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이 되는 건축

[What’s your Flavor] ⑥ PDM 파트너스
©Myunghwan Cho
에디터. 박지일  사진. 조명환, 강도화  자료. PDM 파트너스

 

‹브리크brique› 12호 특집은 맛의 세계 이면에 자리한 ‘맛의 공간’을 다룬다. 먹고 마시는 일은 이제 생존보다 경험 차원에서 더 빈번히 다뤄지고 있다. 소위 SNS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는 곳이 대개 카페나 음식점이듯, 오늘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F&B가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일상을 환기하는 동시에 오감을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식음 경험은 취향과 소비의 정점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식당과 카페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정교한 기획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자생력 높은 공간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맛을 직접 내진 않지만 맛을 한껏 끌어올리는 장소와 분위기, 나아가 서비스까지 설계하는 공간 기획자들이다. 요식업이라는 바탕에 운영자 또는 브랜드의 개성, 독특한 세계관, 콘셉트에 맞게 정제된 각종 디자인 요소를 조화롭게 버무려 고유한 경험과 가치를 선사하는 이들의 작업은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하는 과정에 가깝다. 공간이 음식의 맛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나 총체적 경험의 만족도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그 전략을 유심히 지켜볼 만하다. 저마다 다른 색깔로 누군가의 취향을 저격하며 F&B 신scene에서 주목받고 있는 크리에이터들과 공간을 소개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맛있다고 했던가. 이제 공간의 맛을 음미해볼 차례다.

 

What’s your Flavor
① 브랜드라는 세계 — 서비스센터
② 공간의 표정, 경험의 온기 — 워프앤우프
③ 맛을 더하는 풍경 — 스튜디오 스토프
④ 장소성에 기반한 내러티브 — 논스페이스
⑤ 공간이 브랜드가 될 때 — 디노바
⑥ 마중물이 되는 건축 — PDM 파트너스
⑦ 차茶를 마주하는 시간 — 오설록 크리에이티브팀
#멋과 맛이 있는 F&B 스폿

 


 

해안가를 따라 앞다퉈 지어진 건축물들이 저마다 자신을 뽐내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의 유명 해변은 어느덧 건축가들의 각축장이 되어 그 자체로 방문객을 불러 모으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흐름의 이면에는 장소성을 배제하거나 지역과의 상생을 등한시한 채 랜드마크를 자처하며 과시하는 건축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이는 건축을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대상이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들고자 한 건축가의 사적 욕망에서 기인하는데, 본질적으로 건축은 특정 장소나 지역에 근거한 존재이면서 그 시각적 표상이기에 지역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좋은 건축에는 시대성과 장소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야 하며, 완성되는 순간 공공재로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따른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 활동과 직결돼 지역 활성화를 견인하는 상업 공간은 지역 내 지속가능성까지도 모색하는 거시적 계획을 요한다.

 

칠암사계 ©Myunghwan Cho

 

PDM 파트너스는 건축물의 사회적 역할을 염두에 두고 수익성을 고려해 궁극적으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상공간을 다수 만들었다. 공간 기획부터 설계, 시공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브랜딩까지 총체적으로 수행한다. 건축가와 클라이언트는 물론 완성된 건축물을 방문하는 사용자와 그 건물을 스쳐 지나는 사람들에게까지 유익한 건축물을 만드는 게 목표다. 부산을 중심으로 시대성과 장소성을 반영한 다채로운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PDM 파트너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이들이 향후 F&B 시장에서 전략과 디자인을 강조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다른 데 있다고 봅니다. F&B 운영자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직원 채용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직원의 휴게 공간을 비롯한 근무복지는 앞으로 F&B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지점입니다.” — 고성호 PDM 파트너스 대표

 

고성호 대표 ©PDM Partners

 

‘칠암사계’와 ‘선유도원’을 비롯, 지역 명소가 된 공간을 여럿 디자인했어요.

고성호(이하 생략) 처음부터 명소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하진 않았습니다. 언급한 공간들뿐 아니라 우리가 디자인하는 대부분의 건축물, 특히 F&B 공간은 단순히 심미성만을 고려한 핫플레이스를 목표 삼기보다 그 지역의 장소성을 기반으로 지역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건축을 추구하죠. 있는 듯 없는 듯 땅 위에 나지막이 자리한 건물이 장기적으로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건물이 넓게는 도시와, 가깝게는 주변과 어떤 방식으로 만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합니다.

 

레스토랑 엘 올리브. 손때 묻은 느낌을 연출하고자 오래된 파벽돌과 폐선박의 목재 등을 사용했다. ©Myunghwan Cho

 

‘엘 올리브’는 14년 전 지어진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프로젝트죠.

‘엘 올리브’는 유학 시절 방문했던 스페인의 올리브 농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레스토랑이에요. 여행지에서 느낀 낭만적 정서를 공간에 담아내고자 했죠. 이 공간 역시 주어진 대지 위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어요. 디자인뿐 아니라 기획과 운영 또한 도맡아 했기에 개인적으로 무척 의미 있는 작업이죠. 14년 전이지만 콘크리트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내외부는 모두 재생 가능한 재료로 구성하는 등 환경을 고려해 디자인한 건물이었어요. 얼마 전 리노베이션을 끝마쳤는데 운영에 불편한 구조를 일부 개선했을 뿐 그 외 공간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재료 사용이나 테이블 배치에 있어서도 최초 설계를 많이 따랐죠.

 

엘 올리브 내부 ©Myunghwan Cho

 

F&B 공간을 직접 운영한 경험도 있죠. 설계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부산 해변에는 각양각색의 디자인을 뽐내는 건축물이 많습니다. 이러한 지역에 건물을 지으려는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돋보이는 건축물을 원하죠. 그렇게 지어진 건축물이 개성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화려한 건축물은 일회적으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지만, 운영이나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객의 재방문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F&B 공간을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이 이러한 지점을 고려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죠. 설계를 의뢰하는 마음과 공간을 이용하는 마음을 두루 헤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건물을 짓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지점을 파악해 공간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 경험은 명백한 장점이죠.

 

칠암사계. 움직이는 여정에 따라 드라마틱하면서도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3개의 건물과 2개의 정원으로 구성했다. ©Myunghwan Cho

 

F&B 공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브랜드의 진정성이 공간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 비교적 큰 규모의 부산 유명 베이커리 몇몇이 생존을 위해 저마다 다른 활로를 모색 중에 있는데요, 특화된 매장을 통해 고객과 접점을 늘리는 전략을 택한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공장을 세워 생산을 확대하는 브랜드도 있죠. 전자는 동일한 퀄리티의 제품으로 고객을 모으는 데 성공적인 반면, 후자는 대량 생산을 통해 만든 제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F&B 브랜드가 공간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봅니다.

 

칠암사계 ©Myunghwan Cho

 

‘칠암사계’는 부산에서 손꼽히는 F&B 공간으로 거듭났죠. 프로젝트의 진행 배경이 궁금합니다.

칠암사계는 어촌마을에 만들어진 베이커리예요. 27년간 부산을 중심으로 사랑받아온 이흥용 베이커리가 칠암사계의 전신이죠. 사람들이 물을 길어 오던 우물터라는 데서 착안해 조용한 어촌마을 속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그런 맥락에서 건물은 혼자 빛나기보다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베이커리는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어요. 잘 알려진 이름을 버리고 다른 이름으로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당시 100여 명의 직원 모두가 반대했을 만큼 큰 모험이었죠. 클라이언트는 자신의 베이커리가 오랜 기간 사랑받은 만큼, 새로운 매장을 통해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칠암’이라는 지역명을 브랜드 이름으로 삼게 된 거죠.

 

칠암사계 ©Myunghwan Cho

 

브랜드의 새로운 정체성과 진정성을 공간에 어떤 방식으로 녹여냈나요?

칠암사계라는 이름 그대로 매장을 방문하면 칠암의 사계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봄이면 중정과 정원은 꽃으로 만발하고, 여름에는 녹색의 식물들로 가득하죠. 가을과 겨울에도 계절에 맞게끔 그 모습을 달리하고요. 외관의 대형 포스터나 1층의 미디어 월, 디스플레이 등도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르게 선보입니다. 빵과 음료 등 메뉴에도 계절마다 소소한 변화를 주죠. 사계절 다른 분위기를 품고 있기에 한 고객이 계절별로 이곳을 찾습니다. 성실하게 제빵에만 집중해온 운영자는 공간을 매개로 한 영업 전략이나 마케팅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죠. 결국 이런 부분은 건축가가 설계와 더불어 어느 정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칠암사계 내부 ©Myunghwan Cho

 

칠암사계가 오픈한 이후로 지역 사회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합니다.

이 지역은 50년 전 어판장을 만들면서 장어마을이라는 특화된 이름을 갖게 됐어요. 당시 마을을 형성한 청년층이 80~90대가 되면서 젊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도시가 슬럼화됐죠. 칠암사계가 만들어진 이후로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일 년에 70~80만 명의 방문객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동네가 활성화됐죠. 두 집 건너 한 집꼴로 비어 있던 기존 매장들은 대부분 리노베이션을 거쳐 새롭게 운영되고 있어요. 유동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존의 장어마을 가게들도 영업에 탄력을 받아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게 됐죠. 칠암사계를 통해 건축은 마땅히 지역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조용한 어촌마을에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면 지역에서는 반갑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외부인에게 상대적으로 배타적인 어촌마을의 특징을 고려해 지역민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를테면 매장 앞 공영주차장을 다른 가게나 마을을 찾아오는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내어주고 별도의 주차 공간을 만들어 혼잡을 피하고자 했죠. 건축과 인접한 주택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없도록 조경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자연 친화적인 건축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제품 개발 및 브랜딩으로 지역민들과 상생을 도모했죠.

 

칠암사계 내부. 각기 다른 사계절의 풍경을 모든 좌석에서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Myunghwan Cho

 

F&B에서 지속가능성은 무척 중요한 부분입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프로젝트를 소개해 준다면요.

얼마 전 선동 지역에 오픈한 카페 ‘선유도원’의 클라이언트는 F&B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분이었어요. 그런 까닭에 공간뿐만 아니라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페이스트리라는 특정 아이템을 바탕으로 최소화된 인원이 큰 문제 없이 언제든 생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죠. 전문가를 초빙해 페이스트리 메뉴를 개발하고 계절에 따라 토핑을 달리해 큰 변화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3개의 건물에서 바라보는 각기 다른 풍경은 방문객에게 다채로운 건축 경험을 선사한다. 선유도원은 이렇듯 풍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Dohwa Kang

 

좌석 배치에 노력을 기울인 것이 느껴져요. 특별한 기준이 있었나요?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그 자리가 가진 고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길 바랐습니다. 칠암사계의 경우 좌석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데요. 어떤 위치냐에 따라 바다의 전경에 몰입하거나 중정의 자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죠. 어느 자리에선 건축적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정원의 바람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 번잡한 실내와 동떨어진 곳에서 차분하게 커피를 즐길 수도 있죠. 이렇듯 다양한 좌석에서 달리 보이는 풍경들은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들어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 됩니다.

 

선유도원 내부. 신선이 놀고 거니는 무릉도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Dohwa Kang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예측하지 못했던 지점도 있을 것 같아요. 언제나 성공적인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전략을 짜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칠암사계의 경우 워낙 많은 인파가 몰리다 보니 시설적인 부분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한 예로 화장실의 수도꼭지는 1년에 13만 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설치했는데 턱없이 모자라는 거죠. 이에 내구성이 높은 제품으로 새로 설치해야 했습니다. 회전 계단도 인원에 비해 면적이 좁아 정체가 발생하기도 하고요. 외장재도 해풍에 대비한 재료를 사용했지만 주기적으로 손봐야 합니다.

다만 시설적인 문제보다 고객의 재방문을 이끌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어려운 부분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전문가를 뛰어넘는 수준이니까요. 잠깐 동안은 운영이 잘될 수 있지만 노력 없이는 절대로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선유도원 내부 ©Dohwa Kang

 

직접 기획한 브랜드의 성공은 공간을 만든 건축가로서도 무척 의미 있을 것 같아요.

기대보다 훨씬 많은 고객이 방문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건축가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칠암사계가 여행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이에요. 관광버스 몇 대가 줄지어 찾아와 학생들을 내려주고 2시간 남짓의 자유시간을 주죠. 빵을 먹으며 공간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시간의 만족도가 높아 점점 입소문을 타고 부산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방문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여행을 가면 보는 것과 먹는 것이 전부인데 칠암사계에서는 둘 다 할 수 있으니까요. 학생들에게 그만큼 보여줄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은 셈이니 뿌듯하죠. 한두 번 소비되고 마는 공간이 아닌,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꾸준히 목표 삼고 있습니다.

 

선유도원 내부 ©Dohwa Kang

 

앞서 설계와 운영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시공과 조경까지 통합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치밀하게 설계를 하더라도 시공 과정에서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F&B에서는 전략과 디자인, 공간과 브랜딩까지 일체화된 완성도가 중요합니다. 설계와 시공이 각각 50%의 비중이라고 가정한다면 다른 50%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직접 챙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조경의 경우는 지역 내 원하는 정도의 수준을 구현해 낼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이유도 있습니다. 지역 업체의 대부분은 관공서나 가로수, 아파트 조경을 주로 진행하다 보니 저희가 추구하는 감성이나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구현하기가 어려워요.

 

부산에서 선보인 작업을 보고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종종 의뢰가 있을 것 같아요.

일을 수주하는 기준은 명확합니다. 한 주에도 몇 번씩 현장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죠. 직접 관리하지 못하는 현장은 결국 건축가나 클라이언트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안길 때가 많아요. 아울러 클라이언트가 얼마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죠. 의뢰가 들어오면 클라이언트와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며 여러 번 대화를 나누는데, 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의 성향뿐 아니라 운영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파악하죠. 상호 존중의 토대가 만들어지면 최선을 다해서 공간을 만듭니다.

 

선유도원 내부 ©Dohwa Kang
선유도원 내부 ©Dohwa Kang

 

향후 F&B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견해가 궁금합니다.

많은 이들이 향후 F&B 시장에서 전략과 디자인을 강조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다른 데 있다고 봅니다. F&B 분야에서 일하는 직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위치가 아주 높지는 않잖아요. 종일 서서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마주하고 있죠. F&B 운영자에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직원 채용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수도권에 비해 지역은 더욱 심각하죠. 그렇다면 채용된 인원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공간적 여건을 개선하는 게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직원 휴게 공간을 비롯한 근무 복지는 앞으로 F&B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지점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칠암사계처럼 사계라는 이름을 브랜드로 한 새로운 작업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현재 작업 중인 곳은 금정산 인근에 ‘금정사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다른 지역으로도 옮겨 계속해서 새로운 사계를 만들 계획입니다. 또 다른 계획은 산을 무대로 한 건축 프로젝트인데요. 칠암사계가 바다, 선유도원이 호수를 배경으로 한다면 새로 지어질 공간은 산속에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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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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