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장식품의 초대

[Uncommon Living] ② ‘가정용 장식품’을 만드는 2인조 스튜디오 쉘위댄스
ⓒshallwedance
에디터. 김지아  사진. 윤현기  자료. 쉘위댄스

 

대다수의 삶을 담는 주거 양식은 여전히 획일적이고 보편적(common)이지만 들여다보면 집이라는 공간을 장소로 만드는 것은 바로 개개인의 삶, 삶을 이루는 시간과 취향의 켜다. 취향에 기반한 공간은 개별적이고 고유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기성과 ‘다른(uncommon)’ 선택을 하는 경향에 주목하고자 한다. 장인 정신이 깃든 리빙 브랜드,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맞춤형 브랜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유일무이한 제품을 구현하는 디자이너, 확고한 취향으로 특색 있는 리빙 제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편집숍까지. <브리크brique> vol.9 기획 특집은 범람하는 리빙 트렌드 속에서 마침내 중심이 될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Art and Craft
① 일상을 침투하는 비일상의 가구 – 최동욱
② 텅 빈 장식품의 초대 – 쉘위댄스
③ 한 명의 랩, 하나의 콘크리트 – 랩크리트
④ 공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나무 조각 – 안문수

Craftsmanship
⑤ 패브릭 아틀리에의 한 끗 – 일상직물
⑥ 낡은 기술이 완성한 디자인 조명 – 아고
⑦ 생활 가구를 잘 만드는 사람들 – 스탠다드에이

Customizing
⑧ 사용자가 곧 크리에이터 – 몬스트럭쳐
⑨ 주방에 컬러를 입히다 – 스튜디오 비엘티
⑩ 생활 속 긍정의 감도를 높이다 – 비밥 디자인 스튜디오
⑪ 벽지를 만나는 새로운 방법 – 스페이스 테일러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순간, 반사된 햇빛이 그림자를 만드는 순간, 일렁이는 호수의 물결이 영원처럼 잔무늬를 그리는 순간. 쉘위댄스가 주목한 순간들이다. ‘가정용 장식품’을 만드는 2인조 스튜디오 쉘위댄스는 일상에서 목격한 찰나의 풍경을 무언의 장면으로 구성한다. 그리고 그 장면을 안은 오브제는 어느 공간에 놓여 무심히 소망한다. 머무는 이들에게 풍경이 계속되기를, 그리고 공허한 아름다움이 내내 이어지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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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음의 쓸모에 관하여
쉘위댄스의 이경규, 홍재진이 만드는 가정용 장식품에는 꽂이, 화병, 선반, 조명 등이 있다. ‘아름다움이 곧 쓸모’라는 믿음으로 공간에 이모저모 놓일 오브제를 만드는 이들에게 쓰임이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애당초 장식품이란 그런 것이 아니던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음으로 일견 환해지는 것. 유연한 형상을 가진 오브제를 통해 이들이 제안하는 바는 바로 그렇다. 고정된 쓸모의 세계에 구불거리는 낯선 사물을 두어 경직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 그리하여 공간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스튜디오명이 암시하듯 쉘위댄스는 오브제로부터 비롯되는 장면의 전환을 꿈꾼다.

 

홍재진(왼쪽), 이경규 쉘위댄스 공동 대표 ⓒBRIQUE Magazine

 

자유로운 사물의 풍경
예술과 실용의 경계에 놓인 쉘위댄스의 오브제는 가정에서뿐 아니라 쇼룸, 카페, 편집숍, 호텔 등 다양한 공간에서 두루 활용된다. 애초에 이들이 사물에 부여한 사용성이 미약하기에 그 쓰임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사용자가 구성하려는 공간의 풍경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해 간다. 이들의 오브제가 상공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된 사례는 통의동에 위치한 카페이자 편집숍인 ‘에디션덴마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채광 좋은 아늑한 분위기의 숍에서 ‘블랭크 윈드blank wind’ 시리즈는 알록달록한 판매용 티와 커피, 잼을 올려두는 디스플레이용 선반으로 사용된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공간과 어우러지며 위트를 더하는 사물로 톡톡히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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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오브제는 공간별로 유연한 자세를 취한다. 쉘위댄스가 만든 오브제는 대체로 눕혀 놓아도 되고, 세워 두어도 된다. 풀을 꽂아도 되고, 반지를 올려도 된다. 어쩌면 아무것도 꽂지 않아도, 두지 않아도 무방하다. 공간에 분위기와 심상을 더할 뿐 그 사용성에 있어서는 무한히 자유롭다. 바로 그 점이 쉘위댄스의 사물을 어느 맥락에서 발견해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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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적 공간에 놓인 곡선의 오브제
자연을 모티프로 한 이들의 오브제는 대개 곡선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렁이는 물과 바람의 움직임에서 착안한 ‘블랭크 윈드’ 시리즈는 직선의 공간에 놓여 비정형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오늘날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대부분의 공간이 직선으로 이루어졌다는 데 주목한 이들은 자연으로부터 길어온 곡선을 통해 일상의 풍경을 재편하고자 한다.
가령 집과 같은 사적 공간에서 쉘위댄스의 오브제는 직선의 가구 사이에 놓여 하나의 풍경으로 존재한다. 낮의 빛과 만나 호수를 연상시킬 수도 있고, 밤바람과 어울려 파도를 닮아 있을 수도 있다. 쓸모의 틈에서 어느 장면을 가만히 상상하게 하는 굽은 오브제는 감각의 확장을 꾀한다. 쓸모 외의 기물을 두는 일이 사치처럼 여겨지는 작은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쉘위댄스는 그들의 사물을 두고 멍때리는 시간을 선사하는 장식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쓸모들 틈에서 비로소 숨 쉴 시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곧 곡선을 가진 텅 빈 오브제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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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공 중간의 아크릴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이 안기는 공허와 허무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재료에는 크게 자연에서 온 것과 자연을 닮은 인공의 것이 있다. 초기에는 돌이나 모래 등을 활용해 자연물 고유의 정취를 안으로 들이고자 했다. 오브제의 재료로 흔히 사용되지 않는 날것의 물성에 주목한 이유는 그것이 주는 생경함에 있었다. 그러나 실내 장식품으로서의 사용성을 고려할 때 가공되지 않은 재료의 거친 표면은 생활에 흠을 남길 가능성이 다분했다. 약간의 사용성일지라도 갤러리가 아닌 생활공간에 놓일 물건인 이상 조형성만을 고려할 수는 없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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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용하게 된 재료가 바로 아크릴이다. 투명성과 가공성을 특징으로 하는 아크릴은 그들이 말하는 덧없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적격인 재료다. 투과되는 성질을 가졌고, 그 과정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원하는 형상에 가깝게 변형해 낼 수 있다. 아크릴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특히 투명한 아크릴로 구현되는 최근의 작업은 주로 빛이 지나가는 자리에 놓여 공간에 풍경을 들인다. 쉘위댄스에 의하면 이는 ‘분재화’에 가깝다. 외부의 것을 안으로 끌어와 가꾸는 일이 곧 분재라면, 공간에 어떤 세계를 만드는 일 역시 분재에 비유될 수 있다. 돌, 모래, 점토 등 자연의 재료로부터 콘크리트 파편, 몰딩, 그리고 아크릴이라는 인공 재료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계속해서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접점을 찾아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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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되는 오브제의 세계
다양한 맥락에서 독자적인 쓰임을 발견해 가는 오브제의 확장에 발맞춰 쉘위댄스 역시 작업 세계를 넓혀갈 예정이다. 처음 가정용 장식품을 출발점으로 삼은 까닭은 단순히 집이라는 공간에 놓일 사물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미술관이나 화랑이 아닌 일상적 공간에서 미술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즉 이들의 제안은 보다 친숙한 일상에서의 예술적 경험에 가깝다. 그 연장선에서 오브제가 자리하게 될 공간의 모습이 다채로워진다면, 다시 형상에 대한 고민이 수반될 차례다.
이러한 맥락에서 쉘위댄스는 공간과의 관계를 고려한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희동에 위치한 ‘미도파 커피하우스’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기존의 작업으로부터 한층 사이즈를 키운 인체 크기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공간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그들의 작업이 갖는 언어 역시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쉘위댄스는 그 점에 주목해 작업의 바운더리를 점차 넓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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