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네덜란드 아티스트 듀오 ‘드리프트DRIFT’ 개인전 개최

에디터. 윤정훈  자료. 현대카드

 

작은 LED 전구에 민들레 홀씨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플라스틱이나 인공 섬유가 아닌 자연에서 채집한 진짜 씨앗이라는 점이 놀랍다. 네덜란드 아티스트 듀오 드리프트DRIFT의 작품 ‘프래자일 퓨처Fragile Future’는 자연물이면서도 동시에 인공물이다. 이들은 왜 이러한 수고를 감수했을까?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드리프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DRIFT: In Sync with the Earth’가 열리고 있다. 2007년 로네케 홀다인Lonneke Gordijn과 랄프 나우타Ralph Nauta가 결성한 드리프트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미디어아트 등 분야를 넘나들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이들의 목표는 기술을 통한 인간과 자연의 재연결. 일명 ‘지구와의 동기화’를 시도하는 드리프트의 네 가지 대표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Teska Overbeeke

 

꽃의 수면 운동을 담은 조명
‘샤이라이트Shylight’는 꽃들의 수면 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움직이는 조각이다. 수면 운동이란 꽃이 밤낮의 길이와 온·습도에 반응해 잎과 봉우리를 스스로 움직이는 개폐 활동을 의미한다. 100번이 넘는 레이저 커팅과 40시간 이상의 손바느질을 거쳐 만든 실크 꽃잎에 기계 매커니즘을 적용해 저절로 움직이게 했다. 천장에 매달려 위아래로, 또 움츠러들었다 펼쳐지며 운동하는 모습은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데 있어서 인간과 자연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Shylight, 2006-2014 ⓒStorage by Hyundai Card

 

새의 날개가 된 유리관
가운데를 기준으로 20여 쌍의 투명 유리관이 놓여 대열을 이루며 부드럽게 움직인다. 새의 날갯짓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의 이름은 ‘앰플리튜드Amplitude’. 2015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비행을 위한 구조 또는 뼈대처럼 보이는 유리관에 섬세하게 적용된 조명이 부드러운 움직임을 따라 빛을 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Amplitude, 2015 ⓒStorage by Hyundai Card

 

민들레 빛 조각에 담긴 미래
암스테르담 전역에서 채취한 약 1만5000여 송이의 민들레를 건조한 다음, 씨앗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떼어 LED 전구에 붙였다. 긴 시간의 노동 집약적 과정을 거쳐 탄생한 ‘프래자일 퓨처’는 수많은 모듈로 이루어져 있어 장소에 따라 축소, 확대, 변형해 설치할 수 있다. 기술과 자연의 공존을 직관적이면서 동시에 흥미롭게 보여주는 드리프트의 대표작이다. 

 

Fragile Future, 2019 ⓒStorage by Hyundai Card
Fragile Future ⓒStorage by Hyundai Card

 

 

자연, 사물, 인간은 한 끗 차이
드리프트는 자연의 원리를 모사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자연과 유리된 일상의 사물, 심지어 인간까지 작은 물질 단위로 되돌려 놓는다. ‘머테리얼리즘Materialism’은 사람이 만든 물건들을 분해해 원재료 단위로 해체한 시리즈다. 오락기, 바비인형, 시계, 라면은 작은 블록 형태로 전환돼 본래의 모습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드리프트는 한 발 나아가 인간을 물질로 치환하기에 이른다. 인간의 연령별 몸무게에 맞춰 물,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신체 구성 요소를 간결한 블록 형태로 표현했다.  

 

The Artist she/her and The Artist he/him, part of the Materialism series, 2021 ⓒStorage by Hyundai Card
ⓒStorage by Hyundai Card

 

드리프트 작품의 매력은 다만 화려한 외형이나 그것이 품은 메시지에만 있지 않다. 저마다 다른 설치 방식으로 놓이는 장소 어디든 그곳을 새롭게 정의하며, 이는 “사람, 공간, 자연을 동일한 주파수로 가져오고자 하는” 의도의 일환이다. 동일선상에 놓이는 것. 수많은 위계로 둘러싸인 우리에겐 이 같은 경험이 필요하다. 전시는 4월 16일까지. 

 


전시명.
DRIFT: In Sync with the Earth

주최
현대카드

일시.
2022년 12월 8일(목) ~ 2023년 4월 16일(일)

장소.
현대카드 스토리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8) 

운영 시간.
화 ~토 12:00 ~ 21:00
일요일, 공휴일 12:00 ~ 18:00

관람료.
일반 5,000원, 중고생 4,000원 (현대카드 결제 시 20% 할인)

홈페이지.
현대카드 D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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