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동 주거 공간에 살아야 하나?

공동 주거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할 팁(Tip)
여성전용 셰어하우스 '소담소담' ⓒHyochel Hwang
글. <브리크 brique>  자료. 아키후드WxY, 요앞 건축, 제이와이 아키텍츠

 

좋은 공동 주거 공간은 외롭지 않고,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으면서 창의적인 해법을 통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공의 삶을 균형있게 유지하는 곳일 테다. 취재를 통해 알게된 여러 공동 주거 공간의 현실은 소개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각 공간의 현주소와 각각이 갖는 장단점을 간단히 정리해본다. 

 

셰어하우스와 게스트하우스

 

개인 욕실 유무에 따라 월 임대료에 큰 차이

셰어하우스는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었다.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해 개인 침실을 두고 식당과 거실, 욕실을 공유하면서 30만 원대의 비용을 받는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신축 수준의 리모델링을 통해 개인 침실과 작업 공간, 개별 욕실을 비롯해 운동 시설과 워킹룸까지 제공하며 월 100만 원이 넘는 임대료를 내건 호텔급 시설도 존재했다.

개인이 점유하는 공간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공간이 무엇인지 명확히 확인하는 건 필수. 개인 욕실의 유무가 가격과 생활 편의성 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1인당 냉장고 점유 비율과 조리 공간의 점유 시간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단기적으로 여러 사람이 들고나는 상황이라 보안에 취약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간의 적합성뿐 아니라 식사 제공 여부, 운영자의 서비스 질도 요모조모 따져봐야 한다. 의무사용기간 계약에 따른 보증금이나 위약금도 잊지 말 것!

 

여성전용 셰어하우스 ‘소담소담’ ⓒHyochel Hwang
여성전용 셰어하우스 ‘소담소담’ ⓒHyochel Hwang

 

공공임대주택

 

운영 주체가 내세우는 입주 조건과 지원정책 점검이 필수

사회주택은 정책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의 정책에 따라 다양한 제약조건이 있다. 그래서 운영 주체가 지자체인지, 공공기관인지, 사회적기업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30청년주택에는 차량 소유주가 입주할 수 없다. 입지가 역세권인 만큼 사업부지에 따라 공간의 형태나 규모도 크게 차이 난다. 이웃이 모두 젊은 세대인 점이 좋을 수도 있지만 때로 싫을 수도 있다.

행복주택의 경우, 신혼부부가 살기에는 필요한 비용에 비해 공간의 질이 좋고 공동육아실, 어린이 놀이터, 빨래방, 헬스센터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갖추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각 세대의 주거공간 크기를 규제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공간을 늘릴 수 없어서 다자녀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오래 머물기 힘들 수 있다.

사회주택은 연령대가 비슷한 실버 세대가 공동으로 주거하는 경우가 많아 엘리베이터 유무 등 거동의 편의성과 커뮤니티 공간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화성진안 행복주택1 ⓒ Inkeun Ryoo

 

자립형 협동조합주택

 

구성원 간 지켜야할 공동 규칙을 잘 준수해야

협동조합주택은 이미 상당수 안면이 있거나 끈끈한 유대 관계를 가진 지인들끼리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전원주택단지의 경우 입주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조합원이 된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한 울타리 안에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자리 잡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문제는 조합을 결성하고 자금을 모으고 설계를 하고 시공을 끝낸 후 실제 입주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조합원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

협동조합을 통해 이루어진 공동체 주거는 공간에 따라 마을이 될 수도, 공공 주택에서 개별 공간을 나누어 살 수도, 개인 침실만 따로 두고 나머지 공간을 공유할 수도 있다. 특히 공동체를 함께 이루겠다는 적극적인 개인의 태도와 상호 존중의 자세가 꼭 필요하다는 게 유경험자의 공통된 이야기다.

 

은혜공동체 주택 ⓒKyung Roh
은혜공동체 주택 ⓒKyung Roh

 

에필로그 : 갈 길이 먼 공유 주거와 공동체의 삶

 

편집부가 지난 몇개월간 취재를 다니며 알게 된 사실은 아직 우리 사회가 공유 주거와 공동체적 삶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고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었다. 공유와 공동체적 삶을 공간으로 풀어내는 전문가도 적거니와 무엇보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아이디어와 방안이 미비했다.

공유 공간은 물리적으로 마련했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않아 방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33㎡ 미만의 개인 공간의 경우 질적인 측면에서 열악했다.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에 대해서 이질감 또한 여전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은혜공동체협동조합을 이끄는 박민수 이사장은 “공동체 구성원 간에 불신이 쌓이는 계기는 청소와 설거지 등 의외로 사소한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가 많다”라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견지해야 할 태도, 자세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과 상담 시스템을 마련해 내부 유대감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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