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건축

[Story] 드로잉웍스가 말하는 '서프하우스'
에디터. 김지아  사진. 윤준환, 윤현기  자료. 드로잉웍스

 

① 밀려오는 삶을 향해 — ‘서프하우스’ 공간 이야기
② [Interview] 다음 주는 양양에서 — 박병준, 황미란 건축주

③ [Architects] 자연스러운 건축 — 드로잉웍스 


 

건축에서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일까?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듯 애초에 결정된 방식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함을 의미한다. 드로잉웍스는 자연과 인간을 매개하는 건축의 자연스러움을 화두로 작업하는 건축설계사무소다. 단순히 생태적 형상을 구현하는 일이 아닌, 복잡계 속 질서를 찾아 스스로 그러함을 만드는 건축을 지향한다. 서프 하우스 곳곳에서도 자연과 건축의 관계를 모색한 고민의 흔적을 살필 수 있다. 바람이 지나는 중정에서, 물결을 닮은 콘크리트를 입은 입면에서 말이다.

 

김영배 드로잉웍스 소장 ©BRIQUE Magazine

 

2019년 공공작업실에서 드로잉웍스로 사무소 이름을 바꾸었죠.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공공작업실은 건축 작업에 있어 공공성을 주된 태도 삼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이름이었어요. 공공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그 지역과 장소를 고려해 공공성을 수반하겠다는 표명이었죠. 영역에 제한을 두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다루는 일이 공공에만 한정된 사무소로 비치는 것 같았어요. 미술, 공예, 가구,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을 추구하는 사무소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해 나가려는 일이 모두 드로잉에서 시작된다는 데 주목해 드로잉웍스로 새롭게 이름 지었어요.

 

건축뿐 아니라 미술에도 꾸준한 관심을 두고 있죠. 전시도 여러 차례 진행했고요. 건축 작업과 상호작용하는 지점이 있나요?
건축 역시 예술과 마찬가지로 창의적이고 추상적인 것을 풀어내는 작업이에요. 다소 모호할 수 있는 예술에 비해 건축은 현실적이죠. 그런 이유로 초반에 구상한 콘셉트와 실무 사이 간극이 커지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건축 작업에서 콘셉트는 소모되고 심지어는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건축 작업도 그 아이디어의 출발이 다른 예술과 다르지 않다는 데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예술을 건축물로 구현하고 콘셉트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일에 집중하고 있죠.

 

ⓒYoon, Joonhwan

 

개소한 이래 주택 프로젝트도 종종 진행했어요. 세컨드하우스인 서프 하우스를 설계하는 일은 어땠나요?
한 사람이 살 집부터 1층에 일터를 둔 집, 그리고 세컨드하우스인 서프 하우스까지 다양한 주택을 설계했어요. 주택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사는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기능을 갖춰야 했기에 접근을 모두 달리했죠. 정주하는 집이 아닌 세컨드하우스의 경우 비일상적 경험에 중점을 두고 머무는 동안 부지런히 움직여 최대한 자연과 교감하도록 했어요. 또한 유지 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난방, 공기, 조명 등을 제어하는 설비를 구축해 모바일로 관리할 수 있게 계획했고요.

 

휴식을 위한 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설계라니. 아이러니한데요.
일상에서 쉽게 누릴 수 없는 환경인 만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비일상을 향유하길 바랐어요. 무엇보다 외부를 경유하는 동선이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죠. 산과 바다에 둘러싸인 마을이라 자연환경이 무척 훌륭하거든요. 방은 마치 호텔 객실처럼 최소한의 기능만 충족하도록 계획하고 중정과 안뜰, 복도를 통해 움직일 때마다 자연과 호흡할 수 있게 했어요. 휴식의 정의는 저마다 다를 테지만 도시에서 자연을 찾아온 이에게 자연을 안겨주는 일만큼 좋은 선물도 없죠.

 

 

ⓒYoon, Joonhwan

 

세 개의 마당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건물에 다양한 켜를 만들어내요. 중정과 마당, 안뜰은 각각 어떻게 기능하나요?
길에서 건물로 향하는 데 여러 여정이 있듯 건물 안에서도 그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첫 번째 마당은 방문객을 환대하는 역할을 해요. 이어 대문을 지나 마주하는 중정에서는 각 방과 안뜰로 향하는 짧은 여정을 갈래길을 통해 선택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안뜰은 남향의 햇살을 받으며 맞은편 4층 건물의 후면을 벽 삼아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죠. 내부 공간은 개방적인 데 반해 밖에서 보는 건물은 상당히 폐쇄적이에요. 외부로 난 창 하나 없이 단단하고 거친 건물이죠. 분양 목적의 택지 개발로 만들어진 대지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건축주의 성향이 반영되어 있어요. 자연을 향해 마냥 열려 있는 집을 원하는 건축주가 있는가 하면 적절한 차단을 원하는 건축주도 있죠. 서프 하우스의 건축주는 명백한 후자였어요. 창 없는 도면을 보여주니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위요된 안뜰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고 해요.

 

©DRAWING WORKS
©DRAWING WORKS
©DRAWING WORKS

 

직선으로 이루어진 건물 중앙에 놓인 원형 중정도 흥미로워요. 꼭 원형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나요?
막연히 감각적인 선택이었어요. 하늘을 올려다볼 때 네모보다는 원이 자연스러울 거라 생각했죠.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서도 하늘은 원형, 땅은 방형으로 상징되고 있어요. 또 외부에서 방형의 절제된 건물이 묵직한 인상을 준다면, 안은 부드럽고 섬세한 편이 좋겠다 싶었죠.

낮과 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를 듯한데, 조도 계획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요.
새벽 동이 틀 때 건물 정문의 벽면으로 햇살이 비쳐요. 표면의 골에 빗각으로 빛이 비치면서 음영과 함께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시간이 흘러 빛이 지나면 벽은 다시 부드러운 인상으로 남아요. 해가 없는 시간에도 그 모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명을 곳곳에 설치해 빗각으로 벽면을 비치게 했어요. 섬세한 조명을 통해 질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죠.

 

ⓒYoon, Joonhwan
ⓒYoon, Joonhwan

 

서프 하우스 이후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파주의 한 마을에 나란히 자리한 세 채의 단독주택을 동시 설계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인근 집을 계속 설계할 예정이에요. 한 건축가가 얼마나 다채로운 마을의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 될 테죠. 그만큼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또 이화여대 안 길에 폭 2m의 얇은 매스를 25m 길이로 설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상업지역의 오피스텔 빌딩숲 사이 얇고 깊은 벽의 틈이 만들어질 테죠. 마치 절벽의 틈새를 마주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하는 중입니다.

 

©BRIQUE Magazine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건축물을 설계하고 준공이 되면 마음 한 켠에는 늘 허전함이 남곤 했어요. 공간에 좀 더 어울리는 가구와 인테리어, 디테일까지 살펴 완성도를 높여야 했다는 아쉬움이었죠.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금은 건축가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함께 설계하고 시공 관리 역시 ‘공정도가’라는 별도의 법인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의 팀을 구축하고 작동한 지 이제 1년이 되어 가는데요, 앞으로도 10명 내외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탄탄한 조직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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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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