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불가한 아름다움을 마주하다,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개최

에디터. 윤정훈  자료. 미디어앤아트

 

육중한 몸집의 고래 아래 벌거벗은 사람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보호 장비도 없이 제 몸집보다 수십 배 큰 동물과 나란히 유영하는 모습은 아찔함과 동시에 경탄을 자아낸다. 이 낯설고도 아름다운 장면을 촬영한 이는 사진가 나탈리 카르푸셴코Natalie Karpushenko. 세계 각지를 누비며 광활한 야생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그는 자연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당위나 죄책감을 강조하지 않는다. 다만 대체 불가한 아름다움을 펼쳐 보일 뿐이다.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나탈리 카르푸셴코의 사진전: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이 열리고 있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사진 작가이자 환경 운동가 나탈리 카르푸셴코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대표작을 포함한 200여 점의 사진과 더불어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되는 영상 연출작을 만나볼 수 있다.

소중한 것을 그저 소중하다고 외치는 일. 어쩌면 공허한 외마디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허나 어렵고 기나긴 설명은 외면받기 쉽다. 나탈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그 아름다움이 지켜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 통가, 모리셔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의 섬과 바다를 다니며 자연과 인간이 마주하는 순간을 담는 까닭이다. 작가가 그간 겪은 일련의 여정으로 초대하듯 전시는 심해에서 공해로, 해변에서 원시 숲으로 이어지는 구성을 띈다.

 

<사진 제공=미디어앤아트>
<사진 제공=미디어앤아트>

 

전시는 크게 다섯 부로 나뉜다. 바다의 생명력을 말하는 ‘오션 브레스Ocean Breath’부터 인간의 몸짓으로 물의 생명력을 전달하는 ‘엔젤Angel’, 자연과 인간의 결합이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라이징 우먼Rising Woman’, 동물과 인간의 친밀한 연결을 보여주는 ‘와일드 브레스Wild Breath’, 작가의 세상을 이루는 것들을 소개하는 ‘나탈리Natalie’까지. 관람객은 다섯 주제의 공간을 차례로 관람하며 일상에 가려 놓치고 있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사진 제공=미디어앤아트>
<사진 제공=미디어앤아트>
<사진 제공=미디어앤아트>

 

자연에 대한 화두를 던지지만 작품에 있어 단연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나탈리의 사진 속 인물들은 대개 나체인 상태로 풍경의 일부가 되거나 야생 동물 또는 다른 사람과 교감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더한 사진은 관람객에게 원초적인 치유의 감정을 전달한다. 나아가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살면서 수없이 들어 이젠 조금 식상해진 사실을 새롭게 환기한다.

 

“나의 예술은 우리가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의 예술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볼 때 아름다운 세상을 보존하고 복원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 제공=미디어앤아트>
<사진 제공=미디어앤아트>

 

도시 밖은 병들고 일상은 불안과 피로로 누적된 지금, 도망칠 구석이라고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뿐인 것만 같다. 나탈리의 사진은 그것이 다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그가 안내하는 아름다움을 향한 눈맞춤의 경험은 관람객의 마음속에 각기 다른 심상으로 자리할 것이다. 그 너머엔 어떤 크고 작은 변화가 있게 될까. 전시는 5월 7일까지.

 


전시명.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

주최.
미디어앤아트

일시.
2022년 12월 23일(금) ~ 2023년 5월 7일(일) (변동 가능성 있음)

장소.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17길 49 생각공장 지하1층, 그라운드시소 성수

운영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입장 마감 오후 6시, 매월 첫번째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15,000원

홈페이지.
www.groundsees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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