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전하는 이야기,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홈 스토리즈’ 展

에디터. 정경화  자료.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수많은 기술이 주거 공간을 바꿔 왔지만, 정작 우리가 기억하는 집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집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려보라면, 대다수가 박공지붕에 네모난 상자를 표현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만큼 장소의 원형이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는 곳. 동시에 개인의 생활과 개성이 가장 뚜렷이 드러나며 나에 맞춰 변해가는 장소. 그러한 집을 주제로 하는 전시가 열렸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협업 전시, ‘홈 스토리즈Home Stories’이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홈 스토리즈展 <사진 제공=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현대자동차의 비전을 보여주고자 지속가능성, 쉘터를 주제로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여 왔다. 그 행보 중 하나가 바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의 협업이다. 일상과 미래를 바꾸는 디자인의 힘에 주목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2021년부터 협업해왔고, 이번 전시는 그 두 번째 결과물이다.

전시가 열리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2층은 들어서자마자 유리 벽과 하얀 커튼을 투과한 빛이 쏟아지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노란색의 투명한 아크릴 패널이 홈 스토리즈라는 제목과 모빌처럼 어우러진 오프닝 공간을 지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진 제공=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섹션 1.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SEVEN’
전시는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미래와 과거의 집을 이야기한다. 첫 작품은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SEVEN’이다. 자율주행의 발달로 이동이 자유로워진 시대에 자동차는 또 하나의 거주 공간으로 확장한다. 운전에서 벗어나면서 운전대는 사용하지 않을 때면 숨길 수 있는 접이식 컨트롤러가 되고, 천장은 영상을 감상하는 파노라마 스크린으로 변모한다. 요철이나 경계 없이 평평해진 바닥, 미니 냉장고, 신발을 케어하는 수납장까지 갖춘 공간은 자동차보다는 라운지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한다.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SEVEN’ <사진 제공=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섹션 2. 홈 스토리즈: 20개의 혁신적인 인테리어로 보는 100년의 역사
미래로 향했던 전시는 두 번째 섹션에서 과거로 회귀한다. ‘홈 스토리즈’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파트너십 전시로, 팬데믹 이후 202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1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주거 공간을 돌아본다. 시기를 4단계로 나누어 집이 크게 변화했던 주요한 순간을 조망하고 사회와 문화, 기술의 발전이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핀다. 특이한 것은 지금의 시점부터 역순으로 전시가 짜여 있다는 점. 큐레이터 요헨 아이젠브랜드Jochen Eisenbrand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순서대로 나열하면 어쩔 수 없이 시간이라는 방향성으로 인식하게 되기에, 역순으로 배치함으로써 우리가 발견한 발전의 순간을 명확히 구분해 보여주려 했다”고 말한다.

 

‘홈 스토리즈, 20개의 혁신적인 인테리어로 보는 100년의 역사’ 전시 전경 <사진 제공=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2000년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주거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고 환경에 대한 인식이 강조되는 시대에 대응해 여러 디자이너가 고민한 해법을 보여준다. 그 해답은 빌트인 가구로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한 집(요지겐 포케토Yojigen Poketto, 엘리Elii)이 되기도 하고, 쇠락한 지역의 집을 주민과 함께 재생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폐자원을 새롭게 활용하는 모습(그랜비 포 스트리트Granby four streets, 어셈블Assemble)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000년대가 똑똑한 우등생의 답변처럼 느껴진다면, 1960~1980년대는 도입부부터 형형색색의 가구들로 온통 발랄하고 키치kitsch하다. 이 시기는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포스트모더니즘이 떠오르던 때이다. 밀라노 기반의 디자이너 그룹 멤피스Memphis의 칼튼Carlton 책장은 사선과 삼각형 칸막이로 이루어진 자유로운 형태, 화려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나카긴 캡슐타워Nakagin Capsule Tower는 건축을 살아있는 생물처럼 바라보는 메타볼리즘 건축 사조를 전위적인 형태로 드러낸다.

 

<사진 제공=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1940~1960년대는 사회가 격변과 혁신을 거듭하며 그 변화가 인테리어에도 반영됐다. 모더니즘이 뿌리내리며 간결하고 건조하기만 했던 공간에 자연이 유입되고 장식이 찾아든 것. 브라질의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의 집, 카사 드 비드로Casa De Vidro가 대표 사례다. 10개의 기둥 위에 건물을 세워 집에 자연을 끌어들이고, 모던한 외관의 집 안에는 토속적인 소품과 직물이 단순한 배경 속 작품처럼 자리해 있다.

1920~1940년대는 다양한 주거 방식이 등장한 시기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거 공간은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이 도입되며 다방면으로 발달했다. 프랑크푸르트 키친은 요리와 수납이라는 기능에 충실해 짧은 동선, 효율적인 가구 배치로 표준화된 공간을 보여준다. 반면, 바로 옆에 자리한 사진작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세실 비튼Cecil Beaton의 집은 화려하고 장식이 가득한 가구와 인테리어로 같은 시대임에도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제공=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섹션 3. 흐르는 들판 아래
기나긴 100년의 시간을 지나 마지막 섹션은 우리를 스튜디오 스와인의 작품으로 안내한다. ‘흐르는 들판 아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쉘터라는 개념을 구현한 몰입형 설치작품이다. 스튜디오 스와인의 알렉산더 그로브스Alexander Groves는 모빌리티와 쉘터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주제가 ‘지구’였다고 말한다. “지구는 인류의 가장 커다란 안식처이자 우주를 유영하는 거대한 모빌리티입니다. 지구를 닮은 푸르른 공간을 만들고 그 속을 유영하는 에너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채웠어요.” 거울을 설치하고 푸른 빛을 가득 채워 끝없는 우주처럼 느껴지는 작품을 거니는 경험은 스스로에게 온전히 몰입하는 사색의 시간을 안겨준다.

 

스튜디오 스와인의 설치작품 ‘흐르는 들판 아래’ <사진 제공=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똑같은 평면으로 완성된 아파트도, 그 안에 사람이 등장하고 나면 그 수만큼 다른 집이 된다. 어떤 식으로든 개인의 생활이 담기고 사용자와 함께 변해 가기 때문이다. 100년의 시간 동안 흘러간 과거의 집,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집, 작가가 상상한 인류의 집을 바라보며 각자의 집에 담긴 이야기도 다시금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10월 1일까지.

 


전시명.
홈 스토리즈(Home Stories)

주최.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일시.
2023년 4월 6일(목) ~ 10월 1일(일)

장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30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관람료.
무료

홈페이지.
https://motorstudio.hyundai.com/busan

문의.
1899-6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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