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좋은 빛이 필요하다, ‘빛의 얼굴들’ 출간

에디터. 윤정훈  자료. 을유문화사

 

“우리는 좀 더 좋은 빛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
빛을 디자인하는 조수민은 말한다. 하지만 빛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 빛이 난무하는 시대, 좋은 빛이란 무엇일까? 우리에겐 어떤 빛이 필요할까?

형태가 없는 빛도 설계 대상이 될 수 있다. 조명 디자이너 조수민은 공원, 지하철, 주거 공간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빛을 설계해 왔다.

<빛의 얼굴들>은 오랜 기간 빛의 앞, 옆, 뒤 그리고 이면을 바라보며 빛의 가능성을 모색해 온 그가 쓴 ‘빛 에세이’다. 
한국에서 남향은 좋은 집의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남쪽을 향해 열린 창은 강한 직사광을 그대로 들여 눈부심을 일으키거나 TV 시청을 방해할 수 있다. 반면, 한국 주거 문화에서 외면 받고 있는 북쪽 창은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창이었다. 북으로 난 창은 부드럽고 균일한 빛을 드리워 안정적인 작업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노란 전구, 형광등, LED 등 다양한 조명이 우리 곁에 있다. 그러나 아파트 위주의 주거 환경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풍토는 동일한 위치(공간의 중앙부)에 형광등을 설치하는 획일적 문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형광등을 ‘작업등’의 용도로 인식해 병원, 학교 등에만 사용한다. 이는 각 공간에 맞는 조명, 사람의 몸을 생각한 빛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진 제공=을유문화사>
<사진 제공=을유문화사>

 

“단순히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빛을 사용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휴식, 독서, 집중, 취침, 요리, 식사, 대화 등 용도와 시간에 맞춘 보다 좋은 빛을 집이라는 공간에 사용할 때가 되었다. 비싼 조명, 멋진 디자인의 조명을 사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집의 규모보다 그 속에 사는 우리의 삶을 생각하고, 조명 기구보다 그 속에서 나오는 빛을 먼저 고민할 때 우리의 집은 더 좋은 공간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사진 제공=을유문화사>

 

책은 빛을 고려해 건축 재료의 색과 표면 광택 등을 선정하는 법, 다양한 조명 종류와 적정 위치를 일러주지만 실용적인 내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빛과 빛을 받아들이는 사람, 그들이 머무는 공간과 사회로 범위를 넓혀 가며 빛을 과학적, 인문적, 미학적, 사회학적으로 통찰한다. 뿐만 아니라 자연의 빛, 빛 공해와 생태계 파괴 등을 조명하며 우리가 빛을 어떻게 즐기고 어떤 빛을 만들어 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때를 직감한 아기 거북은 드디어 지표면으로 올라와 본능적으로 바다의 빛을 향해 내달린다. (…) 그렇게 아기 거북의 몸이 마르고 체력이 다할 정도로 필사적으로 내달렸을 즈음 드디어 목표 지점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곳은 안타깝게도 바다와 정반대인 해안도로 가로등 아래였다. 지금도 수많은 아기 거북들은 바닷가의 리조트, 상업 시설, 간판 등이 비추는 빛에 속아 바다가 아닌 육지를 향해 기어간다. 기존에도 1퍼센트 정도로 낮은 거북이의 생존 확률은 인간이 밝힌 빛으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더 낮아지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든 것은 결국 빛이며, 엉성하고 부족한 빛은 우리가 보는 세상이 아직 엉성하고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어떤 빛이 필요한지 묻는 일은 사람과 공간을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무심코 지나친 빛의 얼굴을 한 번쯤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이유다.

 

<사진 제공=을유문화사>

 


도서명.
빛의 얼굴들

저자.
조수민

출판사.
을유문화사

발행일.
2021년 11월 20일

판형 및 분량.

140 x 205mm, 308쪽

가격.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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