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는 양양에서

[Story] 반려견과 노니는 바닷마을 주택
©BRIQUE Magazine
에디터. 김지아 사진. 윤준환, 윤현기 자료. 드로잉웍스

 

① 밀려오는 삶을 향해 — ‘서프하우스’ 공간 이야기
② [Interview] 다음 주는 양양에서 — 박병준, 황미란 건축주

③ [Architects] 자연스러운 건축 — 드로잉웍스 


 

대전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건축주 부부는 틈날 때마다 두 반려견을 데리고 해안가로 향했다. 내륙의 안온함이 따분해질 때면 소란한 파도를 찾아 뜨거운 볕에 그을리기 위해 다른 땅에 다다르고는 했다. 한 주는 내륙에, 한 주는 해안에 머무는 것이 어느덧 새로운 일상이 됐다. 한 가지 그들의 발목을 잡은 건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숙소가 제한적이라는 점이었다. 언제든 반려견과 뛰놀다 바다로 향할 수 있는 집이 필요했다. 날마다 머물 공간은 아니기에 간소한 형식을 떠올렸다가 건축가를 만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집을 마련했다. 지속가능한 일상을 위한 두 번째 집, 서프 하우스에서 먹고 놀다 잠드는 이야기를 나눴다.

 

황미란, 박병준 건축주 부부 ©BRIQUE Magazine

 

어제도 이 집에 머물렀나 봐요. 서프 하우스에 얼마나 자주 방문하나요?

황미란ᅠ여름엔 한 달의 절반을 여기서 보내요. 날이 정말 좋거든요. 바다에 나갔다 안뜰에서 잠시 쉬고 저녁엔 고기도 구워 먹죠.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겨울은 그 나름의 운치가 있지만 아무래도 좀 춥잖아요. 그래서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방문해요. 집이 잘 있는지도 들여다봐야 하니까요. (웃음)

 

바다가 가까이 있지만 집에서 내다보이는 것 같진 않네요. 이 땅은 어떻게 찾게 됐나요?

박병준ᅠ서핑을 좋아하다 보니 죽도해변에 매력을 느껴 자주 방문했어요. 그러다가 동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이 생기면서 택지 개발 소식을 전해 들었죠. 처음부터 자그마한 집을 지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큰 욕심이 없었어요.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엔 마땅한 땅이 없었을뿐더러 지가도 훨씬 비쌌죠.

 

ⓒYoon, Joonhwan

 

세컨드하우스지만 새로운 땅에 집을 짓는 일이 부담일 수도 있었겠어요. 건축가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요?

황미란ᅠ아는 지인이 서핑하는 건축가라며 김영배 소장을 소개해 줬어요. 양양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였거든요. 서핑과 반려견이요.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손님이 방문하면 1층 방에 머물러요. 동선상 분리하는 게 서로 편하겠다 싶었죠. 번거롭더라도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바깥을 지나게 돼 좋아요.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잖아요. 그 김에 산도 보고 하늘도 보는 거죠. 바람도 한번 쐬고요. 비 오는 날은 곤욕을 겪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가끔이기 때문인지 즐겁더라고요. (웃음)

 

어떤 집을 요청했나요?

박병준ᅠ처음에는 막연히 몸 뉠 곳 정도로 생각해 방 두 칸에 주방 한 칸 있는 집을 떠올렸어요. 그러다 건축가를 만나 도면을 받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욕심이 생겼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니 반려견이 뛰어놀 공간도 필요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오면 따로 머물 공간도 있어야 하는 거예요. 좀 더 입체적으로 구상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공간을 분리하는 배치를 제안했어요. 아파트에서처럼 방이 붙어 있을 필요가 없었죠. 주방도 마찬가지였고요.

 

서로 동떨어진 공간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황미란ᅠ세컨드하우스로 계획했지만 추후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지금도 손님이 방문하면 1층 방에 머물러요. 동선상 분리하는 게 서로 편하겠다 싶었죠. 번거롭더라도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바깥을 지나게 돼 좋아요.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잖아요. 그 김에 산도 보고 하늘도 보는 거죠. 바람도
한번 쐬고요. 비 오는 날은 곤욕을 겪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가끔이기 때문인지 즐겁더라고요. (웃음)

 

ⓒYoon, Joonhwan

 

중정과 안뜰도 무척 독특해요.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요?

황미란ᅠ지금 사는 아파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공간들이기에 만족스러워요. 동시에 우리의 성향을 반영한 구성이기도 하죠. 도시에서 이미 많은 접촉이 있어 이 집만큼은 너무 열린 공간이 아니기를 바랐어요. 차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닫힌 형태로 사생활이 보호되기를 원했죠. 그런 점에서 중정과 안뜰은 유용해요. 밖에서 보면 의뭉스러운 건물이지만 안으로는 열려 있잖아요. 진입 마당을 지나 문을 열고 집이 아닌 중정을 마주할 때 뜻밖의 안도감을 느끼기도 해요. 안인 듯 밖인 공간이 주는 여유가 있어요. 특히 안뜰은 가장 잘 사용하는 공간인데요, 저뿐 아니라 반려견들이 신나게 뛰어놀곤 해요. 그 모습을 보며 여유롭게 앉아 있을 때 참 좋죠.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집이 아닌 만큼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어떤가요?

박병준ᅠ건축가와 그 부분을 논의해 유지 관리에 드는 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했어요. 김 소장이 여러 가지 면에서 조언을 많이 해 주었죠. 예컨대 안뜰에 잔디를 깔고 싶다 하니 관리하지 않을 바에는 그냥 두는 편이 낫다더군요. 별장처럼 머무는 집이라 짐도 많지 않고 큰 틀이 잘 유지되면 사소한 부분은 그때그때 손봐 해결할 수 있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물 외벽이 오염이나 때에 강해 언제 봐도 비슷한 상태라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오랜만에 왔는데 녹이 슬어 있거나 외관에 큰 변화가 있다면 곤란하겠죠. 김 소장이 마감재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지내보니 어떤 점을 고려해서 그런 건지 알겠더라고요.

 

서프 하우스에 묵은 손님들에게 받은 인상 깊은 후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박병준ᅠ어머니를 자주 모시는데 마음에 들어 하세요.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구조가 아닐 수 있는데 다행히 차츰 적응하시더군요. 중정과 안뜰 사이에 있는 주방도 잘 사용하시고요. 무엇보다 저희보다 부지런히 움직이시죠. 반대로 장인 장모님은 이 집이 영 낯설게 느껴지시나 봐요. 담장도 낮은 편이고 일반적인 주택의 모습이 아니다 보니 지속적으로 안전을 염려하세요. 바깥에 펜스를 치고 문에 셔터를 달아야 한다고. (웃음)
황미란ᅠ지인들이 처음 오면 입구가 어딘지 몰라 헤매요. 손잡이도 없고 문이 독특하게 생겨서인지 건축가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공교롭게 서핑도 하고 반려견과 함께 사는 김 소장을 만나게 된 거죠. (웃음) 나이도 비슷하고 여러모로 통하는 면이 많아 수월했죠.

 

 

ⓒYoon, Joonhwan
ⓒYoon, Joonhwan
©BRIQUE Magazine

 

이렇게 세컨드하우스를 지었으니 대전 집의 건축도 꿈꿔볼 법한데요.

박병준ᅠ자주 생각하죠. 이 집을 짓는 과정이 즐거웠거든요. 새로운 공간에서 생활을 그려보고 기호와 취향에 맞게 요소요소를 선택하고 공들여 만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니 그보다 더 보람일 수 없어요.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을 떠올려보면 아파트가 편한 지점이 분명 있어요. 건축을 늘 염두에 두고 있지만 여러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서프 하우스를 두고 대전에서는 아파트에 살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두 분에게 집이란 어떤 곳인가요?

황미란ᅠ우리에게 집은 원초적인 의미가 큰 것 같아요.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받고 쉴 수 있는 공간이 곧 집이죠. 한때 디자인에 관련된 업에 종사했기에 심미적인 측면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건축가를 만나 좋은 집을 짓게 된 것도 그러한 생각이 있어서였죠. 하지만 집에 있어서는 최소한의 기능을 충족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봐요. 최소한에 대한 기준은 모두 다르겠지만, 발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거기서부터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거든요. 더도 덜도 말고 우리에게 집은 그런 의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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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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