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읽는 세 가지 방식, ‘IMA Picks 2021: 이은새, 홍승혜, 윤석남’展

에디터. 김지아  자료. 일민미술관

 

서로 다른 세대를 살아온 세 여성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IMA Picks’는 국내외 주목할 만한 세 명의 작가를 선정해 그들이 동시대를 읽는 각기 다른 방식을 살피는 기획 전시다.

 

<이미지 제공 = 일민미술관>

 

이번 전시에서는 이은새(b.1987), 홍승혜(b.1959), 윤석남(b.1939)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세대를 경유한 이들이 탐색한 오늘의 세계, 동시대의 감각을 되짚어 본다.

평면의 원리를 기반으로 입체와 설치, 조형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해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은 조형적 시도를 통해 주류의 언어로 쓰인 미술사 바깥에서 여성 예술가로서 당대와 대면하거나 불화해 온 도전의 방식과 태도를 보여준다.

 

《IMA Picks 2021》 1 전시실 전경 <사진 제공 = 일민미술관>

 

세계를 그리는 미술가로서 자신이 마주하는 여러 상황을 회화로 표현하는 이은새는 이미지 생산과 소비의 관성을 고민하며 회화의 내러티브를 이끄는 여성 신체의 사용을 탐구해 왔다. 그에게 회화는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거나 그 일부를 재생산할 때 인지하는 힘과 위계의 격차, 그로부터 발생하는 잔여의 감정을 신체 활동으로 전이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은새, 더블 Double, 2021, acrylic and oil on canvas, 227.3×181.8cm <사진 제공 = 일민미술관>

 

‘디어 마이 헤잍-엔젤-갓Dear my hate-angel-god’에서 작가는 PET 필름, 쇠 평면과 같은 이질적인 재료를 캔버스에 견주어 활용한다. 이 재료들로부터 구성되는 평면은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 아닌, 몸이라는 대상을 경유하는 인식과 의식이 뒤섞인 행위로 채워진다.

 

이은새, 미니 Mini, 2021, Steel and oil, 23×17×11cm <사진 제공 = 일민미술관>

 

홍승혜는 평면의 사각 픽셀을 유기적 단위로 응용해 추상미술을 현실-장소에 개입시키는 방법을 모색해 온 작가다. 이 아이디어는 ‘광장사각’(아뜰리에 에르메스, 2012) 전시에서 건축과 디자인의 구체적인 몸을 빌려 사각 광장의 모습으로 실현된 바 있다. 그에게 사각형은 안정적이고 견고한 인간 터전의 알레고리다. 또 중심도 위계도 없는 그리드는 민주주의와 무정부주의의 질서, 혼란이 혼재한 또 다른 현실과 다름 아니다.

 

홍승혜, 공중무도회 Aerial Dance, 2020-2021, Polyurethane on plywood, 144×117.6x120cm, 220.8×117.6x120cm <사진 제공 = 일민미술관>

 

‘무대에 관하여’는 홍승혜가 전시장 2층에 마련한 무대이자 장소, 기하학적 추상이다. 이곳에서 작가는 연출가 또는 극장장으로 자신의 영상 작업과 여러 협업자들의 인형극을 상연한다. 전시에서 홍승혜는 예기치 못한 예술적 사건과 삶의 시간이 뒤엉키는 장소인 무대에 주목해 프레임과 공간에 관한 실험을 선보인다.

 

퍼포먼스 〈연습 Exercise〉, dimension variable <사진 제공 = 일민미술관>

 

여성 주체를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장면으로 소환해 온 윤석남은 여성을 비롯해 역사에서 거듭 소외되는 다층적 정체성의 타자들, 그리고 인간 외 존재와 자연으로 작업을 확장한 바 있다.

 

윤석남, 고카츠 레이코 Kokatsu Reiko, 2021, Colors on Hanji, 210x94cm <사진 제공 = 일민미술관>

 

‘소리 없이 외치다’에서는 일상 풍경에 천착했던 시기의 미공개 드로잉과 자화상, 80년대의 정치적 상황을 나무 틀에 그린 회화, 자연스러운 미의식과 생명력을 좇아 캔버스를 이탈한 2000년대 이후의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회화를 구축해 온 그의 시도는 한때 주류 미술사의 규범으로 존재한 평면성의 바깥에서 작가로서 회의와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IMA Picks 2021》 3 전시실 전경 <사진 제공 = 일민미술관>
《IMA Picks 2021》 프로젝트 룸 전경 <사진 제공 = 일민미술관>

 

전시 기간 중에는 본 전시 외에도 인문학 프로그램 ‘역자 후기’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연계 프로그램이 열린다. 이은새, 홍승혜는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나 신작 제작 과정 및 작업에서 협업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한편, 2전시실에서 개최 중인 홍승혜의 개인전 ‘무대에 관하여’는 매주 토요일 1시부터 5시까지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전시는 2월 6일까지.

 


전시명.
IMA Picks 2021

일시.
2021년 11월 19일(금) ~ 2022년 2월 6일(일)

장소.
일민미술관(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52) 1, 2, 3 전시실 및 프로젝트 룸

관람료.
일반 7,000원 학생 5,000원 

관람시간.
11:00~19:00 (매주 월요일, 설 당일 2월 1일 휴관)

주최. 
일민미술관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대성우홀딩스

홈페이지.
https://ilmin.org/

문의.
02-2020-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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