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펜타인 파빌리온 ‘블랙 채플’ 선정

에디터. 윤정훈  자료. 서펜타인 갤러리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ies 앞마당에 명상을 주제로 한 거대한 원통형의 파빌리온이 들어섰다. 매년 여름 열리는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6월 마련된 임시 건축물 ‘블랙 채플Black Chapel’로, 오는 10월 1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Iwan Baan

 

서펜타인 갤러리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여름 영국에 준공한 건축물이 없는 건축가를 초빙해 현대 건축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적인 파빌리온을 선보이고 있다. 2000년 자하 하디드를 시작으로 프랭크 게리, 페터 춤토르, 비야르케 잉엘스와 같은 세계적 건축가부터 최근 수마야 밸리, 프리다 에스코베도까지. 다양한 국적과 이력을 가진 건축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1번째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주인공은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도시계획가인 티에스터 게이츠Theaster Gates다. 게이츠는 폐허가 된 건물을 매입하고 예술 공간으로 재생시켜 낙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비롯, 소외된 이웃과 흑인 예술가를 지원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해 왔다.

 

티에스터 게이츠 ⓒRankin Photography

 

폭 16m, 높이 10.7m에 이르는 블랙 채플은 역대 서펜타인 파빌리온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전체적 형태는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세계 각지의 전통 건축물에서 착안했다.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을 비롯한 영국 스토크온트렌트의 병 가마, 미국 서부의 벌집 가마, 산피에트로 대성당과 로마의 템피에토, 카메룬의 머스검 진흙 오두막과 우간다의 카수비 묘의 건축 구조를 참고했다.

 

ⓒIwan Baan

 

내부는 신성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모임과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됐다. 오쿨루스(돔 구조 천장에 난 원형의 개구부)를 통해 드는 은은한 빛이 작은 예배당을 연상케 하는데, 벽을 따라 걸린 7개의 패널은 검은 톤의 회화로 실내를 채운 로스코 채플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번 파빌리온을 위해 작가는 타르 페인트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공사 과정에는 재료에 열을 가해 표면에 밀착시키는 토치 타운torch down 기술이 적용됐는데, 이는 생전에 지붕 수리 기술자였던 아버지에 대한 추모의 뜻이 담겨 있다.

 

ⓒIwan Baan

 

“블랙 채플에는 나의 예술 활동에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반영되어 있다. 신성함을 바탕으로 한 음악과 예술 작품이 나의 작업에 미치는 영향과, 감성과 공동체를 우선시 하는 특성이 그것이다. 일상을 짓누르는 압박에서 벗어나 고요함 가운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제안했다. 소리와 음악을 치유의 기제로 삼아 사람들에게 깊은 사색과 몰입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다.” – 티에스터 게이츠

 

파빌리온 입구에 놓인 청동 종은 파빌리온의 상징성을 더할 뿐만 아니라 작가의 예술 활동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철거가 예정됐지만 게이츠에 의해 지역 문화 예술 공간으로의 탈바꿈을 앞두고 있는 세인트 로렌스 교회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 이 역사적인 종은 도시 공동체에서 모임 및 영적 친교를 위한 공간의 사라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Iwan Baan

 

오는 가을까지 블랙 채플은 서펜타인 갤러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한 다채로운 플랫폼으로 쓰일 예정이며, 나아가 관람객에게 성찰과 연결의 기쁨을 누리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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