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예술가들이 내다본 미래, 리움미술관 ‘구름산책자’ 개최

에디터. 윤정훈  자료. 리움미술관

 

길이 약 8m에 달하는 나선형 구조물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흰 천에 일본의 전통 종이접기 방식(오리가미)을 가미해 만든 이 구조물의 이름은 ‘숨SU:M’. 건축가 쿠마 켄고의 대형 설치작으로, 연간 차량 9만 대에 달하는 배기가스 오염 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신소재 패브릭으로 제작됐다. 머지 않은 미래 도시에 들어설 파빌리온도 이 같은 원리를 따르게 되지 않을까. 미래를 살짝 앞서 걷는 아시아 예술가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세계에 관한 전시, ‘구름산책자Cloud Walkers’가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켄고 쿠마 어소시에이츠, ‘SU:M’, 2022. 패브릭: theBreath® (Anemotech S.r.l.), 가이드 와이어, 패브릭 서스펜더, 스틸 클립, 그리드 구조, 120(H)x8,400(L)cm. <사진 제공=리움미술관>

 

기후 위기, 팬데믹, 전쟁이 우리 삶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는 요즈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과 국가를 넘나드는 확장된 시각과 새로운 문화적 연대, 문명을 전환하는 상상력이다. 리움미술관의 기획전 ‘구름산책자’는 이러한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아시아 예술의 가능성과 역동성을 모색한다. 전시 제목의 구름은 21세기 새로운 사회문화적 환경에 대한 은유이자, 지정학적 경계를 횡단하는 가상의 플랫폼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건축·미술·디자인·음악·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속한 아시아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산책자이자 실천가, 공상가로서 클라우드 세계를 자유로이 활보하며 동시대와 미래 사회 문제를 새롭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전시 주제는 ▴사려 깊은 물질 ▴이상한 서프 모프 워프 ▴공감각적 몰입으로 나뉜다. ▴사려 깊은 물질은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다양한 재료를 발견하고 연구하며 이를 삶에 적용하는 건축가, 디자이너, 작가의 작업을 다룬다. 쿠마 켄고의 ‘숨’, 베트남 남부의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수상가옥 ‘물 위의 대나무집’, 특유의 흡음성과 질감을 지닌 펠트를 벽돌처럼 쌓아 올린 stpmj의 ‘고요의 틈’, 유연한 종이 모듈로 구성된 카타기리 카즈야의 ‘종이 사구’ 등이 소개된다. 이들은 대나무, 종이 등을 과학 및 공학 기술과 융합해 재료의 구조적, 기능적 확장 가능성을 탐구한다. 

 

돈 탄 하(Doan Thanh Ha), 물 위의 대나무집, 2022. 대나무, 구오트 풀, 플라스틱 병, 철, 600x600x535cm. <사진 제공=리움미술관>
에스티피엠제이 건축사사무소(stpmj), ‘고요의 틈’, 2022. 3D 펠트 블록, 철골 보강재, 300x300x450cm. <사진 제공=리움미술관>

 

▴이상한 서프 모프 워프는 구름산책자들의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에 주목한다. 웹서핑과 하이퍼링크에 익숙한 이들은 막대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재편집하며 낯설고 이상한 세계를 펼쳐낸다. 인간 외에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행성의 이야기를 다룬 SF작가 김초엽의 신작소설 <사모나 연작>, 중국 도교식 장례 풍습과 데이터 클라우드 세계를 결합한 모토구오의 <당신은 거주하는가 떠나는가?> 등은 불가능을 상상하는 예술의 힘으로 다양한 미래를 추측하고 직면한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공감과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전시장 전경. (왼쪽부터) A.A. 무라카미(A.A. Murakami)의 ‘영원의 집 문턱에서’, 트로마라마(Tromarama)의 ‘솔라리스Solaris’, 아지아오(aaajiao)의 카레산스이(枯山水) <사진 제공=리움미술관>

 

▴공감각적 몰입은 현실과 가상, 물질과 비물질, 피지컬과 디지털이 경계없이 혼합되는 세계에서 변화하는 우리의 인지와 감각을 다룬다. 일본의 전통 정원 양식을 디지털 버전으로 치환한 아지아오의 ‘카레산스이’부터 인도네시아의 킬리만탄 지형을 네온 빛 그래픽 풍경으로 펼쳐 보인 트로마라마의 ‘솔라리스’, 은은한 지구의 향을 머금은 안개고리를 뿜어내는 A.A. 무라카미의 ‘영원의 집 문턱에서’, 리움미술관의 건축 공간을 신비로운 미래의 가상 복지 공간으로 시뮬레이션한 로렌스 렉의 ‘네펜테 존’까지. 다채로운 작품은 인간과 기계, 인공과 자연, 물질과 데이터가 뒤섞여 초현실적 풍경과 특별한 공감각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전시를 담당한 곽준영 리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세 개의 주제는 전시장 내에서 함께 교차하고 함께 뒤섞여 미래적인 상상이 다채롭게 증식하는 풍경으로 제시된다”며, 특히 “각각의 건축 프로젝트들이 하나의 작품이자 또 다른 작품을 품은 공간, 전시장을 분리하는 역할을 하면서 흥미롭고 예기치 못한 경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1월 8일까지.

 

문경원 (feat. 김지우), ‘프라미스파크_용산: 플레이스케이프’, 2022. 2개의 HD영상, 아연강, 알루미늄, 동, 모니터,530x530x600cm, 2분, 5분 30초.
카타기리 카즈야(Kazuya Katagiri), 종이 사구(砂丘), 2022. 종이, LED 조명, 780x760x400(h)cm. <사진 제공=리움미술관>
김초엽, ‘사모나 연작’, 2022. SF 단편. <사진 제공=리움미술관>


전시명.
구름산책자 Cloud Walkers

주최.
리움미술관

일시.
2022년 9월 2일(금) ~ 2023년 1월 8일(일)

장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길 60-16 리움미술관

운영 시간.
10:00~18:00 (매표 마감 17:30, 월요일 휴관)

관람료.
12,000원

홈페이지.
www.leeum.org

문의.
02-2014-6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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