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함께 성장 중입니다

[The True MZ's House] 서대문구 북가좌동 김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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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윤현기

 

수도권 1인 주거 비율이 40%에 달한 오늘날,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경제적 기반이 약한 이들의 내 집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전월세 거주 비율이 높은 MZ세대는 높아지는 보증금과 월세로 인해 낙후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크고 멋진 집, 경제적 관점으로만 다뤄지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MZ세대에게 얼마나 와닿을 수 있을까.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이상적인 집과 현실의 간극을 메워보고자 서울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 곳을 마련한 20~30대를 만나 집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도시에 거주하는 MZ대가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은 어떠하며, 이들이 원하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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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PD가 되고 싶은 꿈이 그를 울산에서 서울로 불러냈다. 대학생 시절 인턴 생활로 잠시 경험했던 고시원에 대한 기억이 고약했던 터라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와 먼저 취업한 친구의 오피스텔에서 잠시 신세를 지기로 했다. 이후 광고 프로덕션에 첫 직장을 얻었고, 밤낮없이 열심히 일한 탓에 새벽에 퇴근하는 경우도 잦았다. 그럴 때마다 친구는 잠을 설쳤고 당연히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사를 결심하고 6개월 동안 악착같이 1,200만 원을 모아 연희동에 월세방을 구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 그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방을 계약하면서 1년 후에는 전셋집으로 이사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2년 계약의 일반적인 월세방과 달리, 1년 계약을 외치는 호전적인 청년을 얕잡아본 집주인은 나중에 당연히 계약을 연장할 거라는 생각에 흔쾌히 그 요구를 허락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계획대로 연희동을 떠나 현재의 북가좌동 전셋집으로 이사했다. 자신의 집에 대한 변천사를 이야기하던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계획했던 대로 되니 나쁘지 않게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동시에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을 받아요.” 집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에게 집은 곧 삶의 의욕이라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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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좌동은 서대문구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한다. 택시에서 내려 그의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골목에 늘어선 오래된 적벽돌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1층 상가에는 동네의 시간을 함께한 가게가 즐비했다. 그래서인지 북가좌동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기 어려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겼다. 골목 안으로 더 들어가 대리석 타일을 두른 전형적인 원룸 건물 앞에 도착했다. 3층에 위치한 집 현관을 두드리자 무뚝뚝한 표정의 얼굴과 함께 문이 열렸다. “왔어요?” 경상도 태생인 그가 표정을 유지한 채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안으로 들어서자 옹골진 공간 구획이 돋보이는 4평 남짓한 공간이 펼쳐졌다. 집기류와 생활용품은 각자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는 듯 자연스럽게 놓여 있었다. 평소 계획적이고 실용을 추구하는 그의 성격이 공간에서도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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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성 의류 회사에서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김태후라고 합니다. 사진,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촬영하고 있어요.

 

이전에 살았던 연희동 집에서 1년 만에 이사를 왔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전셋집으로 가고 싶었거든요. 연희동 집 계약 전에 유지비를 계산해보니 교통비나 관리비 포함해서 월 80만 원이 나왔어요. 그걸 2년 동안 달마다 낼 생각을 하니 너무 아까워서 애초에 딱 1년만 채우고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죠. 다니던 직장도 함께요. 이곳에 오기 전 은평구, 강서구, 서대문구 등에서 많은 집을 봤는데 전부 비싸더라고요. 좀 더 외곽으로 빠져보자 해서 본 곳이 여기 북가좌동이에요.


사회초년생이라 전세금도 상당한 부담이었겠어요. 

저 혼자서는 절대 못 마련하죠. 그래서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을 받았어요. 이마저도 100% 대출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최대 80%까지는 받을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전세금을 최대 1억으로 잡고 이전 집 보증금 1,200만 원에 모아 놓은 600만 원, 거기에 가족에게 돈을 조금 빌려서 나머지 20%를 마련했어요.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집을 거쳤을 텐데, 이제는 집을 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3층 이상,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에 채광 좋은 집이었으면 했어요. 근데 서울에서 제가 원하는 금액의 집은 다 무너져가는 곳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하나씩 포기했고 이제는 남향에 지상이면 더 바랄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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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어떻게 구하게 됐나요?

집 구할 때 북가좌동에 있는 매물은 거의 다 봤을 거예요.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는데 앞서 말한 다 무너져 가는 집, 아무것도 없는 집… 집 같지 않은 곳을 많이 봤어요. 하나는 있겠지 생각하며 회사에서도 매물을 찾아보다가 괜찮은 가격에 나온 물건을 발견하고 바로 반차를 썼어요. 찾아가서 등본을 떼어보니 없다고 했던 담보가 있었어요. 그러면 대출이 잘 안 나오거든요. 씁쓸한 심정으로 근처 카페에 앉아 있다가 문득 오늘 집을 못 구하면 영영 이사를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근처의 부동산 여섯 곳을 다 찾아가서 제 상황을 솔직히 설명한 후 매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죠. 다른 부동산은 모두 매물이 없거나 기다리라고 했지만 딱 한 곳에서 오전에 나온 매물이 있다며 연락을 받았어요. 통화를 마치고 바로 달려갔죠. 위치나 집의 상태가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진행했어요. 

 

집을 알아보면서 쌓인 경험이 도움이 되었네요. (웃음)

급한 마음에 한 가지 불리하게 계약하긴 했어요. ‘대출 불발 시 가계약금을 돌려받는 것’과 ‘계약 전, 후의 전입 조건이 동일할 것’이라는 특약 두 가지를 넣어야 했어요. 대출 승인에 워낙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죠. 반면 집주인은 ‘대출이 일주일 내로 승인이 안 될 시에는 대출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특약을 넣었어요. 풀이하면 대출 승인이 안 될 경우 가계약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거죠. 하지만 저는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결국 대출이 잘 나왔고 계약을 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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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살았던 연희동과 북가좌동은 굉장히 가까운데요. 살면서 느낀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연희동이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훨씬 낫죠. 연남동과 가까워서 즐길 것도 많고. 반대로 북가좌동은 즐길 게 부족하긴 하지만 대학교가 인접해 있어서 원룸촌이 즐비해요. 그래서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가 나름 있을 건 다 있고요.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교통편이랄까요? 버스 정류장까지 꽤 걸어가야 해요.


교통 역시 집을 구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죠. 저 또한 교통이 편하지 않은 곳에 거주하면서 많은 불편을 느꼈거든요. 

다행히 직장까지는 도보를 포함해서 30분밖에 안 걸려요. 저 역시 교통편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소요되는 시간을 신중하게 고려했죠. 교통편이 불편하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어디를 가든 일찍 준비하고 많이 걸어야 하니까. (웃음) 그래도 이전에 살았던 연희동에서는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들었는데 북가좌동에는 오래된 적벽돌 건물이나 가게가 많아서 그런지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어 걸을 때 기분이 좋아요. 10분 거리에 있는 불광천도 산책하기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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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배워야 하는데요. (웃음) 집에서는 보통 무엇을 하나요?

퇴근하고 오면 바로 누워서 쉬어요.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주말에는 좋아하는 음식 요리해서 먹고. 영화도 좋아해서 TV도 하나 장만할 예정이에요.


배달 음식도 많이 이용하나 봐요.  냉장고에 쿠폰 모아두는 거 이제는 좀 생소한데요. 

아, 이거 제 것은 아니에요. 전에 살던 입주자가 두고 갔더라고요. 언젠가 쓸 수 있으니까 잘 챙겨두었죠. (웃음)

집에서 특별히 애정하는 게 있나요? 아쉬운 점도 있다면 말해주세요.

처음 왔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 빨래걸이였어요. 예전에는 산책하고 집에 들어오면 땀 묻은 외투를 옷장에 넣어두기가 찝찝했는데 여기에 딱 걸어두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또 제가 양반다리를 잘하지 못해서 방바닥에 앉는 걸 싫어하는데 집에 설치되어 있는 빌트인 식탁이 삶의 질을 많이 높여주는 것 같아요. 참, 화장실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연희동 집은 세면대 배수구가 밖에 나와 있어서 물을 틀면 아래로 다 새고 문도 밖으로 열려서 항상 방바닥으로 고인 물이 떨어졌어요. 지금 화장실은 물도 안 새고 문도 안으로 열려서 만족스러워요.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선물 받은 수납장에 문이 없어서 아무리 집을 정리해도 정리하지 않은 것 같아 보여서 신경이 쓰이긴 해요.


작은 집이지만 필요한 요소가 다 있네요.

맞아요. 건물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구성을 무척 신경 썼다고 하더라고요. 연희동 집은 빌트인 수납장이 높게 설치되어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공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바닥에 물건을 너저분하게 펼쳐 놓곤 했는데 지금은 빌트인 수납장이 있어 수납 공간도 충분하고 높이나 크기가 적당해서 정리하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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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단어로는 휴식, 문장으로는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사실 다 편하다는 의미인 거죠. 그래야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가까운 시일에 돈을 모아 집을 갖는다면 어떤 모습을 희망하나요? 미래의 집에 꼭 있었으면 하는 공간이 있다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다음 집은 전세일 것 같아요. 꼭 있었으면 하는 공간은 가장 먼저 직업 특성상 기획, 편집이 주 업무이다 보니 집중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 필요해요. 주방에는 손님들에게 음식을 멋지게 내줄 만한 아일랜드 식탁이 있었으면 하고요. 제가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해서 방음 처리를 한 작은 스튜디오도 있으면 좋겠어요. 나의 취미 생활이 프로 의식이 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랄까요. 형태로는 방 두 개가 딸린 15평 이상의 빌라면 충분할 것 같아요.

 

직접 그린 미래의 집 평면도 ©BRIQUE Magazine

 

집 주변 환경은요?

원하는 집이 생길 즈음엔 차량도 한 대 있을 것 같아서 주차 공간이 확보되면 좋겠고 근처에 편의점은 꼭 하나 있었으면 해요. 요리에 필요한 재료 구입을 위해 큰 마트도요. 산책로까지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


마지막 질문인데요. 그 집으로 언제쯤 갈 수 있을까요?

최소 7년에서 최대 10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길 때까진 기다려봐야죠. 지금 집에서 앞으로 4년은 살 생각이에요. 근데 살아보니 생각보다 7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생각보다 더 빨리 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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