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흐름은 건축을 어떤 모습으로 변모시켰나… ‘건축, 300년’ 출간

에디터. 정경화  자료. 효형출판

 

아직 제대로 결론이 나지 않은 질문이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번에는 주어를 바꿔보자. ‘건축이 먼저일까, 시대의 요구가 먼저일까?’ 바꿔 말하면 건축이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것일까, 아니면 시대의 흐름이 건축을 바꿔온 것일까?

건축학자 이상현은 두 번째 관점으로 건축을 바라본다. 오늘날 도시에 자리한 건축물은 왜 이러한 형상으로 지어졌는지, 그 바탕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었는지를 탐구한다. 그가 길을 걷다가 건축물을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은 아마도 이런 것일 테다. “너는 어떤 이유로 여기에 이런 모습으로 서 있니? 너는 무엇으로부터 왔니?”

<이미지 제공=효형출판>
 

 

시대의 맥락으로 읽는 현대 건축 300년
그가 관찰하는 영역은 3세기에 걸쳐 전 세계 곳곳의 건축으로 뻗어간다. 혁명주의-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해체주의로 나누어 각 시대의 대표 건축물을 관찰하고, 당대의 사회적 맥락을 바탕으로 건축의 탄생 배경을 탐색한다. 가령 건축가 아돌프 로스가 펼쳤던 ‘장식은 죄악’이라는 이론과 그가 설계한 로스 하우스는 한정된 공간 자원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했던 당대의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시그니처인 자유로운 곡선이 등장한 배경에는 미학에서 모더니즘 철학이 붕괴하던 시대의 상황이 있었다.

 

<이미지 제공=효형출판>
<이미지 제공=효형출판>

 

건축의 장식을 좌우하는 요소, 부의 흐름
작가는 건축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패턴을 발견한다. 시대마다 중요시된 가치는 조금씩 달랐지만, 합리주의(이성)와 낭만주의(감성)가 번갈아 가며 우위를 점했고, 그에 따라 장식의 정도가 줄고 늘어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를 좌우하는 요소로 여러 가지를 검토한 끝에 그는 부의 흐름을 해답으로 꼽는다. 부를 과시와 사회적 공존 중 어디에 더 집중하며 사용했는가가 건축의 장식과 외관을 결정해왔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부분은 ‘왜 저렇게 했는가’다. 어떤 이유로 저 형태를 고안했는지 이해하려면 설계자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우선 알아야 한다. (17쪽)
부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시기에는 부르주아가 건축의 주요 봉사 대상이었다. 반면, 부의 집중이 누그러지는 시기에 건축은 부르주아보다 일반 시민 계층을 주요 대상으로 했다. (101쪽)
<이미지 제공=효형출판>

 

이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질문은 그 답을 좇기보다 원인과 결과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함을 표현하는 문장으로 더 많이 쓰인다. 건축과 시대의 인과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오늘의 건축을 단초로 시대를 해석하는 노력은 내일의 건축을 더 나은 모습으로 이끈다는 사실이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는 시대를 읽고 당대가 필요로 하는 건축물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줄 알았기에 지금까지도 널리 인정받는다. 반면에 시대를 읽기보다는 자신만의 언어를 고수했던 피터 오우트의 건축은 혹평을 받고 빠르게 잊혔다. 이 일화가 ‘건축, 300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미래의 내가 서 있을 공간이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지금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이상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현재 명지대학교 건축대학에서 건축과 도시설계를 가르치고 있으며, ‘도시 공간과 인간의 삶’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2013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 『건축감상법』, 『마을사람과 뉴타운키즈』(2018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선정작), 『집값은 잡을 수 있는 것인가』, 『집값의 이해』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도시공간 내 통행량 추정을 위한 네트워크 특성 지표 개발」(2012 대한건축학회 논문상), 「 일방통행제 영향권 추정 및 방향성 설정방법 연구 」(2021 국토연구원 국토연구 우수논문상)가 있다.


도서명.
건축, 300년

지은이.
이상현

출판사.
효형출판

판형 및 분량.
142×195mm, 334쪽

가격.
22,000원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