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캇 컨템포러리, 마이클 딘 국내 첫 개인전 ‘삭제의 정원’ 개최
에디터. 김지아 자료. 바라캇 컨템포러리 Barakat Contemporary
영국 조각가 마이클 딘Michael Dean의 국내 첫 개인전 ‘삭제의 정원 Garden of Delete’이 서울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지난 3월 31일 개막됐다. 이번 전시는 콘크리트의 원형적 물성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 조각 작업으로, 조각의 운동성을 통해 자연과의 유기적 관계를 모색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마이클 딘은 영국 뉴캐슬 어폰타인Newcastle-upon-Tyne에서 태어나 런던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수학한 후 2016년 터너 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서 국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2018년 헵워스 조각상의 최종 후보로 지명되었다.
깎이고 부서진 콘크리트 덩어리들, 녹슨 철골 골재가 앙상하게 드러난 건축물의 일부 잔해들, 미라처럼 부식된 인체 형상이나 동물의 뼛조각, 고대 문자 같은 파편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서로 기대고, 삐딱하게 서 있고, 권태로워 보이는 몸짓의 조각들은 대자연의 풍파를 맞은 인간의 운명처럼 비극적이다. 낮고 평평한 땅 위로 높이 솟은 조각들, 파괴와 소멸의 엔트로피가 작용하는 이곳은 마이클 딘의《삭제의 정원》이다.
– 전시 서문에서
삭제의 정원은 영국 일포드Ilford에 위치한 마이클 딘의 작업실 정원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정원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콘크리트 조각들이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보며 작품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딘의 작업을 관통하는 세계관은 “긴 파괴의 엔트로피(entropy as a long destory)”다. 그는 조각이 변하는 모습을 컴퓨터 키보드의 ‘삭제 delete’라고 표현하는데, 여기서의 삭제는 작품의 완전한 소멸이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잠시 멈춘 조각의 상태를 의미한다. 식물이 시들어 죽으면서 씨앗을 내고 봄이 되면 그 자리에 새싹이 나오듯, 그의 조각은 자연 안에서 다른 에너지의 상태로 떠돌다가 새로운 발화를 위한 씨앗이 되어 되돌아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작업의 주요 매체인 조각은 시멘트와 모래, 물과 같이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들과 안료의 혼합물로 주조된다. 자연과 주변 환경에 반응하면서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콘크리트 재료는 바위, 자갈, 흙 등의 자연물과 같이 풍화와 침식의 과정을 겪는다.
현대의 산업화된 콘크리트 건축물, 길거리의 보도블록, 전봇대에는 갖가지 광고 전단지, 씹다 뱉은 껌 등 인간이 버린 잔해들이 쌓여 있다. 작가는 이처럼 많은 시간과 언어의 흔적이 축적된 콘크리트를 동시대의 ‘팔림프세스트Palimpsest’*로 정의하면서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 콘크리트 조각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팔림프세스트Palimpsest는 과거 종이가 귀했던 시절 사본에 적힌 글자를 지워 다른 내용을 적은 양피지를 가리킨다.
‘삭제의 정원’은 딘의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테이트 브리튼, 헨리 무어 조각 연구소 등에서 선보였던 주요 설치 작업과 더불어 조각, 드로잉, 출판물 등 다수의 신작을 최초로 공개하며,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코로나 시기에 정체된 예술과 지역 사회 간의 소통을 활발히 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아 갤러리 주변 공공 장소에 2017년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서 시도했던 야외 설치 작품 2점을 구현하기로 했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전시명.
삭제의 정원 Garden of Delete
일시.
2021년 3월 31일(수) ~ 2021년 5월 30일(일)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7길 36
관람료.
무료
주요 참여 작가
마이클 딘Michael Dean
관람시간.
화~일 10:00~18:00(월요일, 공휴일 휴무)
문의.
02-730-1948
공식 홈페이지.
barakatcontempora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