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에 관한 거의 모든 것

[Stay here] 3인의 전문가(노경록, 이민수, 한이경)가 말하는 오늘날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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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지일  사진. 윤현기

 

집이 아닌 여정을 위한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 더는 숙박이라는 행위 자체는 1순위가 되지 않는다. 스테이의 출현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호텔과 모텔, 펜션 등 다양한 이름으로 기능하던 숙박시설들은 언제부턴가 ‘스테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어 불리고도 있다. 스테이는 어떤 차별점을 가지며 어떻게 진화, 확장되고 있을까. 운영자 혹은 건축가들이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 스테이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왼쪽부터) 노경록 지랩 공동 대표, 이민수 언맷피플 대표, 한이경 메리어트호텔 기술 자문 총괄·폴라리스 어드바이저 대표 ©BRIQUE Magazine

 

스테이는 해외에서도 숙박시설을 일컫는 용어로 종종 사용되지만 한국만큼 보편화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굉장히 한국적인 단어라고 할 수 있죠. 공간으로서 스테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한이경(이하 한) 숙박시설로서의 스테이는 한국에서만 쓰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기존의 펜션, 모텔, 호텔과 차별화하기 위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낸 용어가 아닌가 싶어요. 외국에서 숙박을 일컬어 스테이라고 하면 잘 모릅니다. 업계 전문 용어로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라는 단어를 써요. 콘도와 호텔 등을 포함해 어커머데이션accommodation보다 더 포괄적으로 사용하죠.

이민수(이하 이) 관련해 리서치를 하다 보니 일본에서도 쓰더라고요. 하지만 그 또한 한국만큼 활발하진 않아요. 찾을수록 유래가 궁금해지더군요.

노경록(이하 노) 지랩에서 숙박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Stayfolio를 창업하기 전, ‘제로플레이스’라는 공간을 만들고 이를 홍보할 플랫폼이 필요했어요. 당시 펜션에 대한 정보를 모아놓은 사이트가 있었는데 거기엔 도저히 올리고 싶지 않은 거예요. (웃음) 펜션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안 들고 그 사이트에 소개된 공간들의 퀄리티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현 스테이폴리오 대표이자 지랩 공동 대표인 이상묵 소장이 당시 블로그를 통해 공간을 소개하곤 했는데, 그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운영 및 마케팅 경험이 스테이폴리오의 토대가 됐죠. 이 소장의 아이디어로 숙박시설을 일컫는 개념으로서의 스테이를 전면에 내세우게 됐고,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머무는 공간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스테이stay’와 ‘포트폴리오portfolio’를 결합했죠. 스테이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제게도 많은 울림을 주는 어휘였어요. 건축가로서 지역성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머무는 곳이 곧 목적이 되는 공간, 방문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 왔거든요. 물론 스테이폴리오가 스테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호텔 및 리조트 중심의 산업 구조에 스테이라는 분야가 새롭게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것 같아요. 여기에 코로나 유행이 더해져 스테이가 더욱 대중화됐고요.

영미권 국가에는 비앤비B&B(Bed and Breakfast)라는 개념의 숙박업이 있어요. 개인이 도시 외곽에서 숙소를 운영하면서 투숙객에게 자기만의 레시피로 아침을 만들어주곤 하는데, 아침을 먹기 위해 그곳에 묵는 사람도 있을 정도죠. 개인이 고유한 개성을 표현하며 자신만의 형태로 숙박업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B&B가 스테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네요.

스테이라는 단어가 숙박의 개념을 확장함은 물론 공간을 비즈니스 모델화하는 데도 기여했다고 봅니다. 미팅룸이 공간을 이용 시간 단위로 수익화하듯, 스테이는 머무는 시간을 수익화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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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가 한국에서 유독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된 구체적 배경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워케이션 스테이 ‘코사이어티빌리지 제주’를 준비할 때, 호텔도 모텔도 아닌 공간을 규정할 만한 어휘가 많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호텔이든 모텔이든 소비자들이 갖는 강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결국 스테이라는 단어로밖에 공간을 설명할 수 없었죠. 어감이나 연상되는 이미지 또한 긍정적이어서 사업적으로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스테이의 등장이 숙박업의 발전에 중요한 과도기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그 전까지는 호텔, 모텔, 여관 이렇게만 있었잖아요. 사실 여기서 호텔을 뺀 나머지는 다소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그러다 스테이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지금은 단순히 영어를 한국적으로 사용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저만의 이름을 가진 개성 강한 스테이들이 나오는 추세예요. 결국 스테이라는 말이 하나의 계기가 돼 다양한 숙박 공간이 발전하는 데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대표의 설명처럼 기존의 숙박시설을 일컫는 용어에 국한되고 싶지 않은 경향이 스테이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단어의 어감이 시대적인 가치관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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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요소들이 스테이라는 단어를 지금과 같은 개념으로 바꾸었을까요?

스테이가 지금과 같은 이미지, 즉 독채에서 즐기는 특별한 체험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면서 하나의 다른 장르로 받아들여진 배경에는 스테이폴리오와 같은 여러 브랜드와 공간 디자이너들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사실상 민박이나 다름없는데 떠오르는 이미지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사실 호텔은 한국 사람들의 여행패턴을 온전히 수용해주진 못해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사람들은 여러 명이 다 같이 가는 여행을 선호하거든요. 이러한 수요가 스테이가 추구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맞물려 산업의 발전을 가속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테이폴리오를 준비하며 영감을 많이 받은 프로젝트 중 하나가 ‘생각 속의 집’이라는 디자인 펜션이에요. 공간의 완성도가 높아 그저 그곳에 머물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하는 곳이죠. 이런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건축주, 건축가들을 모으면 좋은 커뮤니티가 탄생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따라서 처음부터 큐레이션 요소에 ‘디자인’ 항목을 넣었고요.

한국의 주거 환경도 스테이가 발전하는 데 굉장히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공간에 살며 주거 환경의 다양성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죠. 이러한 가운데 기존의 주거 공간과는 무척 다른, 디자인 요소가 강한 스테이가 새로운 공간에 대한 열망을 폭발시킨 게 아닌가 싶어요. 평상시 경험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친구들과 시간 보내는 것이 하나의 일탈이 된 거죠. 사실 누구나 특별한 공간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한국에서 아파트를 포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스테이를 통해 욕구를 충족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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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테이는 다른 숙박시설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폴리오가 큐레이션한 공간들은 평균적으로 30~40만 원 정도 내야 이용할 수 있더군요. 사실 그 정도면 특급호텔에 머물 수 있잖아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호텔이 아닌) 스테이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스테이를 찾는 투숙객들을 보면, 실제로 그 공간에 오래 머물러요.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1박에 50만원 이상, 더 많게는 70~80만 원까지 내야 하는 곳도 있는데 그저 그 공간에 머물기 위해 방문하는 거예요. 며칠간 스테이와 주변 마을만 보고 가는 식의 이용이 많아졌는데, 이는 시대적 가치관과 코로나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여행 문화이기도 하지만, 스테이가 하나의 장르가 되어 기존과 다른 경험을 유도한 데서 비롯됐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객실 수로만 보면 스테이가 전체 숙박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아요. 숙박객도 하루에 한 팀을 받는 식이 대다수고요. 그럼에도 스테이가 꾸준히 늘어나는 건 더 유니크한 경험을 찾고자 하는 수요 때문일 것입니다. ‘경험이 곧 럭셔리’라는 말이 있죠. 스테이 초창기에 더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스테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찾아 이용하기 시작했고, 코로나 이후 스테이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요새는 여행 갈 때 호텔, 리조트, 스테이를 적절히 섞어 이용하죠.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스테이가 대중화되어 숙박 시장을 독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스테이 덕에 숙박 공간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특급호텔은 1~2명이 큰 금액을 다 부담해야 하지만 스테이는 때에 따라 3~5명이 이용할 수 있죠. 그만큼 1인당 금액이 낮아질 수 있으니 부담이 덜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 아닐까요. 마당이 딸린 독채 스테이의 경우 건물뿐만 아니라 외부 공간도 같이 빌리게 되는 셈이니 금액이 다소 높아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불할 만하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라운드테이블 전체 내용은 <브리크brique> vol.10(2022년 여름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tay here’  전체 이야기 담은 <브리크brique> vol.10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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