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리츠커 건축상, 프랑스의 안 라카통과 장 필립 바살 선정

에디터. 김유영  자료. 하얏트재단The Hyatt Foundation

 

프리츠커 건축상 2021년 수상자가 지난 3월 16일 발표됐다. 프랑스 건축 듀오 안 라카통Anne Lacaton과 장 필립 바살Jean-Philippe Vassal이 그 주인공. 1987년 함께 사무소를 설립한 두 사람은 유럽과 서아프리카 전역에서 3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완성해 왔다. 담대하고 사려 깊으면서도 특히 환경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라카통과 바살의 수상은, 팬데믹을 맞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한다.

심사위원장이자 2016년 수상자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는 “올해는 인류가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그 어떤 때보다 절감했던 한 해”라면서, “환경과 인류를 온당하게 대하는 것이 다음 세대에게도 진정으로 온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츠커 건축상은 매년 건축 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결합을 보여주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특정 건축물이 아닌 건축가의 건축 세계 전반을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하며, 하얏트 호텔 창업주인 제이 A. 프리츠커와 신디 프리츠커 부부가 1979년 제정했다.

 

안 라카통(좌)과 장 필립 바살 ⓒphoto courtesy of Laurent Chalet

 

철거는 폭력 행위
라카통과 바살의 작업은 사적인 공간부터 사회·공공 공간, 문화와 교육 시설을 아우르지만, 이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가치관은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한 존중’이다. ‘절대 파괴하지 않는다(Never demolish)’는 철학을 고수하는 이들은 건물이 가진 원래 특성을 유지하는 한편, 노후한 인프라를 보강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 결과 낡은 공공시설과 주택 등 여러 건축물은 본래 모습을 지키면서도 강화된 기능을 갖게 된다.

라카통은 “철거는 쉽고 단기적인 결정이며, 에너지와 물질은 물론 역사까지 낭비하는 행위”라면서 “우리에게 철거는 폭력과 같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팔레 드 도쿄’ 프로젝트에서는 지하 공간을 만들어 전시 면적을 확충했다. Site for Contemporary Creation, Phase 2, Palais de Tokyo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자연과 더불어
공간을 넓히면서 자연을 들이는 것 역시 라카통과 바살 작업의 중요한 요소. 이들은 실내 정원과 발코니를 활용해 거주자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사계절 내내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적은 예산으로 정원을 설치하기 위해 온실 기술을 적용한 ‘라타피 하우스Latapie House’(1993, 프랑스 플루와학)가 대표적 예다. 집 뒤쪽에 접이식 폴리카보네이트 패널을 설치해 자연광이 공간 전체를 비추게 하는 한편, 거실부터 주방에 이르는 실내 공용 공간을 넓히고 온도 조절을 용이하게 한 것. 

 

라타피 하우스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라타피 하우스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1960년대 초에 지어진 주택 ‘La Tour Bois le Prêtre’ 개조 프로젝트(2011, 프랑스 파리)에서는 콘크리트 파사드를 제거함으로써 내부를 확장하고 발코니 공간을 더욱 넓혔다. 그 결과 시야가 제한되었던 거실은 커다란 창문으로 도시를 볼 수 있는 테라스로 재탄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회적 주거 시설의 미적 가치뿐 아니라 도시에 자리한 ‘커뮤니티’로서의 의도와 가능성을 조명했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La Tour Bois le Prêtre 프로젝트, Social Housing (with Frédéric Druot)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La Tour Bois le Prêtre 프로젝트, Social Housing (with Frédéric Druot)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한편 라카통은 “좋은 건축은 열린 건축이다. 삶과 모두의 자유를 위해 열려 있고, 누군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열려 있는 것”이라며 “익숙하고 유용하고 아름다우며, 그 안에서 일어날 삶을 조용하게 지탱하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는 뜻을 전했다.

프리츠커 측은 “안 라카통과 장 필립 바살은 건축이 사회 전체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 왔다”면서, “작업을 통해 인류의 삶을 돕고자 하는 목표, 겸손함, 과거와 새로운 것 사이를 오가는 대화는 건축의 영역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FRAC Nord-Pas de Calais 프로젝트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사회적 주거 G, H, I 빌딩 개조 프로젝트, Transformation of G, H, I Buildings, Grand Parc, 530 Units, Social Housing (with Frédéric Druot and Christophe Hutin)  ⓒphoto courtesy of Philippe Ru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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