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공간’이 뜬다

[Gen MZ Style] ⑦ 집도 직장도 아닌 가장 친밀하고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
ⓒBRIQUE Magazine
글.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 연구소 대표

 

‘도시’와 ‘로컬’이라는 양대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앞서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 연구소 대표를 필진으로 초대했습니다. 연재를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새 주역으로 등장한 MZ세대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들이 욕망하고 소비하는 공간을 함께 따라가 보며 21세기 라이프스타일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우리 삶의 행태를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마스크 쓰기’는 물론 ‘사회적 거리 두기’, ‘영업시간 제한’, ‘재택근무’, ‘줌미팅’…. 등 이전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들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재택근무자의 경우,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다고 항상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 사는 경우가 아니고는 식구들과 함께, 특히 아이들이 있는 경우, 업무에 집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카고 대학, 스탠포드 대학, 그리고 MIT가 공동으로 실시한 ‘코로나 19으로 인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대한 연구 – Survey of Working Arrangements and Attitudes’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자의 1/3 이상이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혹은 도서관과 같은 집이나 오피스가 아닌 공간 – nonhome, nonoffice, nonworkingspace인 ‘제3의 공간’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앤데믹 이후 재택근무 동향 (employer plans) <자료=WFH Research (2022)>

 

‘제3의 공간’은 어떤 공간일까? 공동연구에 참여한 MIT의 진화 조Jinhua Zhao 교수는 카페,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와 같은 ‘공공장소’,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그리고 친구 혹은 동료(associate)의 집이 제3의 공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코워킹 스페이스는 대부분 도심에 위치하고 있지만 점차 교외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점차 많은 교외지역 거주자들이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교외지역의 코워킹 스페이스는 거주자 중심의 소규모로 도심보다는 훨씬 더 지역적(localize)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코워킹 스페이스 주변으로 카페나 레스토랑과 같은 F&B 관련 리테일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의 도시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는 ‘The great good place’에서 현대사회가 갖는 고독감이나 소외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3의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삶의 첫 번째 공간인 집과 가정, 삶의 두 번째 공간인 일터에 이어 목적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삶의 세 번째 공간, 즉 비공식적인 공공생활이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 제3의 공간이 된다 – third places(after home, first, and workplace, second) and these are informal public gathering places. These places serve community best to the extent that they are inclusive and local(1989, p. xvii).”고 이야기했다.

 

멤버들을 위한 공유오피스와 일반인도 출입할 수 있는 카페를 갖춘 ‘로컬스티치 약수점’ ⓒBRIQUE Magazine

 

제3의 공간은 다음의 8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 On Neutral Ground(중립성) : 특정 개인에게 편향된 공간이 아닌 모든 이용자가 행동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중립을 지키도록 유지함으로써 더 가치있고 다양한 모임 형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간
  • The Third Place Is a Leveler :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
  • Conversation Is the Main Activity : 대화의 공간
  • Accessibility and Accommodation : 이용자의 거주지로부터 가까우면서 제1 혹은 제2의 공간에서의 부여되는 책임감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는 공간
  • The Regulars: 정기적인 이용자, 즉 단골손님들로 인해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
  • A Low Profile :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의 공간
  • The Mood Is Playful : 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
  • A Home Away from Home : 제1의 공간인 집과 가정에서 벗어난 공간이지만, 제1의 공간이 주는 사적인 공간과 같은 편안하고 따뜻함을 주는 공간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제3의 공간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가 1980년대 목격한 미국 사회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오늘날 우리 사회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함께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코리빙, 코워킹 스페이스 개발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확산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그가 강조한 바와 같이 제3의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공간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인 상호작용, 사회적 관계social interaction으로 인해 형성되는 공간이다.

 

도시공감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공유 라운지 ‘후암 거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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