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매료한 건축, 탐하듯 톺아보다

에디터. 윤정훈  자료. 인물과사상사

 

도시를 보는 건축가의 눈은 하나의 시간, 하나의 장소에만 고정되지 않는다. 건축가 임형남·노은주의 ‘공간을 탐하다’는 건축을 하나의 건물보다 복합적인 풍경으로 읽어내는 책이다.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라는 저자 소개문에서 알 수 있듯, 두 저자에게 건축은 오래된 문명이자 갖은 의미와 이야기를 품은 작은 우주다. 책은 두 건축가가 매혹된 공간을 소개하며 어떤 점이 그들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이야기한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담는 도시 공간을, 2장은 시간과 기억을 간직한 공간을 탐구한다. 3장은 우리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거리의 크고 작은 장소를 다루며, 4장은 자연을 품고 도시인의 감각을 한층 끌어올리는 도시 속 휴식 공간이 가진 매력을 하나하나 펼쳐 보인다.

 

“다양한 온도의 온천수와 조명과 빛으로 인해 변화하는 공간의 색, 주변 자연을 그대로 끌어들인 재료의 경험은 건축과 인간의 실존적 경계를 넘나든다. …… 그 안에서 벌거벗은 사람들은 인간이 원시 동굴 속에서 처음 겪었을 법한, 가장 원초적인 모습의 자기 자신이 된다. 페터 춤토어의 공간에서는 낱낱의 개별 재료가 가지고 있는 물성과 기억이 신 혹은 물과 같은 원초적 자연으로 환원된다. 그렇게 건축화한 자연 안에서 그 장소에 머무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실존적으로 만나게 된다.” – 「원초적인 공간을 만나다: 발스 온천」, p.152

“데시마 미술관에 미술은 없다. 설치도 없다. 단지 파고들어가서 비워놓은 자연과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땅속 같은 공간에서 서성거리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은 땅에서 태어나고 땅으로 돌아간다. 땅은 아주 실질적인 생명의 공급원이며 추상적인 인간의 지향점이다. 땅속으로 들어가는 건축은 아주 구체적인 공간을 지향하면서도, 극도로 추상적인 공간의 이상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 「자연을 품다: 데시마 미술관」, p.277

 

서울역, 헌법재판소, 국회의사당 등 익숙함과 건축물 본연의 기능에 가려져 역사적 의미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가 하면, 발스 온천과 데시마 미술관 등 색다른 영감을 주는 해외 공간 또한 아우른다. 자신을 매료한 공간을 탐하듯 찬찬히 톺아보는 시선을 통해 건축을 보다 깊게 마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도서명.
공간을 탐하다

저자.
임형남·노은주

출판사.
인물과사상사

발행일.
2021년 12월 13일

판형 및 분량.

152 x 210mm, 292쪽

가격.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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