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이전 생산된 건축, ‘건축 생산 역사’ 출간

에디터. 김지아 자료. 도서출판 마티

 

서양 건축의 역사를 연대기적 흐름 속 ‘생산’의 관점에서 살피는 책이 출간됐다. ‘건축 생산 역사’는 건축학자 박인석이 건축의 역사를 생산과 기술, 구조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야기해 온 20년의 노하우와 내공을 빼곡히 담은 책이다. 고대부터 중세, 르네상스와 바로크, 근대와 현대로 이어지는 흐름은 건축사를 비롯한 예술사의 보편적인 서술과 다름없지만, 건축이 사회와 정치, 산업의 산물이라는 점에 주목해 ‘창작’이 아닌 ‘생산’에 중점을 두고 형태와 규범이 형성되어 온 과정을 추적하는 서술 방식에서 기존 건축사 책과 구분된다.

 

“서양 건축 역사에서 읽어야 할 것은 건축물의 형태 양식이나 구축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규범화된, 그 규범이 생산된 사건의 전말이다. 그것은 언제, 누구에 의해, 왜, 어떻게 유럽 전체의, 서양 전체의, 그리고 세계 전체의 건축 규범으로 확산되었는가.”

‘건축 생산 역사’ 1~3권 <이미지 제공 = 마티>

 

고대부터 중세까지 다루는 1권은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서양 건축사에 오리엔트 건축이 부재하게 된 경위와 고전주의가 규범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13세기 서유럽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고딕 건축의 생산을 들여다본다.

2권은 중세의 해체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부르주아 계급이 만들어낸 건축 규범을 살핀다. 저자는 고전주의가 르네상스 시기 만들어진 전통이라 단언하며 그것이 전 유럽의 절대왕권으로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 추적한다.

산업과 기술의 발전으로 물적 조건이 변화한 18~19세기 건축 역시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도시화로 인해 새로운 건축이 필요해지고 철골,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발전하며 기존 석조 건축물을 대체해 갔다. 3권은 근대의 새로운 규범이 된 모더니즘 건축에 집중한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건축이 특정 계급이 아닌, 사회 전체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된 시기. 그 믿음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무너졌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저버릴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논한다.

모더니즘 건축의 연장선에서 저자는 오늘날의 건축 생산 가능성을 탐문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기존 건축사 서술과 다른 시선으로 건축을 둘러싼 생산의 역사를 되짚는 이 책은 건축이 먼 의미가 아닌 가까운 실체임을 상기시킨다.

 


박인석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6기 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건축적 사고와 전략에 대한 이해 없이 표준 해법과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 주택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찾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편으로는 ‘건축 생산의 역사’라는 강의를 통해 서양건축사를 다른 시각으로 조망하는 작업을 시도해왔다. 『건축이 바꾼다』, 『아파트 한국사회: 단지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등을 비롯해 『아파트와 바꾼 집』, 『한국 공동주택계획의 역사』, 『주거단지계획』(이상 공저) 등을 썼다.


도서명.
건축 생산 역사(전3권)

출판사.
도서출판 마티

판형 및 분량.
152 × 225mm, 1160쪽

가격.
7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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