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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 현실주의’가 만든 5층짜리 단독주택

[QnA] stpmj 건축의 '오층집'
글. 전종현, 김윤선  자료. stpmj 건축

 

stpmj 건축의 ‘오층집’은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주거지구에 우뚝 선 5층짜리 단독주택이다. 아파트의 수평적 주거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 ‘수직적 삶’을 제안하는 이 주택은 건축가의 도발이자 건축주의 새로운 도전이다. 마치 옷을 걸친 듯 붉은 벽돌로 감싼 외관과 아치의 형태가 돋보이는 오층집은 뻔하디 뻔한 다가구 주택이 점령한 도시 풍경에서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제 존재감을 드러낸다. 현실적인 제약을 유쾌하게 비틀며 건축주와 건축가 모두를 만족시킨 오층집 이야기를 stpmj 건축의 이승택, 임미정 소장에게 들어본다.

 

ⒸMAGAZINE BRIQUE

 

건축주의 명쾌한 요구
“MAX로 해주세요.”

 

ⒸJihun Bae

 

건축주의 첫 인상이 강렬했다고 들었어요.

요즘 건축주가 ‘쇼핑’을 많이 해요. 여러 건축사무소를 들리는 게 일상적이죠.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정보와 스스로 쌓은 지식을 검증받고 싶은 욕구가 있거든요. 건축가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실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때 건축가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는 경우도 많아요. 아마 건축가와 상담할수록 자신의 지식이 고도화되고 일종의 감이 생긴다고 믿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오층집의 건축주는 저희가 만난 분 중 첫번째 미팅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어요. 지금 상황이 이런데, 이런 스타일이 괜찮고, 과연 이정도 규모가 가능하겠냐 등 무척 간단한 것만 체크하고 두번째 만남에서 바로 계약하자고 하더군요.

 

매우 호탕하시네요.

보통 예비 건축주는 미팅을 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요. 일생에 한번 하는 큰 일이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정보를 파악하고, 고민하고, 수소문도 해보며, 비교 선택하는 기간이 결코 짧지 않아요. 특히 건축 설계는 눈에 명확히 보이는 상품을 사는 게 아니다 보니 이게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늘 불안감을 갖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 분은 아주 명쾌했어요. 가족사항. 대지면적, 주택의 법적 규제 등을 확인하고, 어떤 게 가능한지 상의하고, 바로 설계 확정을 했을 정도니 태도가 분명한 분이었죠.

 

ⒸMAGAZINE BRIQUE

 

알고보니 건축주가 건축을 전공했다면서요?

건축설계회사를 다니다가 인테리어 디자인도 하고 시공 경험도 있더라고요. 건축을 공부한 분은 미팅 속도와 호흡이 일사천리에요. 진행 과정에서 의사결정도 아주 똑부러지고요. 이 분도 실질적으로 자신이 관여해야 할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저희에게 일임했어요. 건축가 입장에서는 참 좋은 건축주죠.

 

건축주가 가장 중시하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간단했어요. 법적인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면적과 높이를 확보하고 싶다는 것. 제약이 많은 도심에 존재하는, 경제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신축의 경우였기 때문에 이 분은 명확하게 ‘맥스(max)’를 원하셨어요. 아직도 저희와 왜 작업을 시작했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창의적인 무엇을 요구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작품이 아닌, 굉장히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으로 투자한 비용 대비 건물을 최대한 개발해서 사용하고 싶다는 의지가 명확했죠.

 

ⒸMAGAZINE BRIQUE

 

당시 건축주의 상황도 궁금해요.

가족 구성원은 총 5명. 부부를 제외하고 딸만 셋이었어요. 초등학교 다니는 친구, 유치원 다니는 친구, 집에서 지내는 친구까지 연령대가 다 달랐죠. 그리고 남편이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데 가구 만들기가 취미라서 집에 작업실이 필요했어요. 아이들이 움직이는 동선과 부부의 생활 패턴을 명확하게 파악해 여기는 누구 방이고, 여기는 어떻게 쓰여야 하고, 우선 순위는 무엇이다, 그런 요구사항이 다 정해져 있었어요. 계단 밑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 캐비넷 사용 아이디어까지 남편 본인이 생각하는 내부 프로그래밍에 대한 니즈가 명확했죠. 그래서 저희는 내부보다 외부로 시각을 돌렸고, 법규 때문에 옴싹달싹 못하는 외부 공간을 우리만의 시선으로 색다르게 풀려고 했죠.

 

@STPMJ

 

건축가의 창의적인 해법
“하나의 오브제로 만들기”

 

ⒸJihun Bae

 

오층집을 보았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벽돌 같아요. 마치 ‘옷을 걸치듯’ 적벽돌로 감싼 모습이요.

많은 건축주가 마음 속으로 외벽 재료를 미리 정해놓는 경우가 많아요. 오층집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회색이나 어두운 계열의 벽돌로 마감하길 원했어요. 근데 주변에 노랗고 붉은 계열의 다가구 건물들이 진을 치고 있었어요. 회색으로 하기에는 너무 튀는 느낌이 들었죠. 건물 외관은 공공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풍경이죠. 그래서 저희가 스터디를 끝내고 적벽돌로 마감한 모델을 보여드렸는데 무리 없이 적벽돌로 바꾸시더라고요. 당시 저희가 진행하는 다른 프로젝트 현장에 가서 적벽돌을 실제로 체크하긴 했지만요. (웃음)

 

ⒸMAGAZINE BRIQUE

 

재료는 적벽돌 하나지만 그 활용 방식이 무척 다양하더군요. 스크리닝 방식으로 쌓은 벽면,  파벽돌을 사용해 다양한 텍스처를 시도한 게 대표적인데, 혹 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음… 저희는 오층집이 하나의 오브제로 보이길 원했어요.

 

오브제요?

높이가 5층인 주택은 흔치 않으니 아예 오브제처럼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에는 저희가 중시하는 건축 태도가 저변에 깔려 있는데 바로 ‘트윅(tweak)’이예요. 트윅은 ‘미묘하게 비트는 행위’를 말해요. 오층집은 적벽돌이라는 재료를 여러 방식으로 트윅한 거죠. 건물 계획안에는 법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면들이 있어요. 예컨대 출입구, 주차장, 발코니 등이 법규 때문에 ‘잘려나간’ 대표적인 부분인데 여기를 파벽돌로 마감했어요. 오층집이 하나의 오브제로 보이는 또다른 이유는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관여했기 때문이에요. 벽돌과 벽돌 사이에 존재하는 모르타르(mortar)의 색상을 벽돌과 비슷한 붉은 색으로 계획한 거 아세요? 보통 자주 쓰이는 회색으로 처리했으면 시각적인 차이가 두드러졌을 거에요. 발코니도 오픈 트렌치로 처리하면서 물이 잘 빠지도록 화산송이로 채워넣었어요. 화산송이 색이 적벽돌이랑 비슷하거든요.

 

ⒸJihun Bae
ⒸJihun Bae

 

오층집을 상징하는 형태적 특징은 ‘아치’라고 생각해요. 건물 4층 경사벽, 캔틸레버 주차장부터 창문 외관까지 건물 곳곳에 스며들었죠.

이건 아까 말한 법규와 직결되는 부분이에요. 해당 대지에서 법적으로 최대 면적과 높이를 추구할 때 결과물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일조사선 제한에 주차장 완비, 이격 거리를 적용하면 딱 지금 세워진 건물처럼 면이 잘려요. 건축주의 최우선 요구사항이 ‘맥스’였기 때문에 외관의 형태를 바꾸는 건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면적을 건드리지 않고 법규를 존중하면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트윅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아치라는 요소를 떠올리게 됐죠.

 

ⒸSTPMJ
ⒸJihun Bae
ⒸSTPMJ
ⒸJihun Bae

 

처음 스터디할 땐 직선이던 부분이 아치로 바뀌는 실마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일단 관심을 가지니까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같아요. 이런 류의 ‘최대 한도’를 지향하는 건물에서 뭐 하나 바꿀 거 없나 계속 관찰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왔달까요. 건축주의 요구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우리도 만족할 수 있는 차별화 지점이 여기다, 하며 생각을 거듭하니 처음에는 직선이 곡선으로 바뀌는 간단한 변화였지만, 전체에 대입하는 논리적 흐름이 생성되면서 시각적, 형태적으로 통합이 되었어요. 냉정하게 말하면 사선 부분을 살짝 연결한 것 뿐이라 대단한 아이디어는 아니죠. 하지만 이 미묘한 변화 때문에 건물을 비롯해 주위 풍경까지 바뀌었네요.

 

ⒸSTPMJ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끊임없이 조금이라도 다른 걸 추구하려는 노력이 굉장한 것 같아요.

상황이 허락된다면 저희는 왠만하면 다른 것과 구분되는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편이에요. 저희 건축 모토가 ‘도발적 리얼리즘’인데요. 현실적인 제약과 조건을 부정하면서 꿈을 꾸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후, 여기에서 단서를 잡아 트윅을 걸며 적극적으로, 도발적으로 표현하는 거죠. 저희가 좋아하는 어휘에요.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연결되면서 건축주와 저희 모두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MAGAZINE BRIQUE

 

오층집이 지어질 때 종교시설로 오인을 받았다고 하던데요. (웃음)

동네분들이 민원을 넣더라고요. 주택 지구에 종교시설 왠말이냐, 하면서. 생각해 보니 그럴 만도 해요. 적벽돌이란 재료도 그렇고, 아치가 주는 중세 시대의 클래식한 느낌도 한 몫하죠. 특히 창이 깊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예전 서양 중세 시대의 수도원은 벽체 깊이와 빛의 관계를 이용해 여러가지 효과를 의도했거든요. 건물 옆면에서 보면 벽이 두꺼워서 벽돌만 보이니까 그 모습이 종교시설 같았나봐요.

 

창문이 깊은 이유가 실은 사생활 보호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도심의 주택 지구는 사생활이 참 중요한데, 프로젝트 진행 중 옆 대지가 팔린 소식을 들었어요. 지금은 2층짜리 건물인데 곧 올라가면 오층집이랑 비슷한 규모가 될테고, 그럼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죠. 창의 깊이 뿐만 아니라 세로로 긴 형태를 띤 것도 같은 이유에요. 가로로 긴 창을 배치하면 당연히 밖에서 더 잘 보이거든요. 창을 작게 만들고 싶은데 채광 문제가 있으니까 대안으로 세로로 길게 늘린 거죠. 동쪽, 서쪽 창의 벽돌을 스크리닝 방식으로 쌓은 이유도 마찬가지에요.

 

ⒸSTPMJ
ⒸJihun Bae

 

아치를 대하는 관점을 확장하면 직선과 곡선의 대비가 느껴져요. 근데 날카롭기보다 부드럽게 수렴하는 태도가 매력적이더군요.

아마 아치와 벽돌의 합작 효과 아닐까요? 아치는 조금씩 굽어지면서 틈이 생기잖아요. 그리고 벽돌은 날카로운 느낌이 적으니 모였을 때도 뾰족함이 무디어지고…저희가 면에 조형적인 변화를 주는 걸 선호해요. 조금이라도 다른 효과를 기대하거나 특성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오층집은 곡선과 직선의 대비가 불쾌하지 않게 긴장감을 주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Jihun Bae

 

오층집은 이름 그대로 5층이죠. 다가구 주택에 어울릴 법한 높이는 가족 한 세대를 위한 집치고 꽤나 장대해요. 내부 프로그래밍을 설계할 때도 고민을 많이 했겠어요.

1층에는 아이 셋이 함께 놀 수 있는 방과 피아노 선생님이 다녀가는 레슨방, 그리고 가구 제작을 하는 작업실이 있어요. 재료와 공구가 왔다갔다해야해서 작업실 문은 주차장과 가까운 곳에 내었죠. 2층에는 주방과 거실이 있고 3층에는 부부 침실과 막내딸 방이 있어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해요. 4층에는 둘째 딸, 5층에는 첫째 딸이 지내요. 건축주가 미리 아이들이 각자 생각하는 공간과 방 위치에 대해 세밀히 알려줬어요. 여기서 가족간의 관계를 볼 수 있는데요. 둘째가 4층에 있는 이유는 첫째와 막내를 연결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4층에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파우더룸이 있어요. 자매들의 커뮤니티 허브랄까요. 작은 집인데도 1층과 5층을 빼고 전 층에 모두 화장실도 있고 숙녀가 되는 아이들을 위한 파우더 룸도 미리 마련하고, 건축주가 참 섬세하게 의견을 개진했어요.

 

ⒸSTPMJ

 

인테리어도 맡았다고 들었어요. 특히 어떤 부분에 신경썼나요?

건축주가 워낙 디테일을 아는 분이라 내부 마감을 중시했어요. 장식을 배제하고 모던하고 깔끔하고 깨끗한 느낌의 인테리어를 선호했어요. 집의 형태 때문에 기형적인 공간이 생겼는데 그 틀에 맞춰 침대, 책상, 붙박이장, 캐비닛을 만들기도 했고요. 인테리어 디자인의 콘셉트를 굳이 따지자면 미묘함이에요. 아주 작은 차이가 만들어 내는 뉘앙스에 주목했죠.

 

ⒸJihun Bae
ⒸJihun Bae
ⒸJihun Bae
ⒸJihun Bae
ⒸJihun Bae

 

비하인드 스토리
“새로운 시도를 위한 레퍼런스”

 

ⒸJihun Bae

 

수평적인 주거 환경이 대세인 한국에서 오층집이 추구하는 수직적인 주거 환경은 급작스러운 변화일텐데, 건축주의 반응은 어떤가요?

내부 평면을 짤 때 워낙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피드백을 줬어요. 처음에 계단을 설치하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래요. 서로의 방에 뛰어다니면서 오르락 내리락 하고. 건축주는 1층부터 5층까지 한 번에 갈 때는 무리가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괜찮고, 자신도 적응하는 중이라 생각하더군요. 어차피 5층이라는 최대 층수가 건축주의 핵심 요구사항이었으니까, 자신의 삶을 수직적 환경에 적응하는 단계인거죠. 아파트같은 평면 주거와는 완전히 거꾸로 되어있으니까요.

 

집 한 채를 설계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건은 늘 일어나기 마련인데요. 이번에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요?

건축주가 건축을 알아서 가능했던 일들이 있어요. 한 사람의 일생을 통틀어 소유할 수 있는 가장 큰 재화 중 하나가 바로 집이에요. 그만큼 자기 집을 짓는다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의미 있는 일이죠. 시공 현장에 상주하지 못하는 저희 대신 건축주가 감리자의 눈으로 꼼꼼하게 확인한 덕분에 건물의 내외부적인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4층 벽면에 쓴 파벽돌만 해도 시공이 어렵고 더 오래 걸려요. 당연히 돈도 더 들죠. 순수하게 기능 대비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건축주에 비한다면 이런 실험을 용인했다는 점만으로도 건축가를 북돋아주는 특별한 사람이었어요.

 

ⒸSTPMJ

 

건축가로서 오층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딜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워낙 애초에 규모가 정해진 터라 공간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말하기가 쉽지 않아요. 국내외 미디어에 나가는 프로젝트의 메인 이미지는 늘 하늘에서 새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만 소개되는데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각도는 따로 있어요. 남쪽 입면에서 오층집을 바라본 앵글인데 창의 깊이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어서 뿌듯해요.

 

ⒸJihun Bae

 

혹시 오층집에 몰래 숨겨놓은 재밋거리는 없나요?

딱히 숨겨놓은 것은 없습니다. 아… 저희 너무 드러내놓고 사나봐요.

 

이번 주택이 stpmj 건축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신축 프로젝트라는 점은 무척 의미 깊겠네요.

서울이라는 도시 조직 안에서 시공자가 제일 무서워하는 민원의 존재를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시공 장소가 협소해서 일어나는 문제들, 자재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동선, 주위 환경의 영향까지 지금껏 저희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것들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었죠. 사실 예산도 그 중 하나에요. 저희가 쓴 벽돌도 제일 저렴한 축에 드는 걸 골랐는데도 나중에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생각보다 금액이 높아졌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예산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서울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 같아요.

 

ⒸMAGAZINE BRIQUE

 

집 이름이 ‘오층집(Five-Story House)’인데 왜 이런 이름을 붙이셨어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번째로는 5층짜리 단독주택이 세상에 별로 없다는 점에서 착안했어요. ‘층수+집’의 공식에 따른 작명이 단독주택 느낌을 더욱 확실하게 준다고 생각했죠. 더 근본적인 이유는 주택의 크기에요. 오층집은 그게 참 애매해요. 일단 협소주택, 미니주택보다는 넓은데, 보통 단독주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프로토 타입으로 정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40대 초반의 젊은 건축주에게는 어쩌면 전에 없던 매력적인 예시로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직적인 삶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젊은 건축주에게 새로운 시장의 존재를 알리는 단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랄까.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한 네이밍을 추구하시네요.

집 이름에 목숨 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저희가 이름 짓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건 사실이에요. 일반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걸 지양한다고 할까나. 원래 오층집의 가제는 ‘아치’였어요. ‘톨앤스키니(Tall & Skinny)’도 후보에 있었고. 하지만 눈에 뻔히 보이는 특징을 굳이 이름에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죠. 예를 들어 저희 ‘조적집’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도 누가 봐도 벽돌로 지은 집이라 재료적인 특성을 반영할 필요는 없거든요. 다만 벽돌과 블록을 활용해 쌓는 방식을 말하고 싶어서 조적이라는 단어를 활용했어요. 오층집은 앞서 말한 협소주택과 고급 단독주택 사이에 존재하는 애매모호한 주택 유형을 제시하기 때문에 층수을 강조했죠. 건물 이름에는 저희가 해당 프로젝트를 어떤 관점으로 대했는지가 고스란히 나타나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런 미묘한 의미를 전달할 수는 없다고 봐요. 결국 저희가 좋아서 하는 거죠. 잘 유통되지 않는 생소한 느낌으로 이름을 짓는 행위도 저희가 추구하는 트윅의 일부에요.

 

이번 프로젝트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세요? 우리 주거 생태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오층집이 저희 의도만으로 생긴 건물은 아니에요. 특정 대지를 보유한 건축주, 법적 한도에서 최대 효율을 끌어내려는 요구사항, 다섯 명의 구성원이 살아야 하는 주택 등 오층집을 둘러싼 다양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만든 결과에요. 보편적인 주거 형태에서 벗어나는 예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수직적인 삶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가치를 지닌 주거 공간으로 다가갔으면 해요. 주택 타입의 일부로 말이죠. 그리고 한계를 넘는 레퍼런스로 기능했으면 좋겠네요. 어디 가보니 5층짜리 주택도 있던데 우리 6층은 안되겠나, 이런 거죠

 

공무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례네요?

그렇죠. 오층집이 만들어졌으니 앞으로 좀 더 새로운 것도 가능해질 수 있겠죠.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레퍼런스로 쓰였으면 좋겠어요.

 

ⒸMAGAZINE BRIQUE
ⒸMAGAZINE BRIQUE

 


stpmj 건축

서울과 뉴욕에 위치한 아이디어 기반의 설계사무소로 ‘도발적 리얼리즘(provocative Realism)’이라는 비전 아래 일상에서의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여 주거, 문화, 상업시설 등에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공공예술, 전시, 설치 작업을 통해 건축의 경계를 탄력적으로 넓히는 실험 또한 진행 중이다. 2012년 뉴욕 건축가 연맹 ‘젊은 건축가상’을 비롯해 2016년 뉴욕건축사협회 ‘신진건축가상’,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젊은 건축가상’, 김수근문화재단 ‘김수근 프리뷰상’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미국건축사협회 디자인 어워드’ 및 세계적인 건축 잡지 <Architectural Records>의 ‘디자인 뱅가드(Design Vanguard)’에 선정됐다.

stpmj is an award winning design practice based in New York and Seoul. The office is founded by Seung Teak Lee and Mi Jung Lim with the agenda, “Provocative Realism”. It is a series of synergetic explorations that occur on the boundary between the ideal and the real. It is based on simplicity of form and detail, clarity of structure, excellence in environmental function, use of new materials, and rational management of budget. To these we add ideas generated from curiosity in everyday life as we pursue a methodology for dramatically exploiting the limitations of reality. stpmj has received numerous awards & winning prizes, including Architectural Record Design Vanguard (2017),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New York Design Awards / Architecture Category (New York, US 2017), Korean Young Architects Award by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Seoul, Korea 2016), Kim Swoo Geun Preview Award (Seoul, Korea 2016,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New York New Practice New York (New York, US 2016) and Young Architects + Designers Prize by Architectural League of New York (New York, US 2012),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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