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 건축사사무소 | 유주헌 대표

"엄마의 마음으로 묻고 듣고 책임지는 자세로 임합니다."
제이에이치와이 건축사사무소 유주헌 소장
글 & 사진. <브리크 brique>

 

제이에이치와이 건축사사무소(JHY Architects & Associates)를 이끌고 있는 유주헌 대표는 건축철학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건축가는 엄마”라는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정리했다. 아이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하며 세상에 대해 알려주고, 원하는 욕구를 끌어내기도 하는 엄마처럼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건축주에게 엄마의 마음과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건축가는 좋은 건축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나름의 생각을 담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이런저런 제안을 합니다. 묻고 또 물으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눈높이도 맞춰가죠. 잘되면 좋겠지만, 안되면 엄마처럼 책임도 져야하는 게 건축가더라구요.”

 

유 대표는 건축전공에 앞서 예술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던 이력이 있다. 이 시간이 “사람의 내면을 보는 훈련이었다”는 그는 “건축이란 결국 사람의 감정을 읽고 감성을 디자인하는 일이라 예술 공부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주헌 제이에이치와이 건축사사무소 대표 ©MAGAZINE BRIQUE

 

유 대표가 수행한 여러 프로젝트를 보면 엄마 같은 친절함과 감성 가득한 디자인이 오롯이 드러난다. 그의 대표적 주거 건축물 프로젝트인 ‘로지아 Loggia’ 시리즈. 과밀한 서울 도심 가운데 맞춤형 소형 주택을 공급하는 다소 까다로운 프로젝트다.

첫 출발은 서울의 대표적인 주택 밀집지인 용산구 후암동에 2013년 지은 ‘로지아H’. 103.2m² 대지에 1~2인 가구가 주거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신개념의 소형 주택이다. 일상적인 원룸 형태를 탈피해 침실과 드레스룸을 분리하고,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을 구분해 구성원 간 적절한 거리도 확보했다. 작고 경제적이면서 세련된 디자인에 젊은 층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후속 프로젝트는 여러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공동 주택. 각 프로젝트마다 건축주가 여러 명이고, 세대별 요구가 달라 말그대로 ‘자식 여럿 둔 엄마같은 마음’이 없으면 진행하기 어려운 머리아픈 프로젝트였다.
2014년 서울 수유동 276.68m² 대지에 지은 다세대주택 ‘로지아S’는 어린이와 노인이 포함된 7세대가 거주하는 공간이다. 노인을 위한 엘레베이터를 넣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면서도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전면에 벽돌 패널을 배치했다.
서울 양재동 384.4m² 대지에 지은 ‘로지아Y(2015)’는 세 자매와 두 자녀 등 다섯 세대가 거주하는 공동 주택이다. 환갑을 넘긴 자매들의 노후와 출가한 딸들의 육아가 걱정됐던 건축주가 서울 전역의 아파트에 흩어져 살던 각 세대를 불러 모은 것이다.

 

“2015년 가을즈음이었어요. 로지아Y 예비 건축주였던 다섯 부부 10명이 한꺼번에 찾아 왔었죠. 1시간30분 미팅하고 당일 계약하고 그 다음날 계약금이 입금됐어요. 나름 준비를 많이 하신 분들이라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았죠.
하지만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요구와 눈높이가 꽤 달랐습니다. 진행과정에서 변화한 것도 많았죠. 단독 주택 다섯 채를 짓는 느낌이었습니다.”

 

유주헌 제이에이치와이 건축사사무소 대표 ©MAGAZINE BRIQUE

 

유 대표는 이 같은 건축주의 복잡한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설계기간을 줄일 수 있었던 데 대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작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여러 주체의 다양한 디자인적 요구와 지분율에 따른 면적 조정 등을 빠르게 반영해 건축주와 소통하고 또 시공사에게 전달해 공사기간을 줄이는데 큰 효과를 봤다. 
유 대표는 “건축가들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노력을 경주해야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 “BIM 투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고 설명했다.

제이에이치와이 건축사사무소는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공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시스템을 갖추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패널 제작과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 회사들을 직접 키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 대표는 “건축은 말그대로 종합적인 작업”이라며 “건축주와 주거민들에게 행복한 공간을 선사하기위해 시공과 감리 등 마지막 단계까지 통합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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