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정경화 사진. 신병곤, 윤현기 자료. 마이세컨플레이스
① 두 번째 집, 두 번의 삶 — 집의 취향을 찾는 여정
② 나누는 만큼 다양해지는 삶 — 마이세컨플레이스가 말하는 ‘듀얼라이프’
③ 이 가족이 주말을 보내는 법 — 조영표, 한지은 마이세컨플레이스 2호 노픈집 멤버
주말의 인생도 포기하지 않고 싶은 당신에게
출퇴근길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아~ 주말에는 떠나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렇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나만의 별장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내 집 마련도 쉽지 않다. 스테이는 좋은 감도의 공간을 경험하는 만큼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큰맘 먹고 가기로 결심해도 예약이 전쟁이다. 도심 호텔은 북적여서 싫고, 캠핑은 일단 장비부터 사야 하고. 결국 가까운 교외의 글램핑 정도로 타협을 본다.
친구들끼리 ‘돈 모아서 시골에 아지트 하나 짓자’는 계획도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다 보면, ‘풀은 누가 뽑고, 청소는 어떻게 하며, 일정이 겹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며 슬슬 귀찮아진다. 잠깐 상상하던 주말의 인생은 이런저런 이유로 꺾여 간다. 마이세컨플레이스는 이렇게 포기를 거듭하는 우리에게 두 번째 공간을 누리는 묘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나누어 소유하고, 모두 주인이 되어 공유하는 것.
“우리는 본능적으로 첫 번째 집은 공유할 수 없지만, 시골집 같은 두 번째 공간은 공유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지내는 곳이 아니니 같이 써야 효율적이고 부담도 적죠. 하지만 친구는 친한 사이라 오히려 까다로운 부분이 있고, 그렇다고 생판 모르는 사람과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누가 빠지더라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생태계가 마련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마이세컨플레이스는 바로 이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름하여 세컨드하우스 공동소유 플랫폼. 듀얼라이프를 위한 공간을 나누어 소유할 수 있는 형태로 기획하고, 그렇게 만든 상품을 판매한다.
왜 공동소유인걸까?
집을 나눠서 소유한다는 개념은 두 번째 공간은 공유할 때 더 유리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특징이 뚜렷한 만큼 장단점도 명확할 터. 가장 큰 장점은 나눔의 미학,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또 한 가지 장점은 나누어 쓰는 주체가 모두 주인인 경우, 운영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 이는 마이세컨플레이스가 여러 공유공간을 운영하며 몸소 깨달은 사실이다.
“에어비앤비에 하루 숙박하는 사람보다는 월세인이나 전세인이, 그보다는 주인이 집을 소중하게 다룹니다. 그래서 주인이 직접 소유하는 것이 운영자에게도, 사용자에게도 가장 효율적이에요.”
단점은 타인과 집을 공유한다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이다. “많은 분들이 혹여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다른 소유자가 집을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을까 걱정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지내보면 굉장히 막연한 감정이었음을 깨닫게 돼요. 일단 서로 만날 일이 없고, 모두가 소유자이다 보니 제대로 잘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혹여 발생할지 모를 위험을 줄이기 위해 그들은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입실과 퇴실 규칙부터 집에 적용한 설비와 자재, 주주 사이의 재산권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결정하고 계약서에 꼼꼼히 반영한다.
마이세컨플레이스의 첫 번째 플래그십 공간
마이세컨플레이스는 듀얼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 공간을 나누어 소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했고, 첫 아이템으로 세컨드하우스를 택했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 삼은 상품이 충청남도 공주의 시골집을 고쳐 지은 너른집과 노픈집이다. 사업을 계획하고 첫 번째 상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2년여의 노력이 모인 결과, 오랫동안 비어 있던 집은 다섯 가구의 집으로 탈바꿈했다.
두 집은 산자락 아래의 언덕에 폭 감겨 동네에 자연스레 녹아든 모습으로 자리해 있다. 돌담을 벗 삼아 자갈길을 걸어 입구에 닿으면 너른 마당이 한 차례 인사를 건네고, 뒤이어 깊게 내민 처마와 서까래가 맞이한다. 잔디 위를 잔뜩 휘젓고 다닐 아이들의 모습, 여름날 저녁 너른 마루에서 한가롭게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절로 그려지는 집이다.
땅을 균일하게, 진입은 구분되게
설계는 공주에서 쿠쿠루쿠쿠디자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박우린 CPO(최고 상품 책임자)가 전담했다. 그가 가장 처음 한 일은 날 것 자체인 땅을 정리한 것. 맹지*가 되지 않도록 필지를 분할하면서 100평씩 균일하게 면적을 맞추고, 경사진 땅을 다듬어 집을 짓기에 적당한 조건을 마련했다.
“너른집의 대지는 지저분하게 쌓인 것들을 걷어내고 보니 뒤쪽으로 돌아 진입하는 시퀀스가 더 훌륭했어요. 소유자가 다른 만큼 입구를 다른 방향으로 분리해 진입로를 조성했습니다.”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전혀 없는 토지. 건축법상 대지로 인정하지 않아 건축 허가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시골집을 시골집답게 만드는 요소들
시골집 생활의 백미는 집 바깥에 있다. 이들 집 또한 마찬가지. 외부 공간에 자리한 요소는 모두 ‘당신은 바깥으로 더 나오기 위해 세컨드하우스에 사는 거예요’를 건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보통 도심에서는 건물을 대지에 가득 채워서 짓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노픈집은 13평, 너른집은 17평인데, 대지는 100평에 달해요. 건물보다 대지가 훨씬 넓죠.” 이 중간 영역을 모호한 반 외부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는 처마를 깊게 내거나 넓은 마루를 설치해 경계를 흩트리는가 하면, 데크나 툇마루, 벤치, 테이블 등 바깥 공간을 즐기는 요소를 곳곳에 심었다. 덕분에 이곳에 머무는 이들은 야외 생활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빠짐없이 즐긴다.
집에서 살린 것과 더한 것
집은 겉으로 드러나는 실루엣만 남기고 거의 모든 것을 새로 지었다. 넉넉히 채운 단열재를 비롯해 집을 이루는 부재의 무게는 모두 새로 설치한 철골 기둥과 지붕틀이 담당한다. 서까래는 본래의 지지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남겨둔 요소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또 한 가지는 바로 식(食)의 공간. 세컨드하우스에서는 ‘삼시세끼를 직접 해 먹는 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아궁이로 불을 때던 부엌과 반찬을 보관하던 찬광은 원래의 맥락을 살려 다이닝 공간으로 만들고, 주방은 쾌적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곳곳에 주의를 기울였다. 여러 명이 같이 사용하는 장소인 만큼 수납공간도 다섯 곳으로 나누어 세밀하게 배치했다.
“재미있는 점은, 13평의 검박한 시골집에 IoT를 비롯해 최신 기술과 설비가 모두 적용되어 있다는 사실이에요. 보일러와 조명, 로봇 청소기까지 모두 IoT로 연결되어 있고 원격으로 작동합니다. 퇴실 버튼을 누르면 로봇청소기가 돌고, 매일 해뜨기 한 시간 전에 스프링클러가 잔디에 물을 줍니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 작은 집을 설계하면서 그 뜻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세컨하우스를 넘어, 또 다른 두 번째 공간으로
그들이 방점을 찍는 것은 한 채의 집이 아니라 삶에 있다. 단순히 빈집을 발굴하고 더 낫게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것. 그래서 나누는 숫자도, 공간의 용도도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준비가 돼 있다.
“지금은 5분의 1이지만 나중에는 정말 쓰고 싶은 만큼만 금액을 내고 살 수도 있다고 봐요. 나누어 소유하는 공간이 꼭 잘 갖춰진 집일 필요도 없습니다. 마당이 있는 시골집은 수많은 유형 중 하나일 뿐이에요. 캠퍼에게는 세컨드하우스보다 바닷가가 보이는 노지가 더 유용할 테죠. 취미 생활을 하는 작업실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요트 같은 것도 가능합니다. 다양한 공간이 상품처럼 거래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궁극적으로는 두 번째 공간에 대한 선택지가 있는 문화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집에 삶을 맞춘다. 마당이 딸린 주택이 좋은지, 편리한 서비스를 갖춘 셰어하우스가 어울리는지 알 길이 묘연했던 나의 집 취향을, 어쩌면 두 번째 공간에서는 좀 더 세밀하게 탐구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들 말대로 나눠 쓰는 만큼 부담이 줄어들고, 선택지는 다양해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