로그램, 전시와 파티를 아우르는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주관한다. 목표는 로컬 콘텐츠를 제안하고 지역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 주요 프로그램은 학생, 회사원, 프리랜서, 창작자 등 지역 청년이 모여 인천의 새로운 모습을 발굴하는 커뮤니티 ‘스펙타클 유니버시티’다. 지역 구석구석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모아 출판, 전시 등 콘텐츠로 발전시킨다고. 지역민이 함께 채워가는 참여형 공간을 의도한 만큼 가변적이고 기동성 좋은 가구를 배치해 유동적 구성을 꾀했다. 협업 플레이어나 콘텐츠에 따라 변주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마주한 개항로의 다른 공간은 든든한 이웃. 개관 당시 인근 카페 ‘동양가배관’과 협업을 통해 콜라보 커피를 선보인 바 있다. 자체 커뮤니티를 비롯해 지역 창작자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인천의 다양한 레이어를 더하는 공간으로 자리할 계획이다.

위치 인천시 동구 금곡로 28 2층
운영시간 13:00~19:00 (월, 화 휴무 / 행사에 따라 유동적)
문의 0507-1380-8862
인스타그램. @spectacletown

 

문우당서림

 

ⓒmoonwoodang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문우당서림’은 1984년 5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된 지역 서점이다. 속초가 고향인 이민호 대표가 20대 시절 지역 서점의 필요성에 공감해 개점한 이래 이전과 확장을 거듭하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문우당이라는 이름에는 ‘책과 사람이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여가를 즐길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속초에 문화 공간이자 쉼터를 마련하고자 한 의지에서 비롯된 서점이기에 그 방향성이 남다르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상점의 개념을 넘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여러 손님이 들러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여유롭게 살펴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지향한다. 지금처럼 속초에 카페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서점 한 켠에 공유 오피스 형태의 방을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고, 문화 활동에 대한 지역 청년의 수요에 부응하고자 드로잉, 공예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기획하기도 했다. 외에도 지역 문인들의 출판기념회, 시 낭송회를 위한 공간을 내어주고 지역 창작자들의 작업을 알리는 서가를 마련하는 등 서점의 정체성을 살려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가는 중이다. 오프라인 서점이 위축되어 가는 상황에서도 동네 책방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지역민들의 든든한 거처가 되어주는 문우당서림은 앞으로도 좋은 서점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며 속초의 오랜 책방으로 남고자 한다.

위치 강원 속초시 중앙로 45
운영시간 09:00~21:00
문의 033-635-8055
인스타그램 @moonwoodang_bookshop

 

댄싱사이더 컴퍼니

 

ⓒDancing Cider Company

 

사과의 고장 충주에서 ‘애플사이더apple cider’라는 카테고리를 개척해 주류 시장과 지역 내 유의미한 움직임을 만들어 가는 이들이 있다. 충주에 위치한 오리지널 크래프트 사이더하우스 ‘댄싱사이더 컴퍼니’는 국내 농산물을 활용해 뛰어난 품질의 애플사이더를 선보이는 기업이다. 소주와 맥주가 주를 이루는 한국 주류 시장에 다양성을 불어넣고자 애플사이더를 개발했다고. 누구나 유쾌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술을 지향해 ‘춤’과 ‘사이더’를 결합한 ‘댄싱사이더’라는 이름을 지었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충주는 사과로 그 명성이 자자할뿐더러 인근 지역에서 우수한 품질의 사과를 수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편 젊은 열정이 모인 자리는 변화의 시초가 되기도 한다. 충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농산물을 꾸준히 구매하고 파트너와 협업하며 지역민을 고용한 결과, 지역 내 유의미한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뿐 아니라 타지에서 젊은 층을 유입시켜 지역 발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공간이 협소한 관계로 방문객을 맞는 사이더하우스 투어 및 탭룸 프로그램은 현재 운영을 중단한 상태지만, 사과 농장이나 사이더 제조 체험 등 크래프트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구상 중에 있다. 발로 뛰며 발굴한 물 좋고 비옥한 충주 지역의 농작물들을 다양한 사이더로 개발해 그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한다는 목표다.

위치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인담길 35-1
운영시간 탭룸 정비 중, 추후 오픈
문의 043-844-1616
인스타그램 @dancingcider

 

위크엔더스

 

ⓒweekenders

 

바다를 좇아 강릉으로 이주한 서퍼들이 만든 ‘위크엔더스’는 쉼과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느긋한 안식처를 지향한다. 여느 도시와는 다른 풍경을 가진 강릉의 자연에 매료된 이들이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강릉역 인근의 오래된 여인숙을 개조한 건물은 숙박을 비롯해 액티비티, F&B, 코워킹 등 다양한 콘텐츠가 녹아 있는 리트릿 호스텔로 운영된다. 강릉을 찾는 이들에게 숙박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선보이는 로컬 다이닝과 웰니스 프로그램이 이곳만의 백미다. 건물 입구에 설치된 ‘Eat Local’이라는 입간판 문구에 충실하듯 아침에는 강릉 두부로 만든 스프레드와 순두부를, 저녁에는 강원 로컬 맥주를 맛볼 수 있다. 1박 2일 여정의 리트릿 ‘오롯이 나’는 지역 곳곳의 스폿에서 요가와 명상, 서핑을 하며 새로운 강릉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 지역민이 배경처럼 누리는 장소가 여행객에게는 경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름 없는 바다와 한적한 숲길에서 깊은 호흡을 하고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장소 위크엔더스.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정은 순항 중이다.

위치 강원 강릉시 율곡로2868번길 1
운영시간 입실 17:00 퇴실 13:00
문의 0507-1345-9212
인스타그램 @official.weekenders

 

고유함을 입은 로컬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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