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던 책과 가구의 만남: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더콘란샵

On 2020-07-13

글 & 사진. 전종현 편집위원

진짜가 나타났다. 지난 7일부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이하 디자인 라이브러리)에는 책에서만 보던 유명 의자와 조명이 자연스레 들어섰다. 방문객들은 1층 라운지에 비치된 20여 종의 의자에 앉아 아름다운 중정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 2층에는 ‘레어 북 룸Rare Book Room’에 고이 보관하던 희귀 책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콘란샵’이 협업한 이색적인 만남의 결과물이다.

LC4 셰즈 롱그에 누워 디자인 라이브러리 중정을 바라보며 쉴 수 있다. ©BRIQUE Magazine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디자인의 세부 분야를 트렌디하고 심도 있게 풀어내는 ‘디자인 테마’를 7월부터 새롭게 진행하면서 그 첫 번째로 가구 디자인을 뽑았다. 2020년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구 디자인이 다시 각광받는 추세를 주목한 것이다. 더콘란샵과의 협업도 그 일환인데 파트너를 고른 안목이 뛰어나다. 영국의 디자인 대부인 테렌스 콘란 경이 만든 더콘란샵은 프리미엄 가구들을 감각 있게 들여놓은 편집숍으로 명성이 높다. 브랜드도 다양하거니와 무엇보다 디스플레이된 가구는 모두 자유롭게 체험이 가능하다. 수 백, 수 천만 원짜리 의자와 소파에 앉아보고 조명을 만져보는 건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라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는 콘란 경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1층 라운지에 전시된 의자들. 더콘란샵이 제공한 것들로 모두 편하게 앉아볼 수 있다. ©BRIQUE Magazine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배치한 더콘란샵의 의자와 조명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 먼저 1층 라운지에 배열된 다양한 의자를 보자.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샤를로트 페리앙이 힘을 합쳐 만든 ‘LC4 셰즈 롱그’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니 마음이 흔들린다. 주변에는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의자’, 에로 사리넨의 ‘튤립 의자’, 베르너 팬톤의 ‘팬톤 의자’와 ‘콘 의자’, 한스 베그너의 ‘CH07’, ‘CH23’, ‘CH24’ 등 20세기 의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품들이 도열해있다. 헤릿 토마스 릿벨트의 ‘적청 의자’를 복각한 제품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CH07의 사이즈를 엄청나게 키운 자이언트 의자에 앉아 중정을 보는 경험은 분명 특별할 터. 중정에는 더콘란샵의 상징인 ‘아이볼’과 모빌 브랜드 볼타의 대형 모빌이 자리 잡아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모습을 더욱 ‘디자인답게’ 바꾼다. 참고로 인포 데스크 앞에 진열된 책을 들고 라운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읽어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MoMA에서 발간한 임스 부부의 귀한 작품집 ©BRIQUE Magazine

2층에 올라가면 희귀 도서를 소개하는 zone1에 가구 디자인과 관련된 책들이 놓여 있다. 20세기 중후반에 발행된 미스 반 데어 로에, 마르셀 브로이어, 임스 부부의 작품집과 파이돈에서 발간한 르 코르뷔지에 작품집, 타셴에서 발간한 마크 뉴슨 작품집 등을 살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특히 MoMA에서 발행한 임스 부부 작품집은 두껍지 않지만 그들의 작업을 알차게 정리한 귀한 자료이므로 흰색 장갑을 끼고 필독을 권한다. zone1 테이블 위에는 더콘란샵에서 온 다양한 앵글로포이즈 테이블 조명이 빛을 밝히고 있어 학구열을 북돋운다.

zone1과는 별개로 디자인 라이브러리 곳곳에는 더콘란샵의 조명이 주변을 밝히고 있다. 책을 펼쳐 놓은 듯한 형상으로 유명한 루미오의 ‘책 조명’을 비롯해, 루이스 폴센의 ‘PH3/2 테이블 조명’, ‘판텔라 테이블 조명’, ‘PH5 펜던트 조명’을 독서등 및 무드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더콘랍샵의 조명과 디자인 라이브러리 공간이 만드는 무드를 즐기며 한여름의 더위를 가시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