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전하는 안부, ‘3650 Storage -인터뷰’ 展 개최

에디터. 윤정훈  자료. 서울미술관

 

사사로운 감정, 크고 작은 고민이 담긴 한 점의 예술 작품은 누군가의 얼굴과도 같다. 표정과 기록으로서의 예술을 잠잠히 들여다보는 일. 흔히 ‘감상’이라고 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영감과 위로를 받지만 말만큼 쉽진 않다. 대화를 하듯 마주하고 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 서울미술관이 개관 10주년 기념전 ‘3650 Storage -인터뷰’ 전을 개최한다. 48명 작가의 작품은 물론 그들의 삶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인터뷰 형식의 전시다.

 

 

지난 10년간 서울미술관을 통해 소개됐던 예술가 48명에게 여섯 가지 공통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는 자기소개, 이어 출품작에 대한 설명과 작업의 영감을 받는 순간, 그 다음은 예술가로 사는 삶의 즐거움과 아쉬움과 예술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과 지속했던 원동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할 말을 묻는다. 이에 대한 답을 작가마다 별도 인터뷰지로 구성해 작품과 함께 전시했다.

전시 형식의 한계상 긴 작품 설명을 달아놓은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단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은 아니다. 전시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팬데믹으로 거듭된 위기를 직면해온 예술계, 비대면의 세상에서 ‘대면’의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 시각 예술가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전시장 구성은 뮤지엄museum의 어원이 신화 속 영감을 가져다주는 존재인 뮤즈muse가 모이는 곳이라는 데서 착안했다. 관람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가져다줄 아홉 개 공간을 구성하고 공간마다 특별한 메시지를 부여한 것.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일러스트 등 현대미술 전 장르를 아우르는 약 2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으며,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주목 받는 해외 아티스트도 참여했다.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그저 보통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이를 깨워서 어린이집에 보낸 후 작업실에 와서 작업을 하고, 또 귀가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매일의 일과입니다. 만나는 사람도, 다니는 장소도 특별할 것 없는 다소 밋밋한 일과를 살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사람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 감성빈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긴다는 건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가 될 수도, 전시를 보러 가서 영감을 얻는 것, 노래를 들으며 마음에 환기를 시키는 것 등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삶입니다. 딱딱한 일상에서 예술이 마음을 말랑해지게 하는 게 예술가로 사는 삶의 즐거움 인 듯합니다.” — 석난희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결승선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을 하는 기분이 들 때였습니다. 내 자신을 항상 잘 다독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버티기 힘들어졌을 땐 그 좋았던 작업이 너무 밉고 보기가 싫어졌습니다. 그러한 순간이 왔을 때, 전 제 자신에게 일종의 ‘산책’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쉼을 끝내고 나면 어느 순간 다시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 강소선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사진 제공=서울미술관>

 

“저에게 예술은 문장과 문장 사이의 쉼표 같습니다. 저는 그 쉼표 안에서 일상을 지내며 받은 수많은 감정에 대해 치유합니다.” — 어지인
“오늘 당신의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기록하고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무나씨
“내 앞에 벌어진 일들에 미래를 두려워하고 재다 보면 하기가 힘들어져요. 예술은 정답이 없기에 더 막연하게 느껴지죠. 예술가는 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과정에서 하다 보면 되어가고 있는 진행형인 사람입니다. 그냥 하세요, 생각보다 세상에는 기적적인 일들이 많으니까요!” — 진현미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예술을 자신의 신념으로 생각하고, 무엇이 나와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 하비에르 마틴

 

저마다 무언가 빼곡히 적힌 인터뷰지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예술가 또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보통의 사람임을 알게 된다. 또한 결국 예술이란 가장 나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견지하는 태도에 지나지 않음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해 나가는 것의 기쁨과 슬픔을 두루 마주하게 된다. 새로운 가치나 이야기를 창조하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이야기인 셈이다. 

작품과 함께 답변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작품이 한층 입체적으로 다가옴은 물론이거니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한 줌의 영감을 발견하는 지점을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예술에게 전한 안부는 결국 우리에게 전하는 예술의 안부나 다름 아닐 것이다. 전시는 4월 16일까지.

 


전시명.
3650 Storage – 인터뷰

참여 작가.
감성빈, 강소선, 김유정, 김태동, 김태은, 김희수, 노세환, 림배지희, 무나씨, 박병래, 석난희, 설은아, 송유정, 안소현, 안준, 어지인, 엄익훈, 연여인, 염지희, 유나얼, 유민정, 이고은, 이이립, 이태강, 임준호, 장연호, 전희경, 정소윤, 정현목, 조문기, 지희킴, 진현미, 최수정, 추종완, 콰야, 한승구, 홍순용, 황선태, 황정미, Alessandra Genualdo(알레산드라 제뉴알도), Amy Friend(에이미 프렌드), C’mon Tigre(커먼 티그레), Irma Gruenholz(이르마 그루엔홀츠), Javier Martin(하비에르 마틴), Liliana Basarab(릴리아나 바사라브), Sam Jinks(샘 징크), Stephan Schmitz(스테판 슈미츠), Virginia Mori(버지니아 모리)

주최·주관.
서울미술관

일시.
2022년 12월 29일 (목) ~ 2023년 4월 16일 (일)

장소.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1길

운영 시간.
수~일 10:00 ~ 18:00

관람료.
15,000원 

홈페이지.
seoulmuseum.org

문의.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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