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양옥, 동서양의 조화를 담다

[Place_case] ① 성북구 보문동 리모델링 카페 '아틀리에 하모니'
ⓒplace_case
글 & 사진. Place_case (플레이스 케이스)

 

일상에 영감과 풍요를 더하는 공간을 찾아 기록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p.lace_case 운영자이자 <브리크 brique> 애독자인 플레이스 케이스 Place_case님을 전문 기고자로 초대했습니다.
실내 건축을 전공하고, 현재 공간 디자인PM으로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삶을 윤택하게 하는 장소들을 큐레이션하여 주변 이들과 함께 향유하고 소통하고자 합니다. 그녀가 펼치는 공간 이야기를 따라가며 여러분도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시길 기대합니다.

 

밀도 높은 도시에서 살다 보면 한 번쯤은 가슴이 콱 막히는 답답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리적 여백이 부족한 환경은 심적 여유를 앗아가고, 쉼을 필요로 하는 주기를 축소시킨다. 재충전을 위한 가장 좋은 곳은 자연이지만 분주한 도시인들은 인공 환경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누리도록 진화했는데, 그 중 가장 보편적인 곳이 카페가 아닐까 싶다.

카페 중에서도 자연이 깃든 공간과 심미적 디자인, 편의성, 그리고 오감을 충족시켜줄 식음료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곳은 우리에게 테라피 효과를 선사한다.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아틀리에 하모니Atelier Harmony’도 그런 곳이다.

 

 

‘아틀리에 하모니’ 전경 ⓒplace_case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카페의 모든 것은 ‘조화’에 기반한다. 중정을 둔 한옥과 현대 건물의 조화, 동양적 공간과 서양 가구의 조화, 그리고 커피와 디저트, 음악의 조화까지 모든 것이 화음을 이룬다. 디자인을 전공한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식당이었던 양옥과 주거공간이었던 한옥의 셀프 리모델링을 통해 재탄생했다.

 

“보문동은 오래된 한옥 마을로 지금도 한옥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정겨움과 따뜻함이 있는 동네입니다.
이 공간을 보는 순간 아틀리에 하모니의 콘셉트와 디자인이 머릿 속에 그려졌습니다. 한옥(동양)과 1900년대 유럽 빈티지 가구(서양)의 조화롭고 독특한 연출을 통해 ‘아틀리에 하모니’만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김지훈 ‘아틀리에 하모니’ 공동 대표

 

건물은 양옥과 한옥, 그리고 중정까지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흑백 간판이 달린 양옥은 고객을 맞이하는 전실의 기능을 담당하며 공간 좌측의 단정한 우드 바 맞은편으로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의 펜던트와 ‘그라gras’ 조명이 리드미컬하게 비치되어 있어 길 건너편에서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입구로 들어오면 처음 맞게 되는 양옥 건물의 카운터 겸 서빙 공간 ⓒplace_case
카운터 맞은 편 뷰. 양옥과 한옥을 잇는 중문을 가운데 두고 있다. ⓒplace_case

 

양옥에 들어설 때부터 보이는 중문은 한옥으로 넘어가는 매력적인 전이 과정을 선사하는데, 여정의 초입에서부터 보이는 중정의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옥과 정원, 담장 너머 성당의 첨탑과 하늘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중문을 지나면 한옥의 중정을 만나게 된다. ⓒplace_case

 

중정을 에워싸는 한옥은 네 개의 응접실이 ‘ㄱ’자로 배치되어 있다. 모든 실은 남향으로 채광이 좋고 하늘을 바라볼 수 있으며 각각의 방마다 다양한 조합의 빈티지 가구를 놓아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첫 번째 실은 미드센추리 모던의 아이콘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와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의자, 그리고 그라Gras 조명과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조명이 놓여 있는 전시공간으로 가구와 한옥의 조형미가 돋보인다.

두 번째 실은 2인실로 카이 크리스티안슨Kai Kristiansen의 원형 테이블과 이사무 켄모치Isamu Kenmochi의 스툴을 둬 아늑하고 프라이빗하게 연출했다.

 

한옥 첫 번째 실(왼쪽)과 두 번째 실 ⓒplace_case

 

가장 넓은 세 번째 실에는 다양한 오리지널 북유럽 집기들이 배치돼 있으며, 모든 의자들은 중정을 바라보며 쉴 수 있도록 놓여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옥 천장 구조 아래로 공간을 가로지르는 장 프루베Jean Prouve의 조명과 천장의 그라Gras 조명으로 공간 내 역동성과 리듬을 부여한다.

 

한옥 세 번째 실에는 장 프루베Jean Prouve의 조명과 그라Gras 조명이 빛을 내고 있다. ⓒplace_case
세 번째 실 전경 ⓒplace_case

 

마지막 네 번째 실은 4인실로 유일하게 높은 층고를 가진 방이다. 바닥 단차와 다락 공간을 이용한 높은 천장에 대형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어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세 번째 실에서도 네 번째 실의 천장을 바라볼 수 있는데, 작은 한옥에서 다양한 프레임을 보여주기 위한 고민과 감각이 엿보인다.

 

네 번째 실을 바라보는 뷰(왼쪽)와 네 번째 실에서 중정을 바라보는 뷰 ⓒplace_case
세 번째 실에서 네 번째 실과 중정을 바라보는 뷰 ⓒplace_case

 

두 대표는 주기적으로 가구와 오브제의 배치를 바꿔 다양한 조합의 ‘하모니’를 연출한다. 더불어 모든 음식 메뉴 또한 직접 연구 개발해 만드는데, 시그니처 크림 커피와 토핑 샌드위치가 인기가 많다. 조만간 오래된 카페 공간과 어울리는 발효주, 전통주, 와인, 그리고 함께 페어링 할 수 있는 음식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place_case

 

아틀리에 하모니를 처음 방문하는 독자들에겐 한옥 내 자리를, 한 번 이상 찾아갈 독자들에게는 대표 내외가 추천하는 양옥의 바 앞쪽 공간에 앉아볼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한옥으로 바로 들어가시는데, 바 앞 테이블에 앉아 빈티지 타노이Tannoy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타임을 가지면 정말 좋은 자리라고 느끼실 거예요.”
– 신진후 ‘아틀리에 하모니’ 공동 대표

 

하지만 어느 자리에 앉든 이 카페를 방문한다면 커피 한 잔과 함께 시간이 녹아있는 고가구에 진득하게 앉아 공간의 에너지를 느껴보시길. 햇살과 음악, 정원의 풍경과 함께하다 보면, 잃어버렸던 내면의 여유와 균형이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틀리에 하모니
서울시 성북구 보문로 77-1
화, 수, 목  11:00 ~ 19:00 / 금, 토, 일 11:00 ~ 21:00 (매주 월요일 휴무, 매월 마지막주 월·화 휴무)
2인실, 4인실 : 인스타그램 사전 예약
instagram.com/atelier_harmony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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