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나의 이야기, ‘집이 거울이 될 때’ 출간

에디터. 김지아  자료. 민음사

 

ⓒ민음사

 

여성의 목소리를 기록해 온 작가 안미선의 에세이 ‘집이 거울이 될 때’가 출간됐다.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인 ‘집’에 관한 이야기다.
팬데믹을 계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내면을 돌아보고 성찰하도록 했다. 저자 역시 집에 머물기를 요청받는 시간 속에 자신이 거쳐 온 집과 현재의 집을 회상하고 기록하며 공간을 넘어선 ‘나’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말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집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들은 그 집들과 지붕을 맞대고 있는 한 집에서 먼저 새어 나온 작은 이야기다. 

– 「들어가며」중에서 

 

유년기의 철거가 예정된 고향 집을 기록하며 저자는 어두운 기억 속의 나 자신과 화해한다. 또 지난 시간을 함께해 온 가족과의 역사를 재정립한다. 관계의 단절을 가져온 팬데믹 상황이 역설적으로 가장 소중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태어난 지 오래 되지 않은 아이. 세상과 앞날이 아름다울 거라고 순진하게 막연히 믿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는데 가슴이 메어 오며 눈물이 갑자기 흘러내렸다. 잊고 있던 얼굴이다. 그 얼굴을 잊고 혼자 세상에 실망하고 마음의 문을 닫으며 살아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러자 그 얼굴에 사과하고 싶었다. 때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그 믿음을 저버릴 뻔한 순간들에 대해, 세상은 살 만한 거라고 믿고 있는 얼굴 앞에서. 

– 「물에 띄운 사진」중에서 

 

한편 저자의 시선은 팬데믹 상황 속에 ‘안전한 집’을 위해 분투하는 여성들에게로 옮겨간다. 여성에게 집은 가장 무거운 짐을 지우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루어지는 바깥과 달리 집 안에서의 여성은 “도통 거리를 둘 생각을 않고 더욱 밀착해 오는 가족의 틈바구니”에 시달린다. 저자는 오늘날 집이 여성에게 갖는 의미를 조명하며 과거의 자신과 그 집을 지탱해 낸 많은 여성들을 기록한다.

 

돈도 벌고, 꿈도 이루어야 하고, 엄마도 되어야 하는 나의 생활은 이런 식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쓸지 밥을 할지 고민한다. …… 요즘처럼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듣고 집에 내내 있는 때에는 세 끼 식사를 척척 차려 내며, 설거지에 빨래까지 하면서, 아이에게 집안 일을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서, 장을 보면서, 책상에 앉아 있을 자투리 몇 시간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 「집 안에 날아든 새」중에서 

 

저자의 ‘집’ 이야기는 여성인 자신의 이야기이면서 오늘을 함께 걸어가는 독자들에게 건네는 ‘행진’ 이야기다.

 


안미선
내가 살던 집들을 떠올리고 찾아 나서며 오래된 한옥과 마당 깊은 양옥, 숨 가빴던 아파트와 담담한 빌라들을 만났다. 집에 비친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이야기로 쓰면서 이번에는 나를 똑바로 마주해 보았다. 숨어 있던 이 세상 집들의 두런거림과 그 목격담이 더 많아지면 우리가 더 빛날 것 같다.

작가로서 여성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기록해 왔다. 저서로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여성, 목소리들』, 『언니, 같이 가자!』, 『똑똑똑 아기와 엄마는 잘 있나요?』,『모퉁이 책 읽기』,『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 등이 있으며, 공저로『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엄마의 탄생』,『기록되지 않은 노동』, 『마지막 공간』등이 있다.


도서명.
집이 거울이 될 때

출판사.
민음사

판형 및 분량.
135×200 mm 반양장, 288쪽

가격.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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